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꿀잠'에 취한 삼성·LG…40兆 시장 노리고 '수면 장애' 고치기 안간힘

장유미 2023. 7. 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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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반지·시계 등 앞세운 '슬립테크' 시장 급팽창…연평균 22% 이상 성장 예상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수면(Sleep)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슬립테크'가 가전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관련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슬립테크 시장은 2026년 40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스타트업들도 주도권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인드 웰니스 솔루션 '브리즈(brid.zzz)' [사진=LG전자]

14일 시장조사업체 비전게인에 따르면 글로벌 슬립 테크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61억 달러(약 21조원)에서 2033년까지 매년 연평균 2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해당 시장이 2026년에 321억 달러(42조1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슬립테크 제품은 그간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 매트리스·이어폰·조명 등 다양한 제품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각 제품에는 사물인터넷(IoT)·센서·레이더·AI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애플·아마존도 눈독 들인 '슬립테크'…'수면 패턴' 분석이 핵심

슬립테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 패턴'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다. 불면증 등 수면 장애를 앓는 이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여러 장비를 머리에 붙인 상태로 잠을 검사해야 해 번거로웠다.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하는 데다 비용도 수십만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수면 장애를 방치하기 일쑤였다.

명품 브랜드 구찌와 오우라(OURA)가 협업해 선보인 구찌 스마트 반지 [사진=구찌]

이 같은 점을 고려해 IT 업체들은 AI와 각종 IoT 센서 기술을 적용한 수면 분석 기기와 앱을 선보였다.

미국 스타트업 오우라는 끼고 자면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 패턴을 측정해주는 스마트 반지를 내놨고, 샤오미는 내부 센서를 이용해 심장 박동, 호흡, 신체 움직임 및 코골이를 파악해주는 '미지아 스마트 베개'를 출시했다. 아마존은 탁상 시계·조명 역할을 하면서도 전자파가 적은 레이더가 내장돼 사용자가 자는 동안 움직임을 파악하는 '헤일로 라이즈'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미국 스타트업 슬립넘버도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침대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사용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체형에 맞춰 침대의 높낮이와 각도 등을 조절함으로써 사용자가 질 좋은 수면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필립스는 사용자 수면 뇌파를 분석한 뒤 적합한 백색소음을 들려주는 헤드밴드를 선보였다.

바이오액티브 센서 구동 원리와 특징 [사진=삼성전자]

애플과 삼성은 각각 애플워치, 갤럭시워치 등 스마트워치로 착용 시 수면의 질을 분석해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워치'의 바이오액티브 센서로 ▲수면 중 뒤척임 ▲렘(REM)수면 시간 ▲혈중 산소포화도 등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슬립테크 시장을 노리고 지난 2월 기존에 폐업했던 의료기기 수입업 허가를 3년 만에 다시 획득했다. 지난 2014년 의료기기 수입업을 허가 받았으나, 2020년에 의료기기 수입업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웨어러블 슬립테크 시장의 80% 가량은 스마트 워치로 이뤄져 있다"며 "혈압과 심전도를 포함해 다양한 건강 상태 측정 기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스마트 워치의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접은 LG전자, 신기술로 경쟁사 압도…시장 성장성 ↑

반면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는 스마트워치가 아닌 '이어셋'을 앞세워 슬립테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어폰처럼 꽂고 자면 수면 시 뇌파를 측정해 깊은 수면에 들 수 있는 특정 주파수를 들려주는 '브리즈'를 이날 출시했는데, 올해 초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에서도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은 왼쪽 뇌와 오른쪽 뇌에 각각 다른 주파수를 전달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으로, 무선 이어셋과 뇌파 조절 유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된다. 임직원의 아이디어를 사업화 한 'LG 랩스'의 첫 제품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LG전자는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과도 손잡고 최근 수면 단계에 따라 자동으로 침실 에어컨을 조절하는 테스트 앱 '꿀잠 온도'를 내놓기도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양사가 업무 협약도 맺었다.

이 외에 LG전자는 슬립테크를 아우르는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하고 이를 키우기 위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사 경영 목적에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도 추가했다. 더 나아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신사업으로 삼고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북미이노베이션센터(NAIC)를 중심으로 투자 규모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대 규모 가전 및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CES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슬립테크 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CES 2022' 마련된 슬립테크 관 전경. [사진=장유미 기자]

삼성전자도 가전사업에서 가전 제어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슬립테크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성수동에서 스마트싱스의 수면모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비스포크 공기청정기를 무풍 모드로, 에어컨은 체온에 적합한 온도로 전환하는 등 숙면을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직접 조성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또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앱에 다른 회사의 수면 관련 제품을 등록해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를 확대해 숙면을 원하는 이용자의 선택 폭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현재까지 스마트싱스에 등록된 타사의 스마트 조명의 종류는 80종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숙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슬립테크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며 "현대인의 수면 부족과 기술의 발전이 맞물려 수면을 돕는 기술 산업은 앞으로도 급격히 팽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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