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절친' 델리 알리의 고백… "6세에 성적학대 당하고, 8세엔 마약 거래"
"트라우마 등 정신 건강 악화...6주간 재활시설"
손흥민·해리 케인, 알리에 응원 메시지도
손흥민(31·토트넘)의 '옛 동료'이자 '절친' 델리 알리(27·베식타스)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불우한 유년 시절을 고백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은 알리의 용기 있는 고백에 응원을 보냈다.
알리는 13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게리 네빌이 진행하는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프로그램 '더 오버랩(The Overlap)'에 출연해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과거를 고백했다.
알리는 "나의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난 6세 때 자주 집에 오전 어머니의 친구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며, 7세에는 담배를 피웠고, 8세엔 마약을 거래했다"고 충격적인 얘기를 털어놨다.
알리의 지옥 같던 생활은 새 부모를 만나면서 회복되기 시작했다. 알리는 "12세 때 새 부모에게 입양됐는데 그들은 내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왔다. 신이 사람을 창조했다면 바로 그들이었다"고 말했다.
알리는 1996년 영국 밀턴 케인스에서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머니와 지내다 9세 때 아버지와 함께 나이지리아로 넘어가 2년 동안 살았다. 이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생활했다.
사실 알리는 최근 사진 한 장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지난 4월 영국 데일리메일은 알리가 풍선을 물고 있는 듯한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것이 치과 등 병원에서 마취 용도로 사용하는 이산화질소인 '히피 크랙'을 흡입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사진 속에는 히피 크랙 외에도 술과 담배 등 현역 프로선수가 접하면 안 되는 것들이 즐비했다. 이같은 소식에 '아스널 레전드' 레이 팔러는 "알리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 커리어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다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알리의 당시 보도에 영국 내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누군가 그를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한 때 영국의 촉망받던 소년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알리는 '더 오버랩'에서 "중독과 정신 건강,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재활시설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고백했다. 알리는 "수면제에 중독됐고 정신 건강 문제로 병원에 다녔다. 나는 불행한 가정사를 겪었다. 이로 인해 술과 자극적인 것들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에 일어나 훈련장에 가면 항상 웃고 행복한 척, 극복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나와의 싸움에서 항상 졌다"면서 "불면증에 시달렸고 수면제에 중독됐다"고 고백했다.
알리는 10대 시절부터 눈에 띄며 축구 천재로 불렸다. 그는 16세 때인 2012년 잉글랜드 3부리그인 밀턴킨스 던스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2014~15시즌 밀턴킨스 던스를 2부로 승격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많은 빅 클럽들의 관심을 받았다. 19세 때인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해 잉글랜드 프리이머리그(EPL)에 입성했다. 당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밀턴킨스 던스에서 맹활약하던 알리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적을 성사시켰다. 이후 알리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함께 'DESK 라인'을 구축, 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까지 견인했다.
그러나 알리는 2019년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을 떠난 이후 급격하게 내려앉았다. 조제 무리뉴 감독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거치며 주전 자리를 잃더니, 급기야 지난해 1월 토트넘을 떠나 에버턴으로 이적했다. 말이 이적이지 방출이었다.
그의 하락은 에버턴에서도 이어졌고, 지난 시즌 튀르키예의 베식타스로 임대를 갔다. 베식타스에서도 별 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돌며 한 없이 추락했다. 베식타스도 그를 포기한 듯 했고, 알리는 지난 4월 영국으로 돌아왔다.
알리는 "튀르키예에서 영국으로 돌아왔을 때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황이었고, 정신 건강을 위해 재활시설에서 6주 간 치료했다. 당시 에버턴은 나를 100% 이해해주고 지원해줬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나를 도와주고 싶어했지만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다. 3주 전 재활시설에서 나왔고 이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손흥민과 케인은 알리의 용기 있는 고백에 응원을 보냈다. 손흥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리와의 사진과 함께 "너의 용기 있는 말이 많은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 네가 자랑스럽다"고 게재했다. 케인도 SNS에 알리의 인터뷰 영상을 올리며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 알리가 자랑스럽다"고 응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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