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멸치 vs 비만 괴수, 차세대 드림매치 가능할까?
최근 NBA 사무국은 차세대 스타 발굴로 바쁘다. 리그 흥행을 이끌던 슈퍼스타들이 노장대열에 들어섬에 따라 뒤를 이어 시대의 아이콘이 될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량만 놓고 따진다면 올시즌 덴버 너기츠의 우승을 이끌어낸 니콜라 요키치 등이 언급될 수 있겠지만 상품성과 나이 등에서 아쉽다는 평가다.
래리 버드,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 샤킬 오닐, 앨런 아이버슨,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등처럼 기량과 캐릭터를 겸비한 차세대 간판을 찾고있는 것이다. 몇몇 선수들이 거론되고있는 가운데 확실한 주자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만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웸비(Wemby)' 빅터 웸반야마(19‧223cm)와 '날으는 탱크' 자이언 윌리엄슨(23‧198cm)은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강력한 후보들로 꼽힌다.
각각 2019년 드래프트와 202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NBA 입성 전부터 상당한 명성을 자랑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둘은 그냥 1순위가 아닌 '1순위 중의 1순위', 이른바 역대급 1순위라고 할 수 있다. 팀 던컨, 르브론 제임스 이후 매년 1순위 대어들이 지명을 받았지만 경쟁이 필요없는 부동의 1순위로 불렸던 재목은 암만 꼼꼼히 따져봐도 손가락이 남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윌리엄슨과 웸반야마는 2003년 르브론 이후 가장 주목받은 1순위 투탑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릭 로즈, 존 월, 카이리 어빙, 벤 시몬스 등이 주목을 받기는했지만 둘 만큼은 아니다. 차세대 괴물 센터 계보를 이을 후보로 눈길을 끈 그렉 오든(35‧213.4cm) 정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바 있지만 거듭된 부상으로 날개조차 제대로 펴지못하고 사라져버린바 있다.
자이언은 '단순한게 가장 강하다'는 원초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듀크 대학교 시절부터 그는 비상식적인 운동능력으로 유명했다. 2m가 넘는 가드도 종종 볼 수 있는 최근 추세에서 198cm 파워포워드는 NBA 기준으로 평균 이하의 사이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이언은 포지션 대비 단신인 부분을 엄청난 덩치로 메우고 있다.
어지간한 장신 센터와 비교해도 밀리기는 커녕 더 우람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한 체격에서 뿜어져나오는 파워 역시 엄청나다. 같은 파워포워드는 물론 센터를 상대로도 몸싸움이나 힘에서 밀리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자이언같은 단신 빅맨이 체구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은 장점이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힘에서는 경쟁이 될지모르겠지만 기동력 또한 중요한 현대 농구에서 악재로 작용될 공산도 크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케이스다. 세상에는 예외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자이언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자이언이 대학시절부터 그토록 유명했던 이유중 하나는 일반적인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운동능력에 있다.
보통 자이언같이 크다 못해 뚱뚱한 수준으로 큼직한 선수는 빠를 수가 없다. 기동력이든 순발력이든 빠른게 더 이상하다. 자이언은 다르다. ‘저 덩치로 어떻게 저렇게 뛸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균 이상의 주력을 가지고 있으며 순발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정작 놀라운 것은 따로 있다.
자이언은 탄력과 유연성도 역대급이다. 가볍고 날렵한 선수들처럼 공중전을 펼칠 정도는 아니지만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 등 거기에 필요한 만큼 문제없이 뛸 수 있으며 체공력도 좋은 편이다. 익숙하게 더블 클러치를 남발하며 자유투 라인 덩크가 가능할 정도니까 말 다했다. 과거 단신 파워포워드로 명성이 높았던 찰스 바클리는 큰 덩치로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자이언은 키는 당시 바클리와 비슷하면서도 체구는 더욱 육중한데 운동능력에서는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가히 차세대 괴물로 불릴만하다. 신체능력이 워낙 대단한 탓인지 바클리처럼 다재다능한 테크닉을 고르게 갖추지는 못했다. 다만 아직 한창 젊은 나이이며 무엇보다 이런저런 공격 옵션없이도 골밑으로 파고들어 덩크슛을 찍거나 레이업을 올려놓는 플레이만으로도 쟁쟁한 선수들을 어렵게 한다.
엄청난 파워에 더해 워낙 손끝 감각이 좋은지라 알면서도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막아냈다 싶은 순간에도 리바운드를 잡아내 풋백득점으로 연결시켜버리기 일쑤다. 투박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BQ도 좋아 패스를 빼주는 능력이나 스크린플레이, 투맨게임에도 능하다. 가히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빅맨도 3점슛을 던지는 슈팅의 시대에서 이러한 자이언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플레이는 팬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뭔가 신세대이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젊은 괴수같기 때문이다. NBA 측은 물론 팬들도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4시즌이 지난 지금 자이언에 대한 기대치는 바닥까지 곤두박질쳐진 상태다. 제대로 경기를 소화한 시즌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내구성이다. 아무리 타고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사람의 몸에는 한계라는게 있다. 자이언의 관절은 엄청난 운동능력을 버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예전부터 체중 조절에 대한 지적은 계속 있어왔지만 관리는 커녕 갈수록 몸이 비대해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거기에 불미스런 사건까지 터지면서 멘탈적인 약점이 대두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자이언은 최근 팟캐스트 등을 통해 "체중 관리는 정말 힘들지만 변화를 주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농구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며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소속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도 거액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서에 체중과 체지방률에 관한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이언이 과체중으로도 엄청난 운동능력을 선보이는 ‘비만 괴수’라면 웸반야마는 '슈퍼 멸치'라고 할 수 있다. 어지간한 장신 센터보다도 큰 키를 가지고도 몸무게가 107.5kg에 불과하다. 이것도 근래들어 늘린 것으로 예전에는 100kg도 되지않았다. 그럼에도 잘뛰고 잘달리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웸반야마에 대한 안팎의 관심은 자이언이 1순위로 뽑힐 당시보다도 더 높다. 르브론, 커리 등 리그내 슈퍼스타들이 칭찬릴레이를 펼쳤을 만큼 쏟아지는 관심의 차원이 다르다. 얼마 전에는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그를 발견하고 따라가 사진을 찍으려던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웸반야먀의 경호원과 불미스런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웸반야마가 대단한 점은 단순히 키만 가지고 농구를 하는 것이 아닌 준수한 볼핸들링에 더해 미드레인지, 3점슛 등 어지간한 빅윙같은 플레이까지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역대로봐도 이런 선수가 있었나싶을 정도로 유니크하다. 지나치게 말라 힘이나 몸싸움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 외에는 딱히 지적할 부분도 없다. 기술이나 운영적인 부분은 아직 어린 나이를 감안했을 때 성장 가능성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만약 웸반야마가 현재의 기대치대로 발전을 거듭하고 자이언이 멘탈적으로 각성하게 된다면 NBA는 새로운 흥행카드를 얻을 수도 있다. 국적, 캐릭터,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상품성만큼은 매우 높은 기대주들인지라 라이벌 구도로도 매력적이다. 차세대 드림 매치로 손색이 없다. 웸반야마에 더해 자이언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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