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車, 20년 지나면 폐차지만..벤틀리는 클래식이 된다"
"항상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
윤태호 영국 크루 벤틀리 익스테리어 디자이너(42)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영국 크루 벤틀리 본사에서 만나 "외국에 나올때도, 공부할때도 항상 무서웠다"면서도 "다른 문화권으로 계속 이동하며 일했기 때문에 고생이 많았지만, 이젠 오히려 나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윤 디자이너는 벤틀리에서 핵심 차종의 외관을 디자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얼마전 전 세계에서 18대만 생산했던 바투르 에디션의 외관도 그가 손을 보탰다. 바투르는 벤틀리가 2026년부터 내놓을 순수전기차의 디자인을 먼저 적용한 차량으로, 벤틀리의 미래가 담긴 모델이다.
벤틀리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윤 디자이너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점도 여러 문화권을 겪은 그의 배경덕분이었다. 그는 미국 아트센터를 졸업한 후 곧장 독일 포츠담 폭스바겐 디자인 센터에서 디자이너 일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으로 옮겨가 경쟁 브랜드라고도 볼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선행 디자인팀 익스테리어 디자인 매니저를 지냈다. 3년간 근무한 후 현재 벤틀리 본사로 왔다.
한국에서만 디자이너로 활동했다면 굳이 겪지 않아도 됐을 여러 문제를 경험했다. 특히 다른 조직 문화와 함께 언어 문제가 가장 컸다. 윤 디자이너는 "공부는 미국에서, 일은 유럽·중국에서 했다. 제각각 전부 일하는 분위기와 언어가 달랐다"며 "혼자 외국에 나가는 것도 두려워하시는 분이 많은 걸로 안다. 그럼에도 기회가 있을때 도전하면 분명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투르의 독특한 콘셉트를 실제 차량에도 적용시킬 수 있던 것도 그가 다양한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았기에 가능했다. 바투르는 1년 내외로 진행됐던 굉장히 짧은 프로젝트였는데, 보통 자동차 한 모델의 디자인을 개발하는데에는 3~5년이 소요된다.
바투르 디자인 팀에 내려진 특명은 '기존 헤리티지를 지키면서도 과감한 차량의 얼굴 디자인을 적용시켜라'였다. 벤틀리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자동차의 생김새가 브랜드 그 자체를 상징하기 때문에 함부로 변화를 줄 수 없지만,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바투르는 기본적인 섀시 등 차량의 뼈대는 컨티넨탈 GT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외관 디자인은 기존 벤틀리 차량이 수십년간 유지했던 디자인 언어에서 탈피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전면부 헤드라이트다. 벤틀리는 20년 넘게 서클(동그라미) 디자인을 채택했는데, 바투르에는 이와 다르게 '포식자의 눈(프레데터 아이즈)'를 택했다.
윤 디자이너는 "폭스바겐과 벤츠가 추구하는 디자인이 정반대"라며 "폭스바겐은 직선·이성적인 면이 강하고 벤츠는 좀 더 감성적이고 곡선적이다. 그 경험이 벤틀리에서 묘한 밸런스를 맞춰가는 디자인을 내놓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벤틀리는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다. '벤틀리 출신' 한국인 디자이너들을 한국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대거 영입했고, 이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상엽 현대차그룹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이 벤틀리 출신으로 잘 알려져있다. 최근에도 바투르 디자인을 담당했던 한 디자이너도 제네시스로 이직했다, 그동안 벤틀리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만 775대를 판매하며 한국 자동차 업계와 같이 커나갔다.
윤 디자이너의 첫 상사도 이 부사장이었다. 윤 디자이너는 외관 디자인 커리어를 미국 캘리포니아의 폭스바겐 디자인 센터 인턴으로 시작했는데, 그 당시 이 부사장이 상사로 있었다. 그는 "이상엽 디자이너가 나의 롤 모델"이라며 "그의 디자인과 행적들은 항상 나를 놀라게 했고 지금까지도 영감을 준다"고 했다.
현재 그는 벤틀리의 첫 순수전기차 외관 디자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바투르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대변혁기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만큼, 벤틀리 내부에선 윤 디자이너가 전기차 디자인의 적임자라고 평가한다.
벤틀리 첫 전기차는 폭스바겐 그룹의 전용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되고 완충시 주행가능 거리는 현재 내연기관 벤틀리가 가득 주유한 후 달릴 수 있는 거리와 비슷하거나 더 길 예정이다.
윤 디자이너는 "전기차는 많이 놀랄 정도로 바뀔 수 있다"며 "벤틀리가 지향하는 헤리티지를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업계·소비자 모두 깜짝 놀랄 정도로 바꾸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미 꿈꾸던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최근 '벤틀리다운' 꿈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다음 20년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벤틀리 차량을 디자인하는 게 그의 목표다. 시간이 오래된 차량일수록 더 가치를 인정받는 벤틀리처럼,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클래식카'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윤 디자이너는 "다른 차들은 20년이 지나면 폐차되는 반면, 모든 벤틀리 차량은 20년이 지나면 클래식이 된다"며 "다음 20년을 위한 새로운 클래식을 디자인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크루(영국)=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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