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아니다”...리플, 美SEC와 소송서 승소하며 급등

가상화폐 리플 하루만에 시총 22조 증가
비트코인도 3만1800달러로 연중 최고치

리플이 하루만에 60% 이상 오르며 1년3개월만에 1000원대를 회복했다.<자료=코인마켓캡>

한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 많은 가상자산인 ‘리플(XRP)’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긴 법적공방 끝에 ‘증권이 아니다’는 약식 판결을 받아내며 지난해 4월 16일 이후 454일만에 1000원 선을 탈환했다. 비트코인 또한 지난해부터 이어진 SEC의 공격이 저지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3만1800달러선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가를 갱신했다.

14일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XRP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전날보다 72% 상승한 1028원에 거래 중이다. XRP의 시가총액 또한 31조5500억원에서 53조9500억원으로 하루만에 22조원이 늘었다.

이는 XRP의 발행사인 리플랩스가 SEC를 상대로 승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13일 (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연방지방법원 애널리자 토레스 판사는 “리플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될 때는 증권으로 봐야 하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될 때는 증권이 아니다”라며 “일반 투자자에게 리플 토큰(XRP)을 판매할 때는 연방 증권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XRP가 이미 발행된 뒤 투자자간 거래되는 시장에서 판매된 건 증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한 근거로 토레스 판사는 “리플 구매자들이 리플의 노력에 따른 합리적인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SEC는 지난 2020년 12월 리플랩스를 증권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증권법에 따른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는 이유에서다. 리플 소송은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간주돼왔다. 최근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업계를 잇달아 제소해온 논리도 증권법 위반이어서다. 가상자산이 실제로는 주식이나 투자계약증권과 다를 바 없는데도 증권으로 신고하지 않고 거래해 왔다는 얘기다.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리플에게도 큰 승리이지만 미국 전체 암호화폐 업계로 봤을 때는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리플의 증권성 소송을 이유로 XRP를 상장폐지했던 미국 거래소들도 재상장을 예고했다. 미국 최대 코인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이르면 오늘 XRP를 재상장하겠다고 밝혔다. 또다른 미국 거래소인 크라켄 XRP를 재상장했다. 두 거래소의 XRP 재상장은 2021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알트코인의 맏형인 XRP가 급등하면서 다른 알트코인도 덩달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이 아닌 코인들을 뜻한다. 리플의 설립자인 제드 맥칼렙이 설립한 스텔라루멘도 이날 51.18% 올랐다. 이외에도 에이다(19.31%),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20.44)상승하는 등 알트코인 상당수가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XRP의 발행사 리플랩스가 직접 판매한 XRP는 증권이라는 판결을 받은 부분은 여전히 법적 공방이 남아있다. 코인거래소를 통해 일반에 판매한 XRP는 증권이 아니지만, 초기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에게 리플랩스를 소개하고 투자를 받아 XRP를 나눠준 건 증권계약과 같다는 얘기다. 스콧 슈나이더 SEC 대변인은 “법원이 리플사에 의해 직접 리플 토큰을 판매한 것이 투자 계약 증권이며 증권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