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부부싸움이 잦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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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만 날 구박한다? 아니다, 전 세계 모든 아내가 똑같다”
돈이 충분하다고 해도 30~40년 긴 인생 후반에 소일거리를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일수록 퇴직하고 소일거리가 없으면 미칠 지경이 된다. 요즘 서울 시내 일류 호텔 헬스클럽에 가보면 왕년에 장관, 차관, 사장 하던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은퇴 후에도 남편이 일을 해야 화목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황혼 이혼 비율이 높다. 나이 들자 함께 있는 것이 지긋지긋해 혼자 살려고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황혼 이혼은 은퇴 생활을 망가뜨리는 요인이다. 남편 입장에서는 은퇴하니 아내가 자기를 구박한다고 서운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남성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 아내만 그런 게 아니라 대한민국 아내가 다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니,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은퇴하면 왜 부부 싸움이 잦아지나?
젊을 때부터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익숙해져야 하는데 실제로 부부가 함께 있어본 적이 적어 그렇다. 전업주부인 아내는 남편이 출근하고 애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 남는다. 집이 자기의 성이 된다. 그리고 친구들하고 수다도 떨고 사람도 만났는데 어느 날부터 남편이 집에 있으니 부담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 입장에서는 그전엔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하더니 이젠 집에 있으니까 불편해하는 아내의 모습에 자신도 불편해진다. 실제로 내가 지난 연말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나간 일이 있었는데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으면 불편하십니까?”라는 질문에 8명 중 7명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외국도 마찬가지인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오가와 유리라는 은퇴 전문가가 한 달에 한 번씩 에세이를 보내온다. 그 에세이를 보면, 일본에서 은퇴 남편 인기 1위는 요리 잘하는 남편, 건강한 남편, 싹싹한 남편, 집안일 잘하는 남편이 아니라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일본 가정주부들의 경우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으면서 남편 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병도 생겼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남편이 직장 생활하면서 남편의 세계와 아내의 세계가 분리된 세계에 살고 있다. 30~40년을 따로따로 놀다가 어느 날 한집에서 만나니까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미국은 젊을 때부터 부부가 같이 움직이는 커플 문화이기에 이런 문제가 비교적 적다.
외국은 은퇴 생활자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한가?
선진국의 경우 노후에 일하지 않아도 될 자산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 노후 생활비가 모자라는 사람은 뭔가 일을 하는 수밖에 없고, 여유 있는 사람은 사회 공헌 활동이나 취미 활동 등을 한다. 재산이 없더라도 최소 생활비 정도는 연금을 받아 생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은퇴 후에도 모두 일하려고 한다. 일본도 퇴직자들이 아파트 관리인을 하려고 난리다. 경쟁률이 50 대 1을 넘는 경우도 많다. 일본 주부들 사이에서는 가사 대행 서비스도 인기가 높다. 일종의 가사도우미다. 일본에 사는 내 친구 딸은 대학을 나온 40대 주부인데 애 둘을 키우느라고 회사를 퇴직했다. 하지만 애들을 키우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 간호사가 되기 위한 전문학과에 다니면서 결국 간호사 자격증을 땄다. 우리도 곧 일본처럼 되지 않을까 한다.
미국은 은퇴자들이 사회 공헌 활동을 하면서 약간의 수입을 얻는 일을 많이 한다.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단체)라고 하는데, 미국에는 200만 개 정도가 있다. 내 고등학교 친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는데 노숙자 구호단체 NPO에서 일하고 있다. 도시락과 빵 등을 기부받아 노숙자들에게 배달하는 일이다. 지역의 유지들을 찾아다니면서 기부금도 모집하고 약간의 수당도 받는다. 미국은 NPO 종사자도 취업자로 포함하는데, 미국 전체 취업 인구의 10% 정도가 NPO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연금이 부실한가?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을 받아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은 학교 교사, 공무원, 군인 그리고 아주 일부 사람들을 빼고는 없다. 평범한 사람은 국민연금 하나 정도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중에서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절반에 그친다. 월 수령액도 60만원 미만이 77%이고, 100만원 이상 받는 사람은 9%에 불과하다.
퇴직연금도 적립금 333조원을 가입자 수로 나눠봤더니 평균 4,900만원에 그친다. 개인연금도 가입한 사람이 많지 않고 가입 금액을 계좌 수로 나눠봤더니 약 5,000만원이다. 즉 우리나라는 연금을 받아도 모자라는 사람이 대부분인 셈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이승용(시사저널e 경제부 기자) | 사진 : 김동환, 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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