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이찬혁만 전체 수록곡 뮤비 찍나? 나훈아도 한다!
‘니들만 하나? 내도 한다.’
‘가황’ 나훈아가 지난 10일 발표한 앨범 〈새벽〉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왠지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는 수록된 6곡 모두 타이틀곡으로 내세우며 전 곡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룹 뉴진스 등이 주로 하는 방식이다. 내용도 파격적이다. ‘기장갈매기’에서 나훈아는 조직폭력배들과 주먹을 겨루다 갑자기 손으로 나는 갈매기를 만들며 춤춘다. ‘타투’에선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고, ‘삶’에선 비장하게 노래하는 뒤로 초록빛 오로라가 펼쳐진다.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카톡)’에선 사랑도 이별도 카카오톡 메신저로 하는 세태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나훈아의 파격적 뮤직비디오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앨범 〈일곱 빛 향기〉를 내면서 4차원 댄스 감성의 ‘체인지’와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영화 느낌의 ‘맞짱’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바 있다. 70대도 감각적인 춤을 출 수 있고, 세월과 싸워 이길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과감한 도전은 고연령층도 유튜브를 즐겨보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그들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용기를 전하려는 뜻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의 독톡한 B급 취향의 뮤직비디오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뒤로 케이팝에서 뮤직비디오는 더욱 중요해졌다. 1981년 미국에서 24시간 음악방송 〈엠티브이〉(MTV)가 개국하면서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지 오래지만, 국경을 허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화려한 색감과 군무를 내세운 케이팝 뮤직비디오는 전세계 팬들을 불러 모으는 대표 상품이 됐다.
최근 뮤직비디오를 가장 잘 활용한 케이팝 그룹으로 뉴진스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데뷔 이후 모든 발표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특히 독특한 개성의 광고·영화 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이 만든 ‘디토’, ‘오엠지’(OMG) 뮤직비디오는 수수께끼 같은 스토리텔링과 감각적 영상이 어우러져 호평받았다. 풋풋한 학원·청춘물 같은 전개에 ‘식스 센스’급 반전을 숨겨놓은 ‘디토’와 정신병원을 연상시키는 ‘오엠지’ 뮤직비디오는 이를 해석하는 2차 창작물을 무수히 낳기도 했다.
뉴진스는 오는 21일 발표하는 두번째 미니앨범 〈겟 업〉도 수록곡 6곡 모두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앞서 지난 7일 선공개곡 ‘뉴 진스’와 ‘슈퍼 샤이’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뉴 진스’에선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과 협업했고, ‘슈퍼 샤이’에선 거리의 군중과 함께하는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10여년 전 유행했던 플래시몹으로 뉴진스의 상징인 복고적 느낌을 주면서 요즘 쇼트폼 에스엔에스(SNS)에서 유행하는 댄스 챌린지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누가 더 빠르고, 더 화려하고, 더 독특한 뮤직비디오를 만드나 경쟁하는 속에서 정반대 전략을 취한 사례도 있다. 악뮤의 이찬혁이 ‘이찬혁비디오’란 이름으로 지난달 28일 발표한 프로젝트 앨범 〈우산〉 뮤직비디오가 그렇다. 윤상의 ‘이사’, 밴드 마이 앤트 메리의 ‘공항 가는 길’, 밴드 9와 숫자들의 ‘연날리기’,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춤’, 밴드 11월의 ‘머물고 싶은 순간’ 등 숨은 명곡들을 코미디언 신봉선, 가수 겸 배우 임시완, 배우 이세영·신세휘·고아성 등이 담담하게 불렀다.
이찬혁은 전체 프로듀싱을 하면서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했다. 12곡 전 곡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는데, 특이한 건 1~12번 곡을 하나로 이어 붙여 유튜브에 올렸다는 점이다. 전체 45분짜리 뮤직비디오는 이찬혁이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 길을 걷고, 들판에서 연을 날리다 춤을 추고,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집으로 돌아와 씻는 하루 일정을 길고 느리게 보여준다. 유튜브를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활용하는 젊은 세대의 습성에 맞추면서 담백한 영상으로 되레 음악 자체에 더 몰입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 오디티의 김홍기 대표는 “타이틀곡 위주의 방송 활동이 아니라 온라인 기반 활동이 대세인 요즘, 음악가 본인의 메시지와 콘셉트를 보여주기 위해 곡 별로 뮤직비디오를 만듦으로써 단순히 음악 감상을 넘어 메시지를 경험하도록 하는 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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