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돼지’와 ‘동치미’의 어원 이야기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우선 ‘돼지’는 원래 산에서 살던 짐승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전에도 “1. 포유류 멧돼지과에 속한 집짐승, 2. 욕심이 많고 미련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몹시 살이 찐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돼지에 대한 비유가 썩 좋은 것은 없다. 소설 속에서 저팔계는 미련하기는 하지만 순진하기만 한데, 속세에서의 돼지는 그냥 미련하고 살찐 짐승으로만 묘사되고 있다. 계림유사(<鷄林類事>)라는 책에 보면 “猪曰突(저왈돌 :돼지를 돋이라고 한다)”라고 나타나 있다. 과거에는 ‘ㄹ’발음을 ‘ㄷ’으로 한 것이 많으니 ‘돝’이나 ‘돋’으로 읽어야 한다. <능엄경언해>라는 책을 보아도 “곧 괴, 가히, 닭, 돋 종류라(卽猫犬鷄猪類也, 곧 고양이 개, 닭, 돼지 종류라)”라고 나타나 있으며, 옛 문헌을 보면 ‘도태기름(돼지기름豚膏)’, ‘도다지(豚)’ 등으로 표기된 것이 많은 것으로 보아 ‘돼지’의 어원은 ‘돝’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돋,돝>도”로 변하여 왔다. 이어서 ‘아지’라는 말은 우리말에서 귀여운 것을 일컫는 단어다. 강아지, 망아지, 송아지 등에서 볼 수 있다. 이것을 다시 연결하여 단어를 풀어보자.
‘돝아지>도아지>도야지>돼지’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말 돼지의 어원은 ‘돋, 돝’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어서 동치미의 어원을 살펴보자. 겨울이면 시원한 동치미가 그리운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우리 민족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치미를 좋아한다. 고구마와 함께 먹는 동치미는 꿀맛보다 낫고, 동치미에 말아먹는 시원한 국수는 당할 것이 없다. 어머니의 동치미는 세계에서 제일 맛이 좋았다. 그저 소금과 파뿌리만 넣었다고 하시는데, 아무리 흉내를 내도 그 맛은 다니 찾을 수가 없다.
김치가 침채(沈菜)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침채>딤채>김치’의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다. 다행스러운 것은 김치냉장고 이름이 그것을 살려주고 있어 나름대로 고맙게 생각한다. 동치미는 “무를 소금물에 담가 익힌 무김치의 한 가지”라고 되어 있는데,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그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아무튼 동치미는 한자어 동침(冬沈)에서 비롯되었다. 홍석모라는 사람이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무뿌리가 비교적 작은 것으로 절여 김치를 담근 것을 동침이라고 한다.(取蔓菁根小者 作菹 名曰 冬沈)”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원래 이름은 ‘동침’이었는데, 현대로 오면서 ‘동치미’로 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김치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김장김치와 동치미는 한국 음식의 대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자어에서 유래한 단어임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우리말로 굳은 것이고 우리 문화의 대표적인 것이니 만큼 이에 대한 보전이 더욱 절실하다.
문화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언어는 그 문화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임을 인식하자.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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