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를 잡아라”… 시중은행, 일반 지점 줄이고 WM 특화점포 증설

김수정 기자 2023. 7. 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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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점장급 PB 12명 배치한 TCW 신설
하나, 올해 하반기 클럽원 3호점 개점 예정
일반 점포 감축 추세, 고액자산가 점포는 증가
일러스트=정다운

최근 시중은행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 지점은 줄이고 고액자산가 대상 특화점포를 늘리고 있다. 고액자산가 자산관리(WM) 수수료를 통한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으로 은행의 성장은 고액자산가와 같은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데 달린 만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고액자산가를 위한 ‘TCW(TWO CHAIRS W)’ 조직을 신설해 이곳에 12명의 지점장급 PB(Private Banker)를 배치했다. TCW는 기존 우리은행의 고액자산가 특화점포인 ‘TCP(Two Chairs Premium)’를 개편한 것이다. TCP에서는 팀장과 부지점장급 PB가 배치됐다면 TCW에서는 지점장급 PB를 배치해 WM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TCW가 13일부터 실질적으로 출범했다”며 “TCW로 자산관리 부문 영업력을 극대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청 신고 등 사유로 간판 교체나 사무실 이전 작업은 올해 하반기 내에 이루어질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도 고액자산가를 위한 특화점포인 ‘클럽원(Club1)’을 올해 하반기 서초와 반포 일대에 신설한다. 지난해 한남동에 2호점을 개점한 이후 2년 만이다. 클럽원은 PB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와 함께 세무·법률·부동산·신탁 전문가도 상주해 있어 고객에게 은행, 증권, 생명, 캐피털 등 맞춤형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딩뱅크’ 자리를 다투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최근 1~2년 사이 WM 사업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의 PB센터인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고액자산가를 위한 팀 단위의 고객관리와 패밀리오피스 모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0억원 이상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브랜드인 신한PWM 패밀리오피스를 신설하고, 강남센터·서울센터·반포센터를 개점했다. 신한PWM 패밀리오피스는 투자컨설팅 등 단순한 자산관리에서 벗어나 개인, 가문, 기업의 생애주기별 일대일 초밀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대 주요 시중은행. /조선DB

은행권이 고액자산가 특화점포 강화에 나선 것은 자산관리(WM) 등 수수료를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하기 위해서다. 비이자이익은 펀드·보험 등 판매로 거둔 수수료나 유가증권·외환·파생에 대한 투자수익 등이다. 자산규모가 큰 고액자산가들은 자산관리 수수료나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 아울러 상속·증여, 세무·부동산 등 단순 WM 형태에서 더 넓어진 사업 영역은 은행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핵심 사업이다.

실제 은행권은 이자 이익은 증가하는 반면 비이자이익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이자 이익은 32조8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4.3%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1조8301억원으로 전년 대비 35.4% 급감했다. 또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 대비 비이자이익 비중은 평균 12%에 불과했다.

순이자마진(NIM)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4대 은행의 NIM은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국민은행 1분기 NIM은 1.79%로 지난해 4분기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신한은행(1.59%)의 NIM은 같은 기간 0.08%포인트 하락했고, 하나은행(1.68%)과 우리은행(1.65%)도 전분기 대비 각각 0.06%포인트와 0.03%포인트 내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통적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을 통한 이자이익만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최근 금융 당국도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며 “비이자이익 확대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WM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의견이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이 고액자산가 대상 특화점포를 강화하는 것과 달리 일반 점포는 빠르게 줄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포는 총 2799개로 지난해 말 대비 84개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 영업점포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20년 222개 ▲2021년 224개 ▲2022년 196개 점포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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