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거시적 풍랑에 배 흔들리지 않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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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는데 미시적 입장으로만 접근하면 배가 흔들립니다."
이 총재는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개최된 '대한상의 제46회 제주포럼'에서 "당장 닥친 어려움을 모르지 않지만, 미시적 입장에서만 금리 정책을 하면 배가 흔들린다"며 "거시적 풍랑에 배가 흔들리지 않게 지금은 힘들어도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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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금리 인하 어렵다
한국 고령화 속도 日보다 빨라
우리는 ‘돈 없는 노인’ 될 수도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는데 미시적 입장으로만 접근하면 배가 흔들립니다.”
한국은행이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말까지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정점을 지나 내려오는 추세지만 기업과 가계 부담에도 금리 인하가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개최된 ‘대한상의 제46회 제주포럼’에서 “당장 닥친 어려움을 모르지 않지만, 미시적 입장에서만 금리 정책을 하면 배가 흔들린다”며 “거시적 풍랑에 배가 흔들리지 않게 지금은 힘들어도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돼 환율도 많이 떨어지고 전세계의 분위기가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끝나는 것 아닌가 분위기가 되고 있다”면서도 “걱정스러운 것은 작년에 물가가 워낙 올랐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유가 등이 떨어진 것에 따른 결과로 보여 인플레이션이 실체적으로 잡힐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현재 상태에서 금리를 낮춘 뒤 다시 올릴 수밖에 없을 때 통화 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거시 정책 틀이 흔들린다”며 “기업인들은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금리는 연말까지 3.5% 수준에서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이유로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완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고, 미국이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내리면 격차가 훨씬 커져서 외환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리를 3.5%로 동결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가계부채가 큰 것이 장기적으로 결정적 부담으로 당분간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연말까지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수출 급감에 따른 위기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수출은 팬데믹 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미·중 갈등 속 한국이 중간에 껴서 타격을 입은 것도 있지만 더 큰 원인은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중국 특수를 누린 것도 있는 반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10년 이라는 시간도 소비했다”며 “미·중 갈등도 수출에 영향을 줬지만, 더 큰 작용은 중국이 중간재를 생산하고 가성비 높은 제품을 만들면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탈(脫) 중국’ 기조가 부상하는 것 관련해서도 “중국으로부터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며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관심이 몰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고령화 측면에서 일본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지만, 일본보다 우리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출산율이 더 낮고,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가계 소득과 재산을 보면 일본이 훨씬 많아 일본은 ‘잘사는 노인’이고 우리는 ‘돈이 없는 노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제주=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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