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리플, 증권 아니다”···가상자산 시장 ‘환호’
가상자산 리플(XRP)의 발행사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서 약 30개월 만에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내자 가상자산 시장에 화색이 돌았다.
13일(현지시간)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연방지법) 재판부는 SEC가 리플랩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리플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될 때는 증권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증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리플을 기관 투자자에게 판매할 때는 연방 증권법에 따른 투자 계약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그러나 유통 시장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하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증권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SEC는 지난 2020년 12월 가상화폐 리플이 법에 의한 공모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고 판단하고 리플 발행사인 리플 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리플랩스는 리플이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고 주장하면서 리플의 증권성 여부가 소송의 최대 쟁점이 됐었다.
리플의 승소 소식에 가상자산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오전 11시13분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리플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59.02% 급등한 0.75달러를 기록했다. 리플은 한때 90%대 급등세를 보이며 ‘지폐주(개당가 1달러를 넘기는 코인)’에 도전하기도 했다.
판결이 나온 이후 코인베이스, 크라켄, 비트스탬프 등 미국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리플을 재상장하겠다고 밝힌 점이 상승세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시간 비트코인 1개당 가격도 3.7% 상승한 3만1468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한때 3만1800달러(4038만원)대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이더리움도 7.6% 오른 2013달러를 찍으면서 다시금 2000달러선을 넘겼다.
국내 증시에서도 가상자산 관련주들이 장 초반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우리기술투자는 전장 대비 8.59% 오른 4175원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기술투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서 가상자산 관련주로 분류된다. 빗썸 관련주로 꼽히는 위지트(5.31%)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리플랩스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완전히 승소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지방법원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기관투자자에 대한 리플의 판매는 투자자들이 향후 리플 가격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에 투자계약에 해당한다”며 “이에 따라 이 경우 연방 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플의 완전한 승소는 아니며 일부 증권법 위반 판결이 나왔음에 따라 벌금 등 페널티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처음부터 완전한 승소를 기대하고 있지 않았으며 벌금 및 시정조치에 페널티가 그칠 경우 리플사 사업에 중대한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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