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일본은 부자 노인, 한국은 가난한 노인”
“당분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진 말아 주십시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에서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2.7%까지 내려와서 일각에서 이제 금리를 내려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아직 이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그 이유에 대해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지난해 물가가 급등한 기저효과 영향도 있다”며 “향후 두달 정도는 물가 상승률이 3% 이하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후엔 기저 효과 등으로 3%대로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빠르게 금리가 올라가진 않겠지만 당분간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통화 정책이 냉탕 온탕을 왔다갔다하면 거시 경제 틀이 흔들리기 때문에 위험하다. 앞으로의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유지할지 올릴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통화 정책은 미시 경제 하나하나를 고려하면 안되고, 큰 배가 흔들리지 않게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며 “그 이후 일어나는 어려움들은 잘 살펴보며 조정해가겠다” 말했다.
이 총재는 “한 때 환율이 1400원 이상 올랐을 때 국내에서 ‘달러 통화 스왑’을 얻어오라고 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미국 달러 스왑은 3가지 조건이 있어야 가능하다. 먼저 전세계 달러 부족 사태가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미국 외 주요 금융 시장이 흔들려야 하고, 이로 인해 미국 기업이나 가계가 곤란을 겪어야 한다. 이를 미 국회에서 설명을 해야 가능한 일인데, 당시 달러 강세는 전세계 현상으로 모든 나라가 공통된 상황이어서 한국이 달러 스왑을 얘기하니 해외 관계자들은 “한국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의아해 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그는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경제와 닮아갈 것이냐는 질문에 “비슷하게 갈 것으로 보지만, 더 안좋은 점은 우리가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낮고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라며 “일본은 불황 이전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돈을 많이 벌어놨다. 한마디로 일본은 돈이 많은 노인이고, 우리나라는 돈이 없는 노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일본보다 나은 점은 우리 나라 기업과 젊은층이 일본보다 더 다이내믹하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구조조정을 잘하고 대응을 잘 하면 일본처럼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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