[방민준의 골프세상]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두 가지 샷

방민준 2023. 7. 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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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랭커 로리 맥길로이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 출전해 골프 스윙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 스윙은 지문과 같아서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미국의 프로골퍼 제임스 로버트 허먼(James Robert Herman)이 남긴 명언이다. 신시내티대학을 나와 2000년 프로로 전향, 2부 리그인 내이션와이드 투어에서 1승, PGA투어에서 1승의 초라한 성적을 내고 프로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이 한 마디는 골퍼들의 영원한 화두가 되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골프의 스윙도 사람마다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설파한 이 한 마디는 스윙의 수수께끼를 대변한다.



 



허먼은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 스윙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말했지만 골프라는 망망대해를 헤매는 골퍼들에겐 사람마다 스윙이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스윙이 다르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모든 골퍼는 두 가지 스윙 즉 연습할 때의 스윙과 실제 공을 칠 때의 스윙을 갖고 있다고 한다. 빈 스윙, 연습스윙 때는 프로를 닮은, 무리없이 깔끔한 스윙을 하면서 막상 공을 치는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스윙을 한다. 마치 내 몸속에 숨은 괴물이 나타나 스윙하는 것 같다. 욕심과 기대라는 마음의 움직임, 긴장 또는 흥분상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분석에 능한 골프 교습가들은 페이드나 드로우, 낮은 탄도나 높은 탄도의 샷, 백 스핀 정도를 조절하는 샷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제시하지만 나는 모든 골퍼의 샷은 ▲마음으로 날리는 샷 ▲몸으로 날리는 샷 ▲클럽으로 날리는 샷 등 세 종류가 있다고 믿는다.



 



골프를 배우면서 가장 먼저 터득하는 게 몸으로 날리는 샷이다. 골프 선배나 레슨코치는 골프 걸음마를 하는 사람에게 그립 잡는 법, 스탠스 취하는 법, 그리고 아주 초보적인 그러나 평생 골프의 기본이 되는 스윙 동작을 가르친다. 처음 골프를 배우는 사람은 골프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에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여 골프에서 요구되는 동작을 한다. 이때의 샷이 몸으로 날리는 샷이다.



 



인내심을 갖고 몸으로 날리는 샷을 제대로 터득하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몸으로 날리는 샷을 온전히 터득하기 전에 마음으로 날리는 샷으로 넘어가는 우를 범한다. 7번 아이언으로 기본적인 스윙에 의한 샷을 날리는데 싫증을 느낀 나머지 남들처럼 거리를 내기 위해 익히지도 않은 풀 스윙을 하거나 롱 아이언이나 드라이버를 휘두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독학파라면 몸으로 날리는 샷과 마음으로 날리는 샷을 동시에 익힌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7번 아이언만 갖고 연습시키는 레슨프로의 지도를 팽개치고 독학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 골프의 고통은 시작된다. 기초가 잡히기 전에 요물 덩어리 마음의 지배를 받는 엉터리 샷을 열심히 연마한다. 골프를 배우는 사람의 80% 정도가 범하는 우다.



 



샷의 질로 따지면 마음으로 날리는 샷이 가장 아래다. 몸으로 날리는 샷은 제대로만 익히면 좋은 신체조건을 십분 활용하면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으로 날리는 샷은 종잡을 수 없다. 남들보다 좋은 샷을 날리겠다고 욕심내는 순간, 지난 홀의 미스 샷을 만회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정상적인 샷은 실종되고 만다.



 



마음이란 아무짝에도 믿을 게 없다. 온갖 잡념을 불러일으키는 요물이다. 겁먹거나 욕심을 내고 다짐하고 이를 갈수록 스윙은 경직되고 흐트러지고 만다. 마인드컨트롤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마음은 애초에 제어대상이 아니다. 잡히지도 않고(untouchable), 통제할 수도 없다(uncontrollable). 망치로 때리고 때려도 고개를 쳐드는 두더지 같은 마음에 좌우되는 샷이라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골프 공이나 클럽 개발에 활용되는 로봇이 항상 일정한 샷을 날릴 수 있는 것은 바로 마음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최상의 샷은 클럽으로 날리는 샷이다. 클럽은 각기 다른 로프트와 길이, 무게로 일정한 비거리와 탄도, 방향성을 실현하도록 설계되고 제작되었다. 각 클럽이 갖고 있는 속성이 자연스럽게 발휘되도록 하는 샷이 바로 클럽으로 날리는 샷이다. 올바른 스윙을 터득한 몸은 클럽이 스윙 궤도를 내달리며 샷을 날리는데 도구 역할을 할 뿐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방신실 프로가 대회에 출전해 골프 스윙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KLPGA

 



 



그러나 클럽으로 날리는 샷을 제대로 터득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클럽헤드가 내려오면서 공을 때리는가, 클럽헤드가 올라가면서 공을 때리는가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갈린다.



 



공은 클럽 헤드의 스위트 스팟에 정확히 맞아야 설계된 거리와 탄도를 발휘할 수 있다. 스위트 스팟에 공이 맞게 하려면 클럽헤드가 내려오면서 공을 가격해야 한다. 마치 공을 짓이기듯 클럽헤드가 내려와야 공이 클럽헤드의 스위트 스팟에 맞아 설계된 탄도를 그리며 날아간다. 이때 디봇은 공의 뒤쪽이 아닌 앞쪽에 생기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볼을 띄우겠다는 생각에 볼을 퍼 올리는 동작을 하면서 스위트 스팟에 공을 맞히는 데 실패한다. 뒷땅을 치거나 토핑을 하게 된다. 거리 방향성 모두 놓치게 된다. 공을 퍼올리려는 동작은 골퍼에게 최대의 적이다.



 



클럽헤드가 내려오면서 공을 먼저 가격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공 앞쪽에 또 다른 가상의 공이 있다고 생각하고 스윙을 할 때 실제 공이 아닌 그 앞쪽의 가상의 공을 가격하는 연습이다. 쉽게 말하면 공의 앞쪽에 디봇을 만드는 스윙이다. 중심축을 철저히 지키고 머리가 상하좌우로 움직이지 않고 허리의 각도가 변하지 않아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력이 필요하지만 한번 터득하면 아이언샷의 차원이 달라짐을 실감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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