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플레이션 우려에...유업체 이어 유통사 소집한 농식품부
정부 물가 안정 요청에 유가공업체 난색 표하자
이번엔 유통사 만나는 농식품부
유통사도 “더 이상 마진 축소 어렵다” 입장
전문가 “유가공업체가 경쟁력 키워야”
정부가 14일 우윳값 인상에 대한 유통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유가공업체 10여 곳을 불러 유제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유가공업체가 사실상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자 대형마트 등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대형 유통사는 이 자리에서 유제품의 유통마진을 낮춰달라는 요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유가공업체 이어 유통사 만나는 농림축산식품부
정부가 유가공업체에 이어 유통사까지 만나는 것은 빵·과자 가격을 겨우 내린 가운데 우유가격 인상으로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제분가격을 낮추고 빵과 과자 값을 낮춘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지난 7일 농식품부와의 간담회에서 유가공업체는 낙농가가 원유가격을 덜 올리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펼쳤다. 낙농업계에서는 원유값을 리터(ℓ)당 69~104원 수준으로 올릴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리터 당 원유 가격은 996원으로, 69원만 올리더라도 리터당 1000원이 넘는다.
유업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상승폭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우윳값을 연동해서 올리지 않으면 적자를 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도 “낙농가부터 원유 가격을 덜 올려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면서 “우윳값은 원유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흰 우유의 경우엔 마진이 크지도 않다”고 했다.
유통사들도 유가공업체들만큼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다른 제품 대비 우유는 이미 이익율(마진율)이 낮아서 더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부담이 유통단으로 전가되면 부담이 큰 상황”이라면서 “다른 마트들과 경쟁을 위해 소비자에게 최저가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 가공유업체, 원윳값 오르면 우윳값 올린다는 단순논리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유가공업체가 경쟁력을 키우는 수 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저출산 시대에 돌입하고 유제품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오는 2026년부터는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전면 철폐되기 때문이다.
유가공업계에 따르면 미국산 유제품의 관세율은 오는 2026년부터 0%다. 관세가 철폐되면서 미국산 유제품이 국내 유제품보다 낮은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침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올해 미국산 유제품의 관세율은 7.2%. 지난해 관세율(9.6%)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내년엔 2.4%로 4.8%포인트 더 떨어진다.
유럽연합(EU)의 관세율은 올해 0.9%지만 2026년 0%로 관세가 사라진다. 장기적으로는 호주(18%)와 뉴질랜드(19.8%)도 각각 2033년과 2034년에 관세가 폐지될 예정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원유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관세까지 사라지면 국내 가공유업계의 경쟁력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의 리터당 원유 가격은 2020년 기준 1083원이지만, 미국은 491원, 유럽은 470원이었다.
이미 유제품 수입량은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유제품 총수입량은 2019년 95만8400t에서 지난해 153만4900t까지 증가했다. 신선도가 중요한 우유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멸균우유를 포함한 생우유의 상반기 수입량은 3만530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3% 늘었다.
대형마트에서는 프랑스산 치즈, 폴란드나 독일산 멸균우유 등을 이미 진열대에 비치했다. 업계는 당장 커피 프랜차이즈 등이 라떼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우유를 수입산 제품으로 빠르게 교체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원유가격이 오르면 단순히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 이익이 얼마 나지 않는 부분을 상쇄할 수 있도록 수익모델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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