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日 손잡고 '경제 블록' 만들자"

서일범 기자 2023. 7. 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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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미중 갈등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상시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웃 일본과 손잡고 미국·중국·유럽연합(EU)에 이은 제4의 '경제 블록'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 유럽이 하나로 이어진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경제적 블록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우리나라가 위치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게 우리 경제의 솔루션이자 국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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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대응할 생존해법"
단일국 경제 탈피방안 제시
"메가블록 조성땐 저성장·저출산 문제도 해결 가능"
최태원(왼쪽 세 번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제주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주포럼 경영 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서울경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미중 갈등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상시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웃 일본과 손잡고 미국·중국·유럽연합(EU)에 이은 제4의 ‘경제 블록’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금과 같은 단일국가의 소규모 개방경제로는 국가 간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최 회장은 14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경영인 콘서트’에 참석해 “국가라는 단일 개념에서 벗어나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면서 이 같은 안을 내놓았다. 이날 행사에는 송재용 서울대 교수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 김영훈 대학내일 대표 등이 참석해 기업 경영전략과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등에 대해 토론했다.

최 회장은 “냉전 이후 30여년 동안 이어진 전 세계 단일 시장이 또다시 쪼개질 위기에 처해 대한민국이 생존을 강요받고 있다”며 기존과 다른 생존 해법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큰 변화 없이 중국을 업고 이익을 얻던 시절이 끝나고 있다”며 “중국이 경쟁자가 돼 우리가 하던 것을 빼앗아가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이제는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국가라는 개념에 묶여 있으면 우리나라는 가장 불리한 곳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이웃 나라 일본과 우선 파트너가 되면 전체 7조 달러 시장이 새로 만들어지고 이후 다른 아시아 시장과 또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미국·중국·EU와 대항할 수 있는 ‘메가블록’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현재 한국이 처한 여러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EU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20여 년이 된 EU가 상당히 많은 시너지를 내는데 우리도 그 형태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저출산·저성장 같은 문제도 시각을 다르게 하면 전혀 다른 해법이 있다”며 “제4의 경제 블록에서는 저성장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풀릴 수 있고 미국과 중국의 정치·경제적 강요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도 기존과 다른 틀에서 해법을 마련해보자는 것이 최 회장의 제언이다. 그는 “북한과의 완전한 통합은 경제적 부담을 키울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선 북한을 통과(트랜스포트)할 수 있는 방법만 마련해도 획기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유럽과 연결되면 그 자체가 성장동력이 될 뿐더러 북한에도 돈이 흘러들어가는 스필오버 효과가 일어나 북한이 무력 투쟁을 포기할 유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최 회장식 북핵 해법인 셈이다.

그는 “일본과 한국 유럽이 하나로 이어진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경제적 블록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우리나라가 위치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게 우리 경제의 솔루션이자 국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국가 전략과 별도로 기업들도 지정학적 변동에 따른 새로운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최 회장은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제 시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고객과 기업이 일대일 관계를 맺는 게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내 친구가 몇십만 명이 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지만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해진 것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도구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만드는 것이 CEO의 역할이자 숙제”라고 말했다.

또 “왜 CEO는 한 명인가. 멀티가 차라리 낫다”며 “내가 잘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멀티 CEO’ 도입을 패러다임 전환 시대의 또 다른 해법으로 제시했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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