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가 있어야”…월 몇천원 이자도 못 내는 20대 생계대출자들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과 신청이 시작된 지난 3월 27일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대출 상담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에 대한 20대 청년층의 이자 미납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와 고정수입이 없어 한 달의 몇 천원의 이자도 갚지 못하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액생계비 대출은 전월 말 기준 총 6만3538명이 총 39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 가운데 이자를 제 때 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약 8%에 해당하는 5204명(대출취소·미실행·납일일 미도래·완제 등 제외)이다.

이자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 잘 갚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자 미납비율이 가증 높은 세대는 20대 청년층으로, 20대(만 19세 포함)의 경우 전체 대출을 받은 9244명 중 1177명(12.73%)이 이자를 미납했다.

이어 이자미납비율은 30대 10.6%, 40대 8.1%, 50대 5.9%, 70대 이상 4.6%, 60대 4.0% 순으로 집계됐다. 20대 청년층의 이자미납비율은 60대 이상의 3배가량 높은 셈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지난 3월 27일 출시됐다. 신용평점 하위 20%,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성인이면 한번에 5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자를 갚으면 6개월 뒤 또 5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단, 주거비나 병원비 등 쓰일 곳이 있으면 첫 대출도 1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연 이자율은 15.9%에 달하지만, 실질적 이자 부담은 50만원 대출 실행 시 월 6416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성실하게 납부하면 6개월마다 금리가 3%포인트씩 인하돼 6개월 후 5166원, 추가 6개월 후 3916원으로 금리부담이 줄어든다.

한 달 이자가 6000원 안팍이지만, 2030세대 기대출자의 23.33%가 이마저도 내지 못하고 있다.

소액생계비 대출의 대출액수는 작지만, 이자 미납 시 신용대출 등 차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0~30대의 높은 이자 연체율에 대해 금융당국은 도덕적 해이보다는 일자리 부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올해 한국은행 발표 자료를 보면, 작년 말 기준 20~30대의 저축은행 취약차주 대출규모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급등세를 보였다. 급전창구를 찾는 저신용 청년들이 제2금융권과 정책금융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액생계비 대출은 일자리·복지 등 비금융 연계를 하는 게 핵심”이라면서도 “일자리 연계 상담을 하고는 있지만, 강제로 시행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무엇보다 소득 창출에 대한 개인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