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비자 소송’ 항소심 승소 불구 여전히 머나먼 입국길 [MK이슈]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7. 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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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사진|유승준 SNS
21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 46)이 한국 땅을 밟지 못한 기간이다. 외교부의 입국 금지 처분에 의해 거듭 거부된 비자 발급 건을 두고 9년째 법적 다툼 중인 유승준의 염원은 2023년엔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유승준이 웃었다. 유승준이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9-3부(부장판사 조찬영 김무신 김승주)가 13일 원고 승소 판결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유승준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유승준에게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정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며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유승준)의 병역기피 행위에 사회적 공분이 있었고 20년이 넘는 지금도 원고에 대해 외국 동포 포괄적 체류가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도 “병역을 기피한 외국 동포도 일정 연령을 넘었다면, 구분되는 별도의 행위나 상황이 있을 경우 체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재외동포법은 2017년 10월 개정돼 외국 국적 동포의 체류자격을 부여하도록 하는 기준 나이가 41세로 상향됐다. 주 LA 총영사는 개정 조항을 근거로 유승준이 39세이던 2015년 신청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으나, 재판부는 개정 전 조항을 적용해 항소심에서 희비가 갈렸다.

재판부는 “옛 재외동포법은 외국 국적 동포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라도 38세가 된 때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지 않는 이상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명시한다”고 밝혔다.

유승준. 사진|SBS 방송 캡처
◆두 번의 승소…판결 확정되도 실제 입국까진 난항 예고

이번 소송은 유승준이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자 주 LA 한국 총영사를 상대로 낸 두 번째 불복 소송의 항소심이다.

과거 유승준은 1997년 데뷔 후 ‘가위’, ‘열정’, ‘나나나’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사랑받았으나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됐다. 이후 수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한 그는 2015년 입국을 위해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입국 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사증 발급 거부취소 첫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재판부는 ‘국군 장병의 사기 저하’, ‘병역 기피 풍조 만연 우려’ 등을 이유로 유승준의 입국을 허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단지 과거에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옳지 않다고 판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외교부는 파기환송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장을 제출했으나,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유승준의 승소가 확정됐다.

유승준은 대법 승소 후인 2020년 7월 LA 총영사관에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거부당하자 같은 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비자 발급 거부를 취소해달라고 다시 소송을 냈고, 이날 재판부가 유승준의 손을 들어준 것. 판결이 확정되면 유승준은 입국 금지 21년 만에 한국땅을 밟을 수 있게 된다.

항소심 승소에도 불구, 입국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외교부가 대법원에 상고해 다시 한 번 판단을 맡길 수 있으며, 최종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2020년 대법원 최종 승소 이후에도 비자 발급을 거부한 과정이 지리하게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두 번의 비자 발급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LA 총영사관이 향후 비자 발급을 또 다시 거부할 명분은 힘을 잃게 됐다. 외교부는 “후속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 법무부 등 유관 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승준. 사진|유튜브 채널 캡처
◆“가혹하다” VS “양심없다”…분분한 의견 속 싸늘한 여론 대세

유승준과 LA 총영사관은 이번 소송 내내 유승준의 여권·사증 발급거부 처분 취소를 두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유승준 측은 여권·사증 발급거부가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고, LA 총영사관 측은 사익을 위한 입국보다 국방의 의무라는 공익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맞서왔다.

항소심 재판부가 주목한 부분은 재외동포법 적용 범위였다. 재판부는 현행 개정된 재외동포법에도 불구, 유승준이 처음 소송을 제기했던 시기의 재외동포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비자 발급 거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으로 판결이 뒤집히긴 했으나 누리꾼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의견도 보이지만 대다수는 “병역 회피가 아니라고 하지만 입대하겠다고 당당히 말하더니 돌연 미국 시민권을 딴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며 냉담한 분위기다.

특히 여론은 지난해 4월 1심 재판부가 내린 원고 패소 판결 이유에 더 납득하는 분위기다. 1심 재판부는 판결 당시 “원고는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국적 이탈함으로써 (병역의무를)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영토 최전방 혹은 험지에서 묵묵히 목숨걸고 위험 감수하는 대한민국 군장병과 가족들에게 큰 상실감과 박탈감을 줌이 맞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0년이 흘러 원고는 현재 만 45세에 이르렀고, 입국 불허 기간이 비교적 장기간이라는 사정이 있긴 하다. 그러나 원고가 지난 20년간 병역의무를 위해 스스로 입대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거나 국적 회복을 위한 모습을 보이고 국민에 버금가는 책임을 다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를 비춰볼 때 외국인과 거의 준하는 상황에서의 경제활동 등이 포함된 재외동포 사증이 반드시 발급돼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얻는 불이익에 비해 공공이 얻는 이익이 더 크다. 설령 원고와 같이 현실적 차별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불법이라 할 수 없다”며 “결국 현 시점에서 여전히 원고에 대한 재외동포 사증발급으로 인한 사익보다 이로부터 보호해야 할 공익이 크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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