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온 중국, 국내 석유화학‧철강株 투자자들의 한숨

정해용 기자 2023. 7. 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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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지표가 상당히 안 좋고 리오프닝(경제 재개) 이후 오히려 더 악화하는 것 같다. 국내 관련 업종에 속한 기업들도 하반기에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것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가 앞으로 한국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말한 중국 경제지표는 10일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생산자물가지수(CPI‧PPI)다.

중국 상하이 시내 중심가 거리.

중국의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로 전월(0.2%)과 시장 기대치(0.1%)를 밑돌았다. 2021년 2월(-0.2%) 이후 28개월 만에 최저치 수준이다. 식품 가격은 2.3% 상승했지만, 비식품(-0.6%), 소비재(-0.5%)는 하락했다.

PPI의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지난달 중국 PPI는 전년 동월보다 5.4% 하락했다. 지난 5월에도 전년 동월보다 4.6% 하락했는데, 낙폭이 더 커졌다. 시장 전망치(-5.0%)도 크게 밑돌면서 2015년 12월(-5.9%) 이후 9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PPI는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석유·천연가스 채굴업(-25.6%), 철·금속 제련 및 가공(-16.0%), 화학 원료 및 화학제품 제조업(-14.9%) 등이 주로 하락했다.

중국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정성태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 경제는 리오프닝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인 1분기 중 마무리된 상황에서 글로벌 제조업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주택의 공급과잉과 지방정부 과다부채라는 구조적인 취약성도 부각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국내·외적 악재로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GDP)을 기존 5.6%에서 5.3%로, 내년 전망도 5.0%에서 4.5%로 낮췄다.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 우려까지 나온다. 물론 중국 경제가 현재 디플레이션 상황인지, 앞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지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중국 경제 위축은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답게 각국에서 소비할 물품을 생산하는 곳이고 가장 큰 소비처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PPI는 시차를 두고 미국 CPI와 상관관계가 크다. 중국의 생산품 가격이 싸지면, 미국의 소비자물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걱정하는 미국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더 올리겠다는 연준이지만 중국 경제의 흐름만을 놓고 보면 연준의 금리 상승 압력도 잦아들 것이 확실해 보인다.

중국 경제 악화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대(對)중국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 화학 등 관련 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중국 경제가 회복돼야 제조업 분야에 필요한 소재 관련 수요가 늘고 한국 기업의 중국 수출이 증가할 텐데 당분간은 이런 선순환 구조가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대(對)중국 수출액은 106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0.8%가 줄었다. 석유화학 분야 수출은 23.6%, 철강은 13.9% 감소했다.

실제 이런 중국 경기의 위축은 국내 석유화학, 철강 기업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코스피200에 속한 기업 중 에너지‧화학 분야 기업만 모아 놓은 지수인 ‘코스피200에너지‧화학’ 지수는 지난 4월 1680선이었지만 현재는 1520선도 위태한 상태다. ‘코스피200철강‧소재 지수’도 4월 1000선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870선까지 내려왔다.

석유화학, 철강 등 에너지와 소재 분야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세계 경제의 풍향계인 중국의 경제지표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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