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신경초종 환자, 청력보존수술과 청력 재활 및 어지럼 개선에 도움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63세 여성 환자 A 씨는 서서히 진행하다가 3개월 전부터 갑자기 악화된 왼쪽 청력 저하와 어지럼이 악화돼 병원을 찾았다. 환자는 어렸을 적부터 오른쪽 청력을 잃고 단측 청력으로 살아왔기에 남아 있는 왼쪽의 청력까지 잃게 되는 경우 청력을 완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청력 감소와 어지럼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뇌MRI 에서 해당 부위에 청신경초종을 발견했다.
이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청신경초종 협진팀(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이 협진해 수술을 하게 되면 측두골 접근하는 과정을 이비인후과에서 진행하고 종양 절제를 신경외과에서 맡아했다. 이를 통해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두개저 수술을 두 전문가가 분업함으로써 각자가 맡은 부분에 좀 더 주의깊게 진행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환자에게 보다 이상적인 결과를 낼 수 있게 된다.
이 증례의 경우는 편측 청력으로 가능하면 해당 부위 청력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최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치료 계획은 신경외과 박재성 교수가 외측 후두하 접근을 통해 청력보존수술을 시도하고, 수술 후 경과에 따라 청력 재활 및 어지럼 개선 등의 조절을 이비인후과 서재현 교수가 맡아 진행하기로 하였다.
◇ 환자 수술 및 그 후 경과
환자의 수술은 신경외과 박재성 교수에 의해 2022년 12년 16일 진행됐다. 외측 후두하 접근을 통해 소뇌교각부 (Cerebellopontine angle) 에 접근해 종양 노출을 한 후, 내이도 후방벽을 먼저 제거했다. 해당 부위에서 종양의 신경외막하 경계를 찾아 종양 절제를 시행했으며, 성공적으로 청신경의 신경외막만 남긴 채 종양 절제 수술을 마쳤다.
환자의 수술 계획을 확정하고 수술 날짜를 기다리던 중 환자의 청력은 보다 더 안 좋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다행히도 수술이 의도대로 잘 진행돼 종양 절제 이후 청력은 수술 이후 보존되는 것은 물론 이전보다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보다 보존하기 어려운 청력을 보존한 만큼 수술 후 안면마비 등의 후유증도 없이 환자는 수 일내에 퇴원하게 되었다.
◇ 청력 재활 및 어지럼 개선
환자는 수술 직전에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전농상태였으나 수술 직후부터 청력의 호전을 느꼈고, 4개월이 지난 현재는 중등도 난청까지 호전되었다. 청신경종양 수술 이전에는 보청기를 착용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잔존 청력이 없는 상태였으나, 수술 후 청력이 호전되었기에 향후 보청기를 이용한 청각재활을 하게 되면 청신경 종양 이전에 소리를 듣던 기능을 상당부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약 5년전부터 만성적으로 호소하던 어지럼증도 수술 이후 상당히 호전되었기에 일상생활이 훨씬 편안해 졌다고 한다. 여전히 복잡한 운동을 할 때에는 어지럼증과 불안감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자가 전정재활운동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회복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 청신경초종이란?
청신경초종은 청각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8번 뇌신경인 청신경 (vestibulocochlear nerve)의 신경초에서 발생하는 종양이다. 청신경초종이 생기면 가장 먼저 발생하는 증상으로 청력 저하가 발생하는데, 실제로 종양은 대부분 청력을 담당하는 와우신경 (cochlear nerve) 이 아닌 전정신경 (vestibular nerve) 의 신경초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 청신경초종의 치료는 어떻게?
청신경초종의 일차치료는 보통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수술적 절제를 권합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접근법은 신경외과에서 많이 시행하는 외측 후두하 접근 (Lateral suboccipital approach) 와 이비인후과에서 많이 시행하는 미로경유 접근 (Translabyrinthine approach) 가 있다. 외측 후두하 접근은 정상적으로 뇌척수액이 존재하는 공간을 이용하여 수술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소뇌 견인 등으로 인한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로경유 접근의 경우 소뇌를 우회해서 접근 가능하지만 경로 안에 존재하는 측두골을 갈아내야 하기에 접근에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며 청력 소실을 피할 수 없다는 제한점이 있다. 이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수술방법을 선택하여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청신경초종 수술 이후 청력 보존이 가능한가?
청신경초종의 수술적 치료는 다른 수막종이나 뇌하수체 종양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해당 분야의 세계적 대가로 유명한 독일 Samii 교수의 대표논문에서 발표한 결과를 보면 수술적 전절제율이 98%에 육박하지만 수술 후 청력 보존 확율은 51%에 지나지 않는다. △주변 뇌신경 기능을 보존하며 종양 절제를 이루기 위해 찾아야 하는 이상적인 절제면은 일본 Sasaki 교수에 의해 2009년 발표된 바가 있다.△ 다만 이 절제면을 실제로 수술 중 정확하게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이에 지난 10-20년 전부터는 종양의 전절제를 노리지 않고 부분절제를 한 이후 잔여종양에 대해 방사선수술을 시행하는 보다 보존적 방법을 따르는 의사들도 많다.
이 경우 이상적으로는 추가적인 후유증 없이 성공적인 종양 조절을 이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수술적 제거 정도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종양의 빠른 재발로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며, 방사선수술의 실패 혹은 관련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제한점이 있다.
◇ 청신경초종에서의 청력 보존 수술이란?
신경외과 박재성 교수의 경우 그에 따라 적절한 수술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 왔다. 일본 Kohno 교수의 경우 뇌간에 임시로 장치 가능한 연속적 신경감시 모듈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안면신경의 기능을 모니터하여 훌륭한 안면신경 기능 보존 성과를 발표한 바가 있다. 다만 해당 장치는 상용화되어 있지 않아 국내에서는 재현이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또한, 뇌의 백색신경로 (White matter tract) 을 주로 추적하기 위해 활용되는 확산텐서 영상 (Diffusion tensor imaging) 기술을 이용하여 안면신경 등의 뇌신경들을 추적해 보려는 시도도 많이 진행돼 왔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시행해 본 결과 그를 통해 안면신경의 위치를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위치를 찾아도 절제 이후 안면마비 발생이 가능하며, 이 방법으로 청신경을 찾기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프랑스 Froelich 교수에 의해 발표된 바에 의하면 외측 후두하 접근을 하여 내이도 (IAC; Internal acoustic canal) 내부의 종양부터 접근을 함으로써 이상적인 절제면으로 신경외막하 경계 (subperineural plane) 을 찾는 방법을 기술한 바가 있고, 신경외막하 경계를 찾아 종양과 정상 조직을 박리하는 방법은 장차 청신경초종 수술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생각된다.이러한 수술 방법은 안면신경은 물론 청신경 보존에도 탁월한 효과가 기대되어 수술 후 환자들이 겪을 후유증을 줄여줄 수 있다. 본원에서도 이런 세계적인 대가들의 치료 성적들을 본받아 보다 나은 수술 성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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