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미치겠어”…동료에 문자 보낸 열차 청소 하청노동자 사망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7. 1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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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야외에서 열차 냉방기 청소를 하다가 숨진 서울교통공사 하청업체 소속 40대 노동자가 보낸 문자(왼쪽)와 영정사진 [사진 = JTBC 갈무리]
서울교통공사 하청업체 소속 40대 노동자가 30도에 달하는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열차 청소 작업을 하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1일 JTBC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경기도 한 차량사업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박모(42)씨가 지난달 28일 운행을 마치고 지상에 올려진 열차에 들어가 냉방기를 청소하던 중 사망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오후 4시쯤 동료가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그러나 1시간 10분 뒤 결국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박씨가 쓰러진 그날은 낮 최고 기온은 30도로 열차 안은 햇빛을 고스란히 받아 뜨거웠다. 생 전 박씨는 동료에게 “너무 더워서 미치겠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문자에 동료는 “그렇죠. 형 더운 거 싫어하시잖아요”라고 답했고, 박씨는 “날도 덥고 사람도 한 명 적어서 그런지 더 힘들더라”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씨가 남긴 건 검은 먼지 묻은 작업복과 낡은 신발이었다. 유족은 박씨가 열악한 환경을 계속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열차 안에는 물과 선풍기가 전혀 없다. 휴게 공간에는 정수기 같은 거 하나 놓았을 뿐”이라고 매체에 말했다.

이에 박씨를 고용한 하청업체는 “매일 팀장이 음료수와 물을 공급했다. 사망 당일 휴식 시간도 충분히 줬다”고 반박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자가 더위 등으로 숨졌을 경우 사측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건을 조사 중인 노동청도 “업무와 사망 사이 연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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