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신약’ 레켐비…“증상 완화만 효과…효능대비 가격은 논란”
“레카네맙, 임상 자료 아밀로이드 단백질 충분히 제거”
27% 효능·비싼 가격은 논란 여전…“대체제 없어”
국내 신경과 전문의들은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인류의 알츠하이머 극복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가 지난 2021년 내놓았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과는 전혀 다른 약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아두헬름은 효능·부작용 논란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다만 미국 기준 약 가격만 1회에 3000만원 이상인데 인지능력 감소 완화 효과가 5개월에 27%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현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에서 진행한 알츠하이머병 관련 전문세션에서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쓰이는 약들은 일상생활 수행과 행동 문제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근본적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조치를 취하는 대증적 요법에 그친다”고 말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들이 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요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치매 유형이다. 박기형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증상으로 두통, 어지럼증과 같은 병명이 아니다”며 “일상생활에서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치매라고 하는데 통상 70%가 알츠하이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안에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쌓여 뇌세포를 죽이며 서서히 뇌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원인 물질은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학계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로 구성된 병원성 아밀로이드 섬유 응집체에 의한 연쇄적인 작용으로 발병된다는 아밀로이드 가설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실제 제약·바이오기업도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섬유 응집체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FDA로부터 승인받은 ‘레카네맙’도 이를 기반으로 한 항체치료제다. 약은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환자와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임 교수는 “이전에 여러 항체 치료제 중 실패한 약들이 많았다”면서도 “레카네맙의 임상시험 자료를 보면 충분히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레카네맙을 공동개발한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개한 임상 자료에 따르면 17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약 투여 환자의 인지 능력 감소는 위약(가짜 약) 투여군보다 27%(5개월가량) 늦게 진행됐다.
다만 ‘27%’라는 수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신경과 전문의(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유럽에서는 27%라는 효능에 대해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결국 선택은 환자 개인이 하는 것으로 의사가 관여할 부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가격 논란도 있다. 미국 기준 1년 치 약값만 2만6000달러(약 3300만원)다. 임 교수는 “요즘 말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상당히 떨어지는 약”이라고 했다. 박 교수 역시 “효과는 미약하고, 비용은 굉장히 비싸다”면서도 “치매 말기에 누워 계시는 분이 아니라, 시작 단계에서 쓰는 약이기 때문에 질병을 늦출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레카네맙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새로운 대안인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며 “이는 뇌부종과 출혈을 동반하는 것으로, 먹는 약에서 이런 부작용이 있었다면 허가가 철회됐을 만큼 조심해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카네맙의 ARIA 발생률은 약 10%다. 직전에 개발한 치료제인 아두카누맙(40%)과 비교해 나아졌지만, 3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맹철영 SK바이오팜 부사장은 “과거 아두카누맙의 경우 대표적인 부작용인 ARIA가 3분의 1 정도에서 나타났다”며 “효능이 우수하지 않은데 3명 중 1명이 부작용을 겪고 비싼 가격에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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