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잘나가니 구글·애플서도 탐내… ‘유튜브급 슈퍼 플랫폼’ 키우자
국내서 20년된 웹툰 서비스
해마다 40% 안팎 시장 성장
2030년엔 70조 돌파 전망
드라마 · 굿즈 이어 출판까지
2차 저작물로 세계서 인기몰이
글로벌 빅테크기업 도전장
“오히려 슈퍼 플랫폼 될 기회”
한국에서 탄생한 웹툰은 최근 10여 년 만에 1조5000억 원 규모로 10배 성장했다. 해외시장은 4조 원으로 추정하는데, 해마다 40% 안팎의 성장률을 보여, 2030년에는 7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는 짧지만 이미 K-웹툰은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와 함께 ‘글로벌 표준’이 됐는데,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들까지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지식재산권(IP) 빅뱅’ 시대, 그 최전선에서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K-웹툰. 어떻게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며 ‘골리앗’과 경쟁할 수 있을까. 가는 곳이 곧 ‘길’이었던 K-웹툰. ‘다음 단계’를 그려본다.
◇무한 확장 IP…‘웹툰’이라는 콘텐츠의 바다 = 지난 4∼6일 사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K-스토리&코믹스 인 유럽’에는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200여 명의 콘텐츠 바이어들로 북적였다. 유럽 주요 출판사와 미디어 그룹, 웹툰·웹소설 플랫폼, 그리고 게임 기업과 콘텐츠 제작사까지 참여하는 등 현장은 한국의 웹툰에 대한 관심과 열기로 가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이 기간 300여 건의 수출상담이 이뤄졌고, 유럽 시장을 상대로는 역대 최대인 527만 달러(약 68억8500만 원)의 계약액을 달성했다. K-콘텐츠의 원천으로서 질적, 양적으로 독보적인 웹툰의 위상을 다시 확인했고, 동시에 ‘서브컬처’였던 웹툰이 K-드라마와 K-팝처럼 ‘대중문화’의 한 카테고리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수만 보아도, 현상은 뚜렷하다. 예컨대, 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에 오른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 ‘이태원 클라쓰’와 ‘사내 맞선’, 그리고 최근 ‘사냥개들’에 이르기까지 인기 드라마 대부분이 웹툰이 원작이다. 지난 10년(2011∼2020)간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의 약 32.4%가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드라마 3편 중 1편이 웹툰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본부의 오하영 박사는 “영상화 쉬운 포맷과 소재의 다양성, 낮은 투입 비용 등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2차 저작물로 출판도 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럽 만화 시장을 이끄는 프랑스에서 반응이 크다는 점이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프랑스 출판사 델쿠르는 한국 라이선스 작품만을 펴내는 브랜드 ‘케이북스’를 통해 ‘나 혼자만 레벨업’을 책으로 출간해 120만 부 이상 판매를 기록해 큰 성공을 거뒀다. 또, 미셸 라퐁은 최근 네이버웹툰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내 남편과 결혼해줘’ ‘입학용병’ 등을 발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빅테크 진출은 위기?… “슈퍼플랫폼 될 기회다” = 해외시장을 이끄는 국내 웹툰 회사는 네이버의 ‘웹툰’과 카카오의 ‘픽코마’, 또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 ‘태티툰’ 등이 있다. 종주국 프리미엄으로 인해 이들의 점유율은 압도적인데, 글로벌 디지털 만화시장 상위 10개 중 6개가 국내 앱이다.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이 플랫폼의 웹툰 독자 8500만 명 중 80% 이상이 해외 독자이며, 카카오의 픽코마는 2021년 세계 만화 앱 중 소비자 지출 1위에 올랐다.
애플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웹툰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아마존은 이미 일본에서 킨들과 연계한 ‘플립툰’을 선보였고, 애플북스도 하반기 ‘버티컬 코믹스(세로 읽기 만화)’ 서비스를 선보인다. 케나즈 등 한국 웹툰 제작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빅테크의 진출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김천수 동의대 교수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구글과 같은 슈퍼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지닌 것이 웹툰플랫폼이라면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창작자 권리나 인공지능(AI) 저작권 문제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표준’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싸이월드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되지 못하고 사라진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면서 “구글이나 애플의 자본력에 ‘웹툰종주국’이 무너지지 말란 법도 없다”고 경고했다.
네이버 측은 웹툰 시장 파이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빅테크 진출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 서비스 10년 동안 경험하고 구축한 작가-플랫폼-제작 생태계가 성숙 단계에 있고, 빅테크들도 이를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제작사들도 반색한다. 한 제작업체 대표는 “더 많은 작품이 해외로 진출할 기회”라면서 “웹툰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로 올라서고, 웹툰 플랫폼들은 글로벌 슈퍼 플랫폼으로 성장할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웹툰 플랫폼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의 주요 사업으로 주목받으며 ‘웹툰’이 제대로 홍보되고 있다”고 반겼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웹툰의 확장, 발전 속도에 발맞추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 시장의 급성장으로 창작자 발굴과 인재 양성이 절실해지고 있는 만큼 1인 제작 스튜디오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8000억 원 규모의 불법웹툰 시장 근절과 생성 AI 기술 도입 등은 저작권 관련 법제화가 늦어지면서 여전히 숙제로 남겨졌다.
■ 큰 손 독자 늘고… ‘팬덤 시장’ 확대
웹툰 시장은 최근 몇백 원을 내고 작품을 보는 독자에서, 수십만 원씩 굿즈를 사는 ‘큰손’ 소비자를 늘리며 ‘팬덤’시장화하고 있다.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들은 ‘무료 보기’ 방식으로 독자들을 늘려왔는데, 점차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슈퍼 플랫폼들처럼 유료 독자 수를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팬덤’은 그 ‘씨앗’이다. 얼마 전 원작 웹소설 단행본 펀딩에 12억 원을 모은 ‘화산귀환’이나, 주인공들의 졸업앨범 제작에 수억 원 펀딩이 이뤄진 ‘연애혁명’이 대표 사례다.
또, ‘더 현대 서울’에서 굿즈 판매를 한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은 기존 ‘슬램덩크’ 기록을 제치고 더 현대 팝업스토어 방문객 수를 경신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팬덤 시장은 연재가 끝나도 IP 수명을 연장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웹툰 주인공의 생일카페를 열고 옥외 광고 등을 게시하는 등 K-팝 아이돌 팬층과 표현과 소비 방식에서 유사한 경향을 띠기도 한다. K-콘텐츠 전문가들이 왜 ‘제2의 K-팝’으로 K-웹툰을 지목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일본 전자책 시장서 날개 단 K-웹툰… 슬램덩크 같은 ‘슈퍼IP’ 만들겠다”
다온크리에이티브 이용만 대표
“세계 최대인 일본 만화 시장에서 K-웹툰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현지 전자책출판시장의 성장과 함께 ‘K-스토리’도 날개를 달게 될 것입니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 웹툰을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는 다온크리에이티브(이하 다온)의 이용만(사진) 대표는 최근 참여한 ‘2023 K-스토리&코믹스 인 재팬’에서 “지식재산권(IP) 2차 사업 공동추진 기회를 잡았다”면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 수출상담회에는 아마존 재팬을 비롯해 소니뮤직, TBS, 슈에이샤 등이 참여해 K-웹툰 IP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다온은 2021년 카카오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으며 화제가 됐는데,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데못죽)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이 카카오페이지에서 5000만∼1억 뷰에 달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아직 유료만화 시장이 걸음마 단계였던 2014년 다온을 설립한 이 대표는 “이제 유료만화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돌입한 것 같다”면서 “‘데못죽’의 경우처럼 다양한 2차 사업을 전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퍼 IP 수십 개를 보유하고 싶다”는 이 대표는 “웹툰 제작 환경의 선순환 생태계는 이미 완성 단계다. 그보다는 세제 혜택이나 IP 기반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테크의 진출로 시장 확대를 기대한다”면서 “ 당분간 한국 업체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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