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진 취향, 감각적인 혀…아는 만큼 맛있다[주식(酒食)탐구생활 ㉒]

박경은 기자 2023. 7. 14. 1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면

“식초에서 혀를 감싸는 우아한 단맛이 난다는 게 이런 느낌이네요. 물과 희석해서 음료로 마셔도 좋을 것 같아요.”(로제 발사믹 콘디멘토)

“눅진하고 깊은 맛이 납니다. 이 식초는 스테이크 소스로 얹어 먹기에도 적합하겠어요.”(IGP 발사믹)

“간장, 조청이 살짝 섞인 것 같고 감칠맛도 좋아요. 초간장 대신 이 식초를 곁들이면 음식 맛을 훨씬 산뜻하게 살려주겠는데요.”(순발효 흑초)

이달 초 서울 성수동 오프컬리에서 열린 ‘미식 도슨트’. 주제는 식초였다. 다채로운 식초의 풍미를 맛보고 식초의 산미가 음식에 더해졌을 때 어떻게 맛을 변화시키는지 체험하는 시간. 참가자들은 주재료와 제조 방식이 다른 천연 식초들의 맛을 봤고 이를 재료 삼아 셰프가 즉석에서 만든 음식도 시식했다. 와인 식초와 발사믹 식초의 차이는 무엇인지, 같은 발사믹 식초로 묶여 있더라도 전통 DOP·상업용 IGP·콘디멘트가 어떻게 다른지 등 식초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도 쉽고 재미있게 나눌 수 있었다. 90분간의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고 할 만큼 참가자들의 몰입감과 만족도도 높았다. 클래스에 참여했던 요리 연구가 우정욱씨는 “다양한 식초의 세계를 접하며 저마다 가진 맛의 차이를 느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면서 “더 많은 요리에 활용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프컬리에서 열린 미식도슨트 ‘인사이드 식초’. 다양한 식초의 풍미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말은 음식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아는 만큼 맛있다. 올리브오일을 사용하는 요리라도 어떤 품종,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완성된 음식이 주는 풍미와 만족감은 크게 달라진다. 같은 샐러드를 버무리더라도 유기농 애플사이다 식초를 썼는지 레드와인 식초를 썼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요리가 된다. 식재료가 가진 저마다의 맛을 이해하게 된다면 더 좋은 맛을 찾을 수 있고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발견할 기회도 얻게 된다. 때문에 식문화에 관한 관심이 깊어지고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식재료에 천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켓컬리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식재료 탐구 프로그램 ‘미식 도슨트’는 개인의 취향을 발견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덕분에 식재료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가을 올리브오일을 시작으로 올 초 치즈, 그리고 최근의 식초까지 주제별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식재료에 관심이 많더라도 개인이 종류별로 다양한 제품을 구해 한자리에서 비교하며 시식, 평가하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컬리의 미식 도슨트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교재들

지금은 웬만한 가정마다 한 병 정도는 갖고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올리브오일. 시중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생산한 수많은 브랜드의 올리브오일이 판매되고 있지만 가격이나 용량을 보고 고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리브오일도 와인 만큼이나 다양하고 저마다의 맛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국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순인데 각 나라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과 맛의 특징이 다르다. 마켓컬리는 올리브오일로 첫 도슨트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세계 3대 올리브 생산국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어떤 맛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음식과 어울리는지를 테이스팅했다. 한 회차에 8명씩, 2달간 진행됐던 이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매진됐고 연장 요청이 빗발치면서 한 달 더 이어졌다.

올리브오일과 식초 도슨트를 담당했던 이영라 셰프는 “도슨트라면 보통 예술 작품을 떠올리게 되겠지만 식재료도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탐구하고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쿠킹 클래스는 많았으나 특정한 식재료의 개성이나 품종의 차이를 비교하는데 집중하는 프로그램은 드물었던 편이다. 최근에는 식재료에 초점을 맞춘 클래스도 늘어나고 있다.

중년을 대상으로 한 취미문화 커뮤니티 ‘오뉴’는 최근 토마토를 주제로 테이스팅 클래스를 열었다. 발렌시아, 그린타이거 등 강원도 영월의 한 농장에서 자라는 10여 가지 품종의 각양각색 토마토를 한자리에서 비교하고 맛보면서 토마토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시식하는 구성이었다. 식초나 오일과의 페어링을 통해 자신의 토마토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한 부분에서도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후추 클래스를 안내하는 인사이트 플랫폼 인스타그램

F&B 전문 커뮤니티인 인사이트 플랫폼은 매달 ‘월간 식재료’라는 타이틀의 오프라인 클래스를 통해 특정한 식재료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양파, 치즈 등을 테마로 했으며 이달 26일로 예정된 클래스에서는 후추를 테마로 한다. 후추브랜드 오페퍼의 정록윤 디렉터는 캄폿다크레드, 캄폿블랙, 마다가스카르화이트 등 후추의 품종과 활용법에 대해 안내할 예정이다.

서울 서초동의 프랑스 치즈 수입 매장인 르므니에는 매달 정기적으로 치즈 클래스를 연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치즈 꽁떼와 생넥테르, 브리, 에푸아스, 로크포르 등의 맛과 질감을 비교하면서 여러 가지 와인과의 페어링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치즈샵 르므니에에서 마련하는 치즈 클래스

이달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서울 동대문 DDP에서 열렸던 컬리 푸드페스타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취향찾기’ 코너는 파스타, 치즈, 커피 등 식재료에 관한 정보를 그래픽 자료로 볼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곳이다. 별다른 시식이 없었음에도 많은 관람객이 몰렸는데 특히 파스타 코너는 줄을 지어 기다릴 만큼 관심이 컸다. 카르보나라, 페스토, 크림, 라구, 오일 중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소스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파스타를 살펴볼 수 있다. 페스토 소스를 좋아한다는 한 관람객은 “그동안 별 생각 없이 스파게티면으로만 먹었는데 푸실리, 파르펠레, 카펠리니 등이 더 좋은 궁합을 보인다고 한다”면서 “식재료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