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일본은 잘 사는 노인, 우린 돈 없는 노인 우려”
최근 3개월간 ‘가계부채 증가’도 부담
“하반기 반등 중국·반도체 영향받아”
“대중 수출 감소 ‘중국 특수’ 안주 영향”
“연말까지 (금리를) 내린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글로벌 경제동향과 기업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미국이 금리를 두 번 정도 올릴 수 있는데 우리가 내리면 격차가 훨씬 커져 외환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한 대중국 수출의 구조적 문제, 일본식 장기 경기침체 우려 등에도 소신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니까 가계부채가 최근 3개월간 늘어났다. 가계부채가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며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올릴 것인지 내릴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통화위원회의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했지만 8월 이후 다시 올라서 연말에는 3% 내외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타깃(목표) 하는 상승률은 2% 정도 되는데 이 상태에서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 통화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고 거시경제의 전체 틀이 흔들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물가 안정에는 안도감을 표시했다. 이 총재는 “다행스럽게도 이틀 전에 미국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해서 (전년 동월 대비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3%가 나왔다”며 “환율이 많이 떨어지고 전 세계 분위기가 이제 (고인플레이션이 시대가)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 경기 반등을 예상하면서도 속도는 중국의 성장률과 국내 반도체 업황 회복세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속도가 문제지만 반등할 것으로 본다”면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고, 반도체 가격이 더 내려갈 데가 없다고 하는데 거기에 따라서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국 수출 감소는 미·중 갈등의 영향도 있지만 한국이 10여년간 ‘중국 특수’에 안주해 산업 구조조정을 소홀히 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대중국 수출은 2017년부터 내려오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중국 특수라는데 십몇 년간 익숙해져서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을 때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가 많이 생기면 중간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 있는 내연기관 중소기업들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정비공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변화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이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를 따라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본 경제가 고령화라는 점에서 우리가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고령화 스피드도 일본보다 더 빠르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버블이 꺼지기 전에 경상수지 흑자를 큰 폭으로 가져서 그때 해외투자를 많이 했다”며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소득이고, 가지고 있는 재산을 보면 일본이 훨씬 많다. 일본은 잘사는 노인이고 우리는 돈이 없는 노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 |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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