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제4 누누티비 통제할 수 있을까 [視리즈]
잠잠해진 듯한 누누티비 사태
정부 유례 없는 적극적인 조치
누누티비 시즌2도 하루 만에 종료
하지만 변종 사이트 생기고 있어
또다른 누누 사태 막을 수 있나
# '누누티비 사태'가 일어난 지 3개월이 흘렀습니다. '누누티비 때문에 망한다'는 OTT 업체들의 아우성에 정부가 칼을 빼 들었고, 누누티비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누누티비2가 잠시 고개를 들긴 했지만 정부의 통제에 부담을 느꼈는지 하루 만에 장사를 접었죠.
#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한층 더 교묘해진 수법으로 법망을 피하는 '변종 사이트'들이 생기고 있어서입니다. 더스쿠프가 OTT 변종 사이트의 그림자를 추적해 봤습니다. '교묘해진 변종 사이트' 첫번째 편입니다.
"아래 링크는 강의에 언급된 영화들 전편을 감상할 수 있는 무료 사이트를 링크한 것입니다. 주말에 영화를 미리 감상하면 예습 겸 수업 이해에 도움이 될 겁니다." 지난 3월, 한 대학의 교수가 학생들에게 전달한 게시물의 내용입니다. 여기엔 교수가 지정한 영화를 볼 수 있는 링크가 담겨 있었는데, 그중 상당수가 불법 사이트로 이어지는 링크였습니다.
이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선 "교수가 불법 사이트를 써도 괜찮냐" "교육 목적으로 쓰는 건 저작권법에 저촉하지 않는다" 등 갑론을박이 쏟아졌습니다. 이번 기사에서 교수 행동의 옳고 그름을 따지진 않겠습니다만, 알아둬야 할 건 있습니다. 대학 교육자료로 사용할 정도로 불법 사이트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점입니다.
■ 일상 파고든 불법 사이트 = 이들 불법 사이트가 다루는 콘텐츠는 방대합니다. 드라마부터 영화·애니메이션·웹툰·성인물 등 온라인에서 시청 가능한 모든 볼거리를 망라합니다. 이 모두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법 사이트는 늘 익명의 사람들로 붐빕니다. 문제는 불법 사이트에 이용자가 몰릴수록 여기에 연관된 산업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요즘 뜨고 있는 OTT 업계가 대표적입니다. 올 초 OTT 시장을 불법 사이트 '누누티비'가 벌집 쑤시듯 헤집어놨습니다. 2021년 6월 문을 연 누누티비는 국내외 OTT 업체들의 콘텐츠를 한데 모아 무단으로 송출했습니다.
누누티비에 가면 모든 OTT 콘텐츠를 공짜로 볼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이보다 좋은 플랫폼'이 없었을 겁니다. 누누티비가 단기간에 어마어마한 이용자를 모을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누누티비의 접속 주소 중 하나인 'noon oo28.tv'의 3월 방문자 수는 2900만명에 달했습니다. 국내 OTT 서비스인 티빙(tving)과 웨이브(weave)의 6월 10일~7월 10일 한달 방문자가 각각 1880만명, 1360만명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누누티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누누티비가 뜰수록 국내 OTT 업계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누누티비로 OTT 업계가 입은 피해 규모는 4조9000억원에 이릅니다(2월 기준).
하지만 누누티비를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서버가 파라과이·도미니카공화국 등 해외에 있는 탓에 사이트를 차단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차단하더라도 'nono25.tv' 'nono26.tv' 등 주소를 살짝 바꾸는 식으로 금세 복구하기 일쑤였습니다.
■ 칼 빼든 정부와 국회 = 보다 못한 정부가 칼을 빼 들었습니다. 3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법무부·방송통신위원회·경찰청·방송통신심의위원회 7곳이 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방송통신심의위는 4월부터 이통3사 등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협력해 누누티비를 비롯한 각종 불법 사이트 주소의 차단 횟수를 크게 늘렸습니다. 기존엔 월 1~2회 차단하는 게 전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행보임에 틀림없습니다.
국회에서도 '누누티비 잡기'에 나섰습니다. 3월 22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게 대표적입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ISP 같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국내에 캐시서버(콘텐츠가 복사된 서버)를 설치할 경우, 특성 주소 차단을 의무화하는 겁니다. 이 개정안이 통과하면 이통사의 눈을 피해 캐시서버로 콘텐츠를 우회 송출했던 불법 사이트들이 서버를 유지하는 게 어려워집니다.
누누티비 백기 들었지만…
이 때문인지 정부와 국회의 대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누누티비는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4월 13일, 홈페이지에 '14일 자정에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지 한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누누티비가 의외로 쉽게 발을 뺀 셈인데, 전쟁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누누티비가 문을 닫은 지 두달여 만인 6월 초, 스스로를 '누누티비 시즌2'라고 부르는 불법 사이트가 생겨났습니다. 누누(noonoo) 로고를 그대로 갖다 쓴 건 물론이고, 홈페이지 외관도 누누티비와 다를 게 없었죠. 사실상 누누티비가 부활한 셈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엔 정부가 곧바로 대처에 나섰습니다. 과기부는 지난 6월 18일 "누누티비 시즌2와 같은 유사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누누티비 시즌2'는 곧바로 꼬리를 내렸습니다. 하루 만인 19일에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죠.
그로부터 한달이 흐른 현재, 누누로 대표되던 불법 사이트는 이제 종적을 감췄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6일 '티비몬'이란 사이트가 범죄도시3를 링크 형태로 송출하면서 불법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범죄도시3가 VOD(주문형 비디오)로 풀린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죠.
그럼 티비몬도 누누티비처럼 강력하게 규제하는 게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누누티비와 다르게 티비몬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쓰고 있는 걸까요? 여기엔 또 어떤 문제가 숨어 있는 걸까요? 2편에서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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