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뒤 다른 병원 간다’ 제약하고 환자 받기도

권도경 기자 2023. 7. 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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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에 빠진 70대 간 질환 환자 A 씨를 이송하려는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응급 처치 후에는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제약을 걸고 환자를 받았어요. 저희 판단으로는 당시 A 씨는 중증위급상태였어요."

이날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한양대병원 응급병동과 응급 중환자실은 정원이 20명인데 환자 1명이 퇴원하면 바로 만실이 되길 반복하고 있었다.

이 병원에서는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오면 치료 후 퇴원하거나 응급병동과 응급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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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의료노조 파업 이틀째
“필수인력 20%로 간신히 운영
병원은 지금 뼈대만 남았다”
119에 환자 이송 자제 요청도
파업 사태에 애타는 환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이틀째인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종합병원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준비하는 조합원들 앞으로 한 환자가 걸음보조기에 의지한 채 걷고 있다. 백동현 기자

권도경·강한·전수한 기자 , 부산=김기현·양산=박영수 기자

“혼수상태에 빠진 70대 간 질환 환자 A 씨를 이송하려는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응급 처치 후에는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제약을 걸고 환자를 받았어요. 저희 판단으로는 당시 A 씨는 중증위급상태였어요.”

14일 오전 9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 이곳에서 환자 이송을 마친 119구급대원 B 씨는 중증위급상태였던 A 씨를 이송하는데도 권역응급센터가 제약을 거는 조건으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다니던 A 씨는 이날 오후 늦게야 입원을 했다고 병원측에서 알려왔다. 이 병원은 119 구급대에 환자 전원과 이송 자제를 요청해뒀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이틀째 지역별·전국 거점별 총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 의료현장에서는 진료 차질과 환자 피해가 이어졌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까지 정부가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1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한양대병원 응급병동과 응급 중환자실은 정원이 20명인데 환자 1명이 퇴원하면 바로 만실이 되길 반복하고 있었다. 이 병원에서는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오면 치료 후 퇴원하거나 응급병동과 응급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현재 한양대병원은 전체 임직원 2000명 중 필수인력 20∼30%와 일부 대체인력으로 간신히 운영되고 있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지금 뼈대만 남은 상황”이라며 “진료과별로 의사들이 나서서 수술, 입원 등 모든 치료과정을 미루기 위해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취약한 과는 주기적으로 환자들이 약을 투약받아야 하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라며 “항암환자들까지 위험에 처하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돼 현재 암 환자에게만 병실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 노조 조합원 대부분은 간호사다. 현재 행정직원들이 조를 짜서 환자 병상을 끌고 이송 업무를 보고 있다.

부산대 병원은 응급환자를 제외한 수술, 검사, 외래환자 일정을 다음 주로 연기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이 병원은 이날까지 외래나 신규 환자 진료 일정을 연기하거나 받지 않고 있다. 최근 입원 환자 1000여 명을 전원을 위해 퇴원 조치시켰고 현재 중증환자와 산모 등 150여 명만 남아 있다.

양산부산대병원도 6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해 이틀째 진료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병원은 파업을 앞두고 총 1200병상 중 중증입원환자 등 80여 명만 남기고 모두 퇴원·전원조치 했다. 외래진료도 평소 4000명에서 1000명으로 줄였다. 양산부산대병원이 운영 중인 부산대어린이병원도 간호사 등이 파업에 참여해 진료와 수술 규모가 줄었다. 부산대어린이병원은 소아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입원·수술 등이 어려울 수 있어 의료공백이 생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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