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0세, 워킹맘, 그리고 최고 무용수…발레리나 강미선의 '발'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3. 7. 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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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이모션' 발레로 한의 정서 표현해
독특했던 감독 디렉팅…'채끝맛처럼 춰라'
출산 5개월만에 복귀…'워킹맘 발레리나'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미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얼마 전 정말 자랑스러운 소식이 하나 들려왔죠. 한국의 발레리나 강미선 씨가 무용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우수 여성 무용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역대 다섯 번째 수상이었는데요. 한국 창작 발레작품으로서는 첫 수상이었습니다. 한국을 넘어서 세계의 인정을 받은 유니버셜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강미선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강미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혹시 지금 앞에 가지고 오신 이 상이 그 상입니까?


◆ 강미선> 네, 제가 이번에 받은 상의 트로피를 제가 가지고 왔습니다. 지금 라디오로 들으시는 분들이 보지 못하시는 게, 보여드릴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만큼 상이 특별해요. 설명을 좀 해 주시겠어요?

◆ 강미선> 이게 제가 이번에 받은 브누아 드 라 당스의 트로피인데요. 이게 남녀 무용수의 아름다운 몸짓을 표현한 그런 것 같아요.

◇ 김현정> 남녀 무용수가 만세 부르듯이 손을 하늘로 향하고 마주 보고 있는 멋진 트로피. 축하드립니다.

◆ 강미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무대에서 '미선 강'하고 호명될 때 소감은 어떠셨어요?

◆ 강미선> 그때 당시는 굉장히 얼떨떨했고 왜냐하면 제가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많이 놀랐고요. 트로피를 딱 받았을 때 굉장히 좀 뭉클한 느낌.

◇ 김현정> 브누아 드 라 당스. 보니까 브누아가 사람 이름이네요.

◆ 강미선> 약간 춤의 명예라는 그런 의미인 것 같고요.

◇ 김현정> 어떤 상이에요?

◆ 강미선> 흔히 발레 무용계 쪽에서는 발레계의 오스카,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더라고요. 그래서 그만큼 권위 있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그런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아카데미상, 영화에서 아카데미상이 전 세계에서 좋은 작품들을 출품 받아서 그중에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조연상 주듯이 이것도 전 세계의 좋은 무용 작품들을 발레 작품들을 출품 받아서 거기서 작품상 여자 무용수상, 남자 무용수상, 안무상, 이렇게 가는 거예요? 거기서 여자 무용수상, 최우수상을 타신 거.

◆ 강미선> 네.

◇ 김현정> 강미선 씨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 강미선> 미리내길.

◇ 김현정> 여러분 발레면 서양 무용인데 작품이 미리내길이야? 조금 의아한 분도 계실 것 같은데.

◆ 강미선> 굉장히 생소하실 것 같아요.

◇ 김현정> 어떤 작품이에요?

◆ 강미선> 미리내길은 저희 유니버셜 발레단 유병헌 감독님께서 안무를 하신 작품인데요. 코리아 이모션이라는 큰 타이틀에 나오는 한 작품이고요. 여기는 남편과 사별한 여인의 슬픔과 그런 한 그런 것을 표현하는 그런 발레 작품입니다.

◇ 김현정> 발레로 한을 표현한다.

◆ 강미선> 네.

◇ 김현정> 한국 무용이 아니고 발레인데.

◆ 강미선> 한국적인 그 정서를 발레와 어떻게 잘 어우러지게 만들어 놓은 거죠.

◇ 김현정> 강미선 씨의 작품 미리 내기를 보면서 설명을 좀 들어볼까요? 지금 유튜브와 레인보우로 영상 보실 수 있습니다. 남자 무용수와 함께 아름다운 춤선을 보여주고 계세요. 무대는 파랗고요. 지금 흐르는 음악은 국악.

◆ 강미선> 저희 허준에 나오는 OST.

◇ 김현정> 드라마 허준 OST. 지금 입으신 의상도 약간 개량한복 비슷한 느낌이 나는.

◆ 강미선> 한복 그 선을 그대로 살리되 그리고 발레 동작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그 가벼움.

◇ 김현정> 아니, 주제도, 음악도, 의상도 모두 다 한국적인 작품. 그러니까 한국인의 정, 한국인의 한을 저기에 담은 거잖아요. 외국인 심사위원들이 한국인의 한, 정 이거를 이해를 하든가요?

◆ 강미선> 저희 심사위원으로 이번에 같이 가주신 유지현 선생님께서.

◇ 김현정> 유니버셜 발레단에서.

◆ 강미선> 선생님으로 계시는 유 선생님께서 이 국악에 나오는 흐르는 음악 속에 들어있는 그 가사를 모두 러시아어로 번역을 하셔서 영어와 러시아말로 다 번역을 하셔서 미리 전달을 드리고 그래서 이 작품에 쓰이고 있는 음악이 뭔지 무슨 뜻인지 어떤 의미인지 어떤 느낌의 노래인지 이거를 먼저 알려드리고 그다음에 영상을 보셨는데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저희가 작품이 좀 짧다 보니까 이게 다 전달이 안 된다라고 심사위원분들께서 다 그렇게 말씀을 하셨었대요. 그런데 또 저희 유 선생님께서 서양인이 표현하는 슬픔과 슬픔에 대한 그 표현과 한국인들의 정서가 묻어 담긴 슬픔의 표현은 다르다. 어떻게 다르다라는 거를 또 디테일하게 설명을 또 해주시고 부연 설명을 해주시면서 심사위원분들이 그래? 그러면 굉장히 신선하고 새롭다. 한번 보고 싶다. 이렇게 반응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분이 그러니까 이번에 심사위원이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큰 행운이네요.

◆ 강미선> 굉장히 그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는 그것도 굉장히 큰 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들으면서 서양에서는 그러니까 뭔가 슬픔을 표현할 때도 온몸을 다해서 이렇게 발산하듯이 표현한다면 한국에서의 그 한이라는 감정은.

◆ 강미선> 안쪽에서 뭔가.

◇ 김현정> 내면적으로.

◆ 강미선> 그걸 무용으로 어떻게 표현하나.

◆ 강미선> 그런데 저도 사실 이렇게 프로 한국 무용가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게 그렇게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지만 그래도 좀 어릴 때 한국 무용을 오래 배웠기 때문에 어떻게 그래도 어떻게 조금이나마 표현을 해야 될지 조금 알고 있어서 그거를 조금 열심히 표현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사실 이 자리에 앉아서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동작으로 그 서양식 슬픔의 표현, 한국식 그 한이 담긴 슬픔의 표현 어떻게 다른지 조금만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 강미선> 서양에서의 저희 클래식 발레에서의 슬픔을 표현하면 거의 운다. 슬픈 거는 이렇게 눈물을 이렇게 손짓으로 눈물이나 이런 식으로 이제.

◇ 김현정> 눈물이면 그게 눈물이 나는 거예요.

◆ 강미선> 판토마임으로 이렇게 표현을 한다거나 아니면 하늘을 향해서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한다면 저희 미리내길에서는 조금 안쪽으로 쓰는 느낌, 이렇게 안쪽에서 안으로 품고 아니면 안으로 뿌려내고 약간 이런 느낌으로. 잘 전달이 됐을까요? 잘 모르겠는데.

◇ 김현정> 저 지금 굉장히 짧은 동작을 보여주셨는데도 온몸에 전율이 쫙 올라왔어요.

◆ 강미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이렇게 서양에서는 눈물이 이렇게 흐르는데.


◆ 강미선> 아니면 위쪽으로 이렇게 펼친다면 한국무용에서는 안쪽으로 뿌리는 느낌.

◇ 김현정> 뿌려요.

◆ 강미선> 치마도 살짝 쳐주고.

◇ 김현정> 뭔지 느낌이 오네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 강미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굉장히 묘한 차이인데 저는 지금 눈앞에서 보니까 더 그게 뭔지 느껴지는. 영화나 연극 드라마의 감독들은 연기 지도, 연출이라는 걸 하잖아요. 디렉팅이라는 걸 하잖아요. 무용도 역시 감독의 디렉팅, 이렇게 이렇게 좀 표현해 주세요 하는 어떤 연출 지시가 있습니까?

◆ 강미선> 특히 이런 창작 작품을 할 때는 특히 더 많이 말씀을 하시는데 왜냐하면 그 안무가의 그런 의도나 그런 메시지가 무용수를 통해서 관객들한테 전달이 돼야 되기 때문에 그 안무가님의 그런 디렉팅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리고 굉장히 많은 요구를 하시기도 하죠.

◇ 김현정> 이번 이 미리내길의 감독께서는 뭐라고 요구를 하셨습니까? 디렉팅.

◆ 강미선> 이제 저희 감독님께서 비유하시는 표현을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고기의 부위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안심과 채끝처럼 춤을 춰라. 채끝 맛처럼.

◇ 김현정> 잠깐만요, 잠깐만요. 채끝처럼 춤을 춰라. 그게 부채살, 이게 아니고 고기의 채끝?

◆ 강미선> 네, 고기의 채끝 맛처럼. 맛.

◇ 김현정> 안심 맛하고 채끝 맛하고 어떻게 다른 건데요?

◆ 강미선> 그러니까 감독님 말씀으로는 안심도 물론 맛이 좋고 좋지만 그 부드럽고 고소한 맛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맛을 지닌 그런 채끝처럼 하라고. 어떤 부분에서는 고소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쫄깃하고 약간 좀 그런 여러 느낌, 여러 가지 맛이 함께 이렇게 어우러져 있는 그런 느낌을 말씀하신 것 같아요.

◇ 김현정> 저는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 사진이 굉장히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전에 우리 강미선 씨의 발도 궁금해지는데.

◆ 강미선> 제 발은 사실 좀 예뻐서 발레리나 치고는 그래도 굉장히 깨끗해서.

◇ 김현정> 발레리나 치고는. 그동안에 몇 년인 거죠? 지금 한 30년 넘는 세월에 모든 노력과 땀과 피와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저 발.

◆ 강미선> 제가 타고난 게 있다면 체력. 그냥 체력과 끈기, 그 정도지 딱 발레리나로서의 완벽한 신체나 이렇게 딱 타고난 거는 좀 없다고 생각을 해요.

◇ 김현정> 노력이네요. 그러면. 8할은 노력이네요.

◆ 강미선> 네, 반반이요.

◇ 김현정> 강미선 씨가 더 대단한 거는 지금 생후 21개월 된 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출산 후에 5개월 만에 무대에 복귀하셨어요?

◆ 강미선> 네.

◇ 김현정> 세상에, 제가 알기로는 출산 후 5개월 만에 복귀라는 거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알고 있는데 아예 출산 후에 은퇴하시는 분도 많고. 어떻게 5개월 만에 복귀하셨어요?

◆ 강미선> 저는 또 나이가 있다 보니까 출산을 하고 나서 다시 만약에 복귀를 하게 되면 제가 춤출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임신 중에도 꾸준히 발레단에 나와서 클래스를 계속 했고요. 사실 또 클래스를 하면서 스트레칭을 많이 하게 되니까 그게 또 출산에 도움이 된다고도 많이 하셔서 꾸준히 아주 만삭이 되기 전까지는 계속 발레단에 나와서 클래스를 계속했고요. 또 그렇기 때문에 제가 출산 후에 조금 빨리 몸이 회복이 돼서 복귀를 조금 빨리 할 수 있지 않나.

◇ 김현정> 조금 늦게 와도 뭐라고 안 하잖아요.

◆ 강미선> 제가 좀 욕심이 많은가 봐요.

◇ 김현정>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세상에, 남편도 무용수세요. 러시아 출신의 발레리노.

◆ 강미선> 같은 발레단에.

◇ 김현정> 수많은 파트너 남성 무용수들하고 작업하면서 트러블도 있고 싸울지언정 남편과는 절대로 안 싸우시겠어요.

◆ 강미선> 반대입니다. 아주 반대예요. 오히려 다른 남자 무용수분들이랑 할 때는 화기애애하게 서로를 배려하면서 존중해주면서 열심히 하는데 남편과는 어제 이렇게 얘기했는데 왜 안 해줘라면서 서로.

◇ 김현정> 유일하게 싸우는 파트너가. 그 집도 비슷하군요. 어느 집이나. (웃음)

◆ 강미선> 저희 리허설 때 선생님이 그럴 거면 집에 가서 싸워라. 이제 그만 싸워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 김현정> 재미있습니다. 또 무용하면서 풀기도 무용하면서 풀고.

◆ 강미선> 어차피 또 함께 사실 호흡이 또 잘 맞기도 하는데 서로 얼마만큼 잘할 수 있는지 아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 김현정> 좋습니다. 강미선 씨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별명이 간미선. 진짜 안 해본 작품 안 해본 역할이 없다 해서 생긴 별명인데 많은 작품을 했다는 것과 꿈과는 또 다른 차원이잖아요.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가 아니라 난 이런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 강미선의 꿈은 뭡니까?

◆ 강미선> 제가 그래도 지금 무용수로 활동하는 중에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거든요. 여러 팬 분들도 계시고 그렇지만 제가 이후에 발레를 그만하게 됐을 때도 어느 관객분들이든 어느 작품을 봤 때 어느 공연을 봤을 때 강미선 발레리나는 그때 이렇게 춤을 췄었는데라는 기억을 해 주실 수 있을 만큼 그런 감동과 그런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그런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 김현정> 강미선 씨, 수상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 강미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감동 꿈과 여운을 주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그 꿈, 그 약속 잊지 않고 머리가 하얘질 때까지 무대 지켜주세요.

◆ 강미선> 네, 좋은 컨디션으로 좋은 무대를 설 수 있을 때까지 하겠습니다.

◇ 김현정> 언제나 박수로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강미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죠.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자 무용수상을 탔습니다. 강미선 씨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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