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달만… 아기 맡길 곳 절실했어요”

강한 기자 2023. 7. 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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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달만이라도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했어요. 그럴 때 베이비박스가 유일한 대안이었습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지난달 26일 정국이(가명)를 위탁한 20대 엄마 A 씨는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출산 후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행정 처리가 늦어져 119를 찾는 심정으로 아이 아빠와 함께 베이비박스에 정국이를 잠시 부탁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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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박스에 19일째 아기 맡기고 있는 20대 커플 사연
지자체 등에 도움 요청 후에도
행정처리 늦어져 최후의 선택
“아이 책임지기로 결심 했지만
도저히 출구 보이지 않았어요”
이종락 목사 “선행정 후지원에
당장 도움 급한 부모들 어려움”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에 “출생일을 꼭 적어주세요” “끝까지 기도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주세요” 등 아기를 놓고 가는 부모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들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딱 한 달만이라도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했어요. 그럴 때 베이비박스가 유일한 대안이었습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지난달 26일 정국이(가명)를 위탁한 20대 엄마 A 씨는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출산 후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행정 처리가 늦어져 119를 찾는 심정으로 아이 아빠와 함께 베이비박스에 정국이를 잠시 부탁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국이는 교회가 보호 중인 5명의 아기 중 한 명이다. A 씨는 “아이를 책임지기로 결심한 뒤 너무 막막했고,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며 사연을 털어놨다.

수도권의 한 반지하 1.5평 원룸에서 아이 아빠와 함께 생활하며 물류센터, 공장, 식당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A 씨. 지난해 임신 소식을 듣고 두 사람은 두려움이 앞섰다. 한 사람은 고졸, 한 사람은 대학 자퇴. 누우면 꽉 차는 원룸에서 돈도 직업도 없는 두 사람은 입양까지도 생각했다. 그는 “병원에서 아이 얼굴을 마주하고 죄책감을 느꼈고 어떻게든 내 힘으로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하지만 당장 아기를 맡길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관할 구청에 문의를 하니 “당장 위탁이 가능한 곳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24시간 어린이집이 있었지만, 이도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야 입소가 가능해 정국이를 보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결국 온라인 검색 끝에 교회에 먼저 위탁을 요청했다. 현재 두 사람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알아보며 수시로 정국이를 보러 온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담임목사는 “우리나라 (위기 임산부 지원)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선(先)행정 후(後)지원”이라며 “행정 처리 도중 아기가 태어나고 당장 도움이 시급한 부모들이 베이비박스를 찾아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회가 친부모들을 적극 상담해 ‘사후 지원’을 약속하고 아기를 되돌려 보내거나 위탁 서비스를 하는 이유다. 덕분에 지난해 기준 베이비박스 아기 106명 중 30%인 32명이 다시 원가정으로 돌아갔다. 이 목사는 “국가가 선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아기들이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기관인 베이비박스가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위기 임산부를 대상으로 출산부터 입양까지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지연 대전대 사회복지학 박사는 “출생신고도 하지 못하고, 아이를 키울 수도 없는 위기 임산부들의 상황은 천차만별”이라며 “국가가 나서 아이들의 생명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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