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 뚫고 힙한 MZ들 몰려간 곳은…천재소년 그림선물에 ‘와’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7. 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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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브레이크 2023’ 개막
16일까지 코엑스 B홀에서
작가·관객 어우러지는 축제
제이슨네일러 아트카 페인팅
블레이크 드로잉 ‘인기폭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어반브레이크 2023’이 시작된 가운데 뉴욕 출신의 세계적 그라피티 아티스트 제이슨 네일러가 현대차 아이오닉6에 그라피티를 해서 완성한 ‘아트카’를 선보이고 있다. [이승환 기자]
제이슨 네일러가 무용을 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자, 현대 ‘아이오닉6’가 무지개색의 화려한 ‘아트카’로 변신했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의 입구에서는 세계적인 그라피티 작가 네일러의 즉흥 페인팅이 펼쳐졌다. 쿵쿵대는 비트의 ‘블랙핑크’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작가는 트레이드 마크인 ‘열린 심장’을 조각하듯 그려 넣고, 파스텔빛의 색상을 자유롭게 입혔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100여명이 넘는 구름 관객들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장마와 무더위를 잊게 해줄 힙한 예술축제 ‘어반브레이크 2023’가 13일 개막했다. 2022년 관객 수 5만 명을 돌파하며 MZ세대의 사랑을 받은 아시아 최대 어반·스트리트 아트페어가 올해는 네번째 행사를 맞아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축제 컨셉의 공간 기획과 더욱 힙해진 6개의 특별전 ‘CRAZY EXPERIENCE’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어반브레이크 2023’ 을 찾은 관람객이 전시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한주형기자]
이날 11시 VIP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인기 작가와 핫한 작품을 만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MZ세대의 성지’로 자리잡은 프린트베이커리는 ‘완판 작가’ 다다즈의 신작 8점을 내걸었다. 포도, 버섯, 레몬 등 친숙한 소재를 눈코입이 달린 캐릭터로 표현한 ‘오브제’ 시리즈는 최근 열린 전시에서도 구하기 쉽지 않을 만큼 인기 만점이다. 이날 오후 완판을 알리며 첫날부터 만족스러운 판매 성과를 알렸다.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갤러리 반디트라소는 오전 중에 세계적인 인기 작가 하비에르 카예하 1점, 에드가 플랜스 2점을 팔았다. 오후에는 2500만원대 아담 핸들러 작품도 팔려나갔다.

어반브레이크는 누구나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수십만원~수백만원대의 중저가 작품이 다채롭게 판매되 미술 애호가의 문턱을 낮췄다.

어반브레이크 현장을 방문한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은 “젊은 세대들의 생각지도 못한 표현 방법이 신선하다”며 “인공지능(AI)을 통해 다 만드는 시대가 왔다지만 작가들이 잘 이용해서 전시를 하고, 그걸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보니 새로운 미술시장을 열어가는 출입문을 보는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왼쪽부터)이 카우스(KAWS) 작품 컴패니언 옆에서 김찬용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주형 기자>
어반브레이크를 개최하는 어반컴플렉스 이사회 장원철 의장은 “카우스를 비롯한 아트 토이 전시와 인공지능(AI)를 접목한 새로운 미술, 젊은 세대의 열광적 지지를 얻고 있는 스트리트 아트를 다채롭게 선보이지만, 부담없는 가격으로 ‘나만의 컬렉션’을 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올해 어반브레이크에서는 해외 초청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 임정아, 베리킴, 잠산 등 23팀의 젊고 창의적인 아티스트들이 혁신적인 전시도 선보인다. 어반브레이크는 16일까지 이어지며 인기 작가의 팬사인회와 아티스트 토크도 열린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B홀에서 열린 ‘어반브레이크 2023’에서 타이거 JK와 뮤지엄오브그래피티 창업자 앨런이 힙합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승환기자]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B홀에서 열린 ‘어반브레이크 2023’에서 타이거 JK와 뮤지엄오브그라피티 창업자 앨런이 힙합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승환기자]
베일을 벗은 ‘어반브레이크 2023’는 자유분방하게 작업하는 젊은 작가들과 MZ세대 관람객들의 축제였다. 곳곳에서는 즉석 페인팅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부스마다 작가와 함께 사진을 찍는 셔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

2011년생 천재 아티스트 니콜라스 블레이크는 오전부터 직접 드로잉을 그려 팬들에게 선물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VIP 사인회가 열린 2시부터는 길게 줄이 늘어섰다. 자신의 신작 회화작품으로 꾸며진 부스에서 남녀노소 많은 팬이 찾아와 ‘천재 소년’이 그린 드로잉과 사인을 선물 받아 돌아갔다. 작년 어반브레이크에서 니컬러스 그림을 구매한 40대 부부는 개막하자마자 니컬러스부터 찾아와 인증사진을 함께 찍었다. 부인은 “작년에 산 그림이 집에 걸려있는데 보면 볼수록 좋아서 방한 소식을 듣자마자 왔다”며 “내 아이보다도 두살이나 어린데도 신들린 듯 그리는 모습이 정말 천재 같다”고 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이지은 씨(41)는 딸 정세이 양(8·곡선초 2학년)과 함께 어반브레이크를 찾아 12세 신동화가 니컬러스 블레이크에게 ‘그림 사인’을 받았다. 이지은 씨는 “어반브레이크에 참가하려고 딸아이 체험학습 신청을 내고 코엑스에 왔다”며 “여러 부스의 형형색색 그림이나 아트 토이를 딸아이가 너무 좋아해 대만족”이라며 웃었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어반브레이크 2023’에서 ‘꼬마 피카소’라 불리는 니컬러스 블레이크가 그림을 그려주면서 사인회를 하자 대기줄이 형성됐다. [이승환기자]
‘라이브 드로잉’의 창시자인 고(故) 김정기 작가의 제자로, DC코믹스 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박재광 작가 역시 개막 첫날부터 이랜드갤러리에서 드로잉쇼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한국의 민화와 전래동화 이야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고 밝힌 그는 펜을 잡고 캔버스 위에 앉자마자 호랑이 그림을 빠른 속도로 그려내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 작가는 15일 오후 2시에도 다시 한번 라이브 드로잉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만신 김성모 작가도 이날 ‘럭키짱’ 등 자신의 대표만화 원화들이 전시된 부스에서 오전 일찍부터 관람객을 맞았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B홀에서 개막해 16일까지 열리는 ‘어반브레이크 2023’에서 관람객들이 카우스와 아트토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이승환기자]
어반브레이크의 최고 인기 부스는 저스틴 비버와 방탄소년단(BTS) 등 세계적 스타가 사랑하는 카우스(KAWS)가 특별 전시된 ‘카우스 언베일드(KAWS Unveiled)’였다. 억대를 호가하는 1.3m의 대형 피규어 컴패니언 6개가 한자리에 모였고 카우스의 대표작 아트 토이와 회화, 앨범표지, 굿즈 등 110여점이 전시됐다. 11시 30분부터 진행된 ‘도슨트계의 아이돌’ 김찬용의 전시 해설에도 구름 인파가 몰렸다. 김 도슨트는 “우울한 표정의 대표작 컴패니언은 ‘친구’란 의미를 지녔고 현대인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작품”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초식동물을 모티프로 삼은 아트 토이 ‘업템포’, 파랑새와 고독한 표정의 인물 조각이 설치된 ‘아마즈(AMAZ)’,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도마뱀을 아트 토이로 만든 ‘리자드’ 등 인기 작품이 가득한 ‘아트 토이 빌리지’는 가장 많은 인파를 동원했다.

13일 코엑스 B홀에서 개막한 ‘어반브레이크 2023’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왼쪽부터)이 국내 대표 아트토이 작품을 보면서 김찬용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주형기자]
그라피티 작가들 선망하는
카우스 소장품전과 함께
국내 대표 아트토이 작가 출동
MZ세대 소장욕 자극하기도
인천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성완 씨는 친구와 함께 피규어 아티스트 쿨레인의 부스부터 찾았다. 김씨는 “테니스공 모양의 아트 토이 등 유명한 작품이 많아서 쿨레인의 부스를 보러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 평소 피규어 아트에 관심이 많고 소장하고픈 작품도 있어 고민중”이라며 “카우스 등 유명한 작품을 몇 미터 간격을 두고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어반브레이크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첫날 방문한 황재근 패션 디자이너는 “벽에 붙어 있어야 할 그라피티들이 캔버스 위에 구현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라며 “거리의 미술을 럭셔리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발렌시아가 브랜드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고 밝혔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B홀에서 열린 ‘어반브레이크 2023’ 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한주형기자]
올해 행사에서는 23팀의 젊고 창의적인 아티스트들이 ‘솔로 부스’도 열려 치열하게 경쟁했다. 큐락(Q.rock) 작가는 상품의 겉면과 안쪽 내면을 한 캔버스에 대칭으로 그린 신작 ‘야누스’ 시리즈를 올해 어반브레이크에서 처음 선보였다. 큐락은 투명 비닐에 오브제를 넣어 이를 극사실 회화로 그리는 ‘봉다리’ 시리즈로 작년 어반브레이크에 참가한 바 있다. 이날 부스에서 만난 큐락 작가는 “야누스 시리즈로 사람이나 물건이나 양면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며 “대중에게도 익숙한 제품을 오브제로 삼는데 창작의 고통이란 측면에서 보면 인공적인 물건도 의미와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임정아 작가는 ‘슬친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대형 화폭에 담은 작품과 댄서 모니카, 화가 프리다 칼로 등 이 시대의 아이콘을 회화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찬용은 “순수회화지만 작품 접근법이 그라피티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참가 갤러리들의 전시도 개성이 넘쳤다. 첫 참가를 한 전시 플랫폼 SA+는 중국의 인기작가 런저의 조각은 8500만원의 가격에 청룡언월도를 든 관우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대작이었다. 디즈니 만화와 팝아트를 접목한 김준식의 인기를 얻었다. 서울도쿄갤러리에서는 희귀 LP음반과 시피팝 음악으로 부스를 꾸며, 시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전시를 선보였다. 아티스트팀 OWA-7HO는 패션을 소재로 활용한 회화와 옷 컬렉션을 전시에서 선보였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에서 개막한 ‘어반브레이크 2023’에서 관람객들이 장디자인아스 부스에서 오타 작가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승환기자]
휴가를 내고 초등학생 2학년 딸아이를 데리고 어반브레이크를 찾은 30대 주부 강민정 씨는 “베리 킴의 작품은 어른을 위한 환상동화처럼 보이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특히 21세기 어린 피카소로 불리는 11세 니컬러스 브레이크의 작품에 아이가 푹 빠졌다”고 말했다.

포스코스틸리온이 그라피티 아티스트 레오다브와 만든 20m 폭의 초대형 스틸그래피티월 앞에는 셀카를 찍는 이들이 늘어섰다. 휴식 공간으로 기존 VIP라운지를 대신해 마련한 하이트진로의 두껍라운지는 인기 만점이었다. 제이슨 네일러와 컬래버레이션한 한정판 두꺼비 아트토이도 두껍라운지에서 공개됐다.

LG생활건강 임프린투(IMPRINTU)부스에서도 타투 체험행사를 열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를 활용해 어반브레이크에 참여한 유명 타투 아티스트 6인의 작품 등을 직접 몸에 새기는 체험을 제공했다.

이한나·김슬기·김유태·이용익 기자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B홀에서 개막한 ‘어반브레이크 2023’에서 관람객들이 미국 뮤지엄 오브 그라피티와 공동기획한 ‘아트 오브 힙합’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그라피티 문화와 긴말하게 연결된 힙합 문화와 관련된 사진과 주요 작품이 전시되고 판매되고 있다. [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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