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지방 재정분권은 ‘밑 빠진 독’[포럼]

2023. 7. 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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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방재정의 근본적 문제점은, 세출 권한과 세금 부담 간 비대칭으로 인해 재정 운영에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방재정 영역에서는 보충성의 원칙, 정치경제학으로서의 공공선택론 등에서 분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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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 지방재정의 근본적 문제점은, 세출 권한과 세금 부담 간 비대칭으로 인해 재정 운영에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내 돈 아닌 남의 돈으로 살림을 살다 보니 재정 포퓰리즘의 전형인 과시성 행정이 나타난다. 지난 2000년 하남시 환경박람회를 시작으로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업의 예산 낭비 사례를 선정해 ‘밑빠진 독’상을 시상해 왔다. 최근에도 양구군의 공공조형물, 진주시의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화 시설 등이 선정되는 등 세금을 허투루 쓰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도 재정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재정365 사이트에 전 지방자치단체의 행사 및 축제 원가 회계정보를 공개하고 공공시설, 행사 및 축제 등 예산 비효율 사례를 주민이 직접 감시하는 ‘예산바로쓰기 국민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거제시의 거북선 헐값 매각 사례는 과시용 예산 낭비 프로젝트가 여전함을 말해준다.

문제의 거북선은 2011년 경남도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120t 규모로 제작됐다. 짝퉁과 부실 고증 논란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면서 7번의 유찰 끝에 154만 원에 낙찰됐으나, 이 역시 포기하면서 목재는 소각하고 고철은 고물상에 파는 등 결국 쓰레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구체적인 사업성과 활용 방안을 치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안이한 행정이 화를 키운 것이다. 내 돈이면 절대로 쓰지 못할 것을 남의 돈이기에 가능했던 행태다.

정부가 2010년 국세인 부가가치세액의 5%를 지방소비세로 도입한 이후, 취득세율 인하로 인한 지방세수 감소 보전과 재정분권 차원에서 지방소비세는 2023년 25.3%로 꾸준히 인상됐다. 그런데도 재정자립도는 2010년 52.2%에서 2022년 49.6%로 줄고, 자주도 역시 75.7%에서 72.0%로 줄어들었다. 이런 모순은 자립도와 자주도의 공식에 답이 있다. 자립도와 자주도의 차이는 지방이 비용의 사용처를 맘대로 정하는 일반재원(지방교부세)의 포함 여부다. 분모가 자체수입과 의존수입을 합한 총수입이므로 의존수입(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이 자체수입보다 더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1년 군단위 지역의 인구는 7.5% 줄었는데 공무원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재정 수요를 늘려온 행태의 전형으로, 재정 부담 증가의 주요인 중 하나다.

지방재정 영역에서는 보충성의 원칙, 정치경제학으로서의 공공선택론 등에서 분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세입 부담과 세출 권한을 동시에 조정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권역과 농촌권역 등 다양한 유형의 지방재정 모형을 만들어 책임지는 모습, 내 돈으로 살림 사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분권은 경쟁을 의미하고, 경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의사결정을 할 때 주민 부담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지방분권은 당연히 지방교육을 포함해 논의해야 하고 이는 재정분권도 마찬가지다. 전국 획일적인 지방분권은 ‘밑빠진 독’상의 잠재적인 후보를 남발할 뿐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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