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사기도 다단계화...위험판독 서비스로 피해 차단” [헤경이 만난 사람-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디지털세대 청년 피해도 부지기수
규제 공백이 禍키워...후속법안 시급
“코인 사기는 디지털 약자에 대한 명백한 공격인 동시에, 가상자산 시장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지난 7일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evangelist) 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최 대표는 “코인 사기는 정보에 취약한 노년층이나 중·장년층이 많이 당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최근 피해자는 청년층이 대다수”라며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화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며 이런 정보 격차를 이용해 사기가 기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블록체인 기술 대중화 멀었다...에반젤리스트는 ‘기술 소매상’”=최 대표는 2018년 한국블록체인협회 설립 당시 자율규제위원회 자율규제위원을 맡으며 에반젤리스트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사전적 의미로 ‘전도사’를 뜻하는 에반젤리스트는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만들어진 직종이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 관련 지식을 일반 대중 혹은 관련 기관에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 대표는 “쉽게 말해 기술 소매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2003년부터 10여 년간 국회 보좌진으로 일했던 최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이 막 형성되기 시작했던 2010년대 초반부터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데이터 산업의 요소 기술이자 인프라 기술인 블록체인이 사회에 새로운 문화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최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 및 초빙교수 역임 후 2019년부터는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기 코인 판독 서비스 ‘뮤캅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이스뮤온오프 설립도 최 대표가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며 생긴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등장으로 관련 사기도 횡행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할 방안은 전무했다는 것.
최 대표는 “블록체인협회에 있던 2018년부터 코인 사기 피해자 관련 연락을 많이 받기 시작했다”며 “코인 사기 입증 핵심은 ‘온체인 데이터’, 즉 블록체인에서의 코인 거래내역 분석이다. 그런데 정작 일선 수사관은 물론 금융 범죄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들조차도 이를 정확하게 보지 못해 사기 입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코인 투자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정작 기술 자체가 대중화되진 않았다 보니, 자신이 어떤 코인으로 사기를 당했는지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일단 민간의 영역에서라도 사기에 대응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사기 코인 판독 서비스...피해 입증 못하는 피해자 도움=지난해 11월 최 대표가 내놓은 뮤캅스는 코인 기호나 전송자의 코인·지갑 주소 등을 통해 코인의 사기 위험성을 판독하는 서비스다. 현재까지 뮤캅스에 접수된 사기 의심 코인 사례는 현재까지 50여 건으로, 코인당 피해자가 수천 명 규모인 경우도 있다. 최 대표는 “피해가 발생한 뒤의 사후 구제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피해자를 최소화시키는 방안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뮤캅스에는 전일 대비 급등락 폭이 큰 코인이나, 최근 신고가 접수된 코인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기성 코인 분석 자료는 피해자들의 입증 자료로서도 필요하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일례로 지난달 8일 분석된 A 코인은 글로벌 유통 플랫폼 사업 지분으로 코인을 지급하고, 구매 물량이 많을수록 추가 지분을 인센티브로 제시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발행을 시작해 총 3억개가 발행됐지만, 1월 이후 거래량은 미미한 상황이다. 또 이 코인이 지향한 글로벌 유통 플랫폼은 각국 진출까지 여러 법적 검토가 필요해 사업 실현 자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한 배분 계획에서 락업(의무 보유 기간)과 베스팅(판매 가능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으나 투자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고지를 받지 못한 채 투자를 권유 받은 것으로 판단됐다.
최 대표는 “이를테면 락업이 3개월, 베스팅이 9개월 후라면 실제로는 12개월 동안 거래를 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를 제대로 고지받지못한 채 투자를 권유받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부분을 수사기관이나 법무법인도 제대로 알지 못해, 사기를 당해 신고를 했는데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되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사기성 코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기 유형이 드러나기도 한다. 사기성 코인 발행 대행 서비스 업체가 하나의 사례다. 최근 특정 지갑 업체 분석 과정에선 클레이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년에 걸쳐 19종의 사기성 코인을 발행한 정황이 나왔다. ‘주식 리딩방을 통해 프라이빗 세일(특정인을 지정해 비공개로 판매하는 것)로 투자한 코인이 락업 상태였다’는 신고를 받아 해당 코인 거래 내역을 추전하던 중, 동일한 지갑 주소로 다수의 사기성 코인이 발행돼 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이와 같이 다종의 코인을 발행하는 지갑 업체는 최근 코인 백서 제작부터 지갑 서비스 제공, 자전 거래를 통한 가격 끌어올리기, 해외 거래소 상장까지 맡아 코인 사기 ‘몸통’ 역할을 한다고 한다. 최 대표는 “기술적 전문성이 부족해 코인을 발행할 여력이 없는 사기 조직이 이런 업체들에 대행 서비스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이 같은 업체들이 이더리움 기반으로 활동하다 현재는 수수료가 저렴한 클레이튼으로 많이 옮겨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피해 보상해준다며 3·4차 사기까지...코인 사기도 다단계화”=특히 최근엔 코인 사기 역시 ‘다단계화’하는 추세라고 한다. 투자 전문가로 사칭해 주식 리딩방에서 사기성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것까지가 통상적인 유형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손실 회복을 원하는 피해자들의 심리를 노린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사기 피해를 당한 이들이 추가 사기에 걸려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이미 코인 사기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접근해 “손실 보전 기회를 주겠다”며 다른 코인에 투자할 것을 권유해, 2차 피해가 발생한다. 최 대표는 “일반적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미 심리적으로 취약해진 상태인 피해자들을 노리며 일종의 세뇌가 발생한다고 본다”며 “국내외 대형 거래소 상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투자를 강권한다” 설명했다. 이후 이 피해자들에게 다시 손실 원금을 배상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배상 과정에서 필요하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이를 이용해 제3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대출사기’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 단계에서야 피해 사실을 인지한 피해자들이 고소고발을 위해 모였을 때, 집단소송을 대리해주겠다며 법무법인을 사칭해 ‘소송비용’을 편취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대출사기의 경우 개인정보를 도용당했으니, 대출이 자의로 이뤄졌는지 타의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어 구제받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코인 투자 설명회와 같이 오프라인 영역에서 주로 사기를 당하는 중·장년과 달리 청년층은 디지털 기술에 굉장히 친화적임에도 주식 리딩방을 통한 사기에 쉽게 걸려든다”며 “사기성이 있다고 인지를 하고 있으면서도, 코인 가격 급등락이 크니 ‘먹고 빠지면 된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 “규제공백이 피해 키워...가상자산법 후속입법 시급”=규제 공백이 이 같은 사기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 역시 피해자 보호를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봤다.
가상자산법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이후 처음 마련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으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년 뒤 시행된다. 주요 골자는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해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로 하여금 가상자산 매매·중개 등과 관련해 이용자로부터 예치받은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해 보관할 것 등의 방안이 담겼다.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등을 금지하고 불공정거래 위험성이 있는 자기발행 가산자산 거래를 제한하는 등 불공정거래 규제도 담겼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이미 규제 대상이었던 거래소들에 대한 규제 강도가 세졌을 뿐, 최근 피해자를 가장 많이 양산하고 있는 ‘발행’ 영역과, 최근 피해가 발생한 ‘자산 운용사’에 대한 부분도 포함돼 있지 않아 이 영역을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는 선언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탐지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했는데, 중소형 거래소에겐 이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소형 거래소들에 대한 압박만 강화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하루 평균 코인 거래액은 11조3000억원이었다. 작년 유가 증권시장 일 평균 거래액(15조4000억원)의 73% 수준이다. 최 대표는 “기관 투자자 중심인 미국에 비해서 한국은 특히 개인거래가 활발한 편이라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며 관련 사기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할 것이기에 하루 빨리 정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최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을 둘러싼 부정적 전망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최근 코인이 범죄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면서 ‘투기성’이 짙은 코인 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이 앞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직면해야 한다”며 “AI산업 역시 2017년에 이미 ‘AI는 끝났다’는 등 비관적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챗GPT 등으로 볼 수 있듯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 발전이란 여러 실패가 누적되면서 어느 순간 계단식으로 산업이 성장하기 마련”이라며 “블록체인 역시 서비스 기술이 미흡한 상황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일 뿐 앞으로 성장 가치가 큰 시장이고, 이 때문에 더더욱 확실한 규제와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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