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아는 맛의 재해석…소재 우려 깬 유쾌한 질주[봤어영]

김보영 2023. 7.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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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공식작전' 리뷰
하정우·주지훈 케미 정점 경신…유머에 감동 한 스푼
모로코 풍광 카체이스 액션 백미…'피랍' 소재 편견 깨
관계 변화 묘사 아쉽…정부 역할 묘사도 전형적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하정우, 주지훈의 케미가 ‘신과 함께’ 시리즈 이후 또 한 번 정점을 경신했다.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돌아온 하정우, 주지훈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 못지 않은 ‘K-질주’ 액션의 정수로 올 여름 극장가에 영화적 쾌감을 선사할 전망이다.

지난 13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이야기를 담은 버디 액션 영화다. 1987년 레바논에서 발생한 한국인 외교관 납치 사건 및 구출 실화를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각색했다.

영화는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되는 장면으로 오프닝을 연다. 그 후 1년 8개월 후인 1987년, 5년째 중동과를 벗어나지 못한 외교관 ‘민준’. 학벌 등 연줄, 재력 없이 외무고시 성적으로 외무부에 입사한 흙수저 외교관인 그는 상사에게 약속받았던 런던 발령마저 서울대 출신 후배에게 빼앗긴다. 사무실에 홀로 남아 화를 삭이던 민준은 밤늦게 퇴근하던 중 우연히 자신의 자리에서 울린 전화를 받는다. 자신이 20개월 전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임을 알리는 암호 메시지였다. 소식을 접한 외무부는 그 전화가 피랍 사건으로 떨어진 여론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 판단한다. 하지만 실패 시 그만큼 불어날 역풍과 책임이 더 클 것이기에 누구도 구출하겠다 나서지 못하는 상황. 민준은 외교관의 구출 작전에 자신이 참여하겠다고 선뜻 자원한다. 미션 성공 시 미국 발령을 장관에게 직접 약속받고 호기롭게 레바논으로 떠난다.

민준의 예상과 달리 레바논에서의 여정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삐그덕댄다. 한국 외교관이 인질 협상을 하러 왔다는 첩보를 접한 공항경비대가 납치된 외교관의 몸값을 노리고 가로막아 선 것. 민준은 공항 경비대의 총알 세례를 피해 겨우 몸을 숨긴 택시에서 한국인 현지 택시기사 판수를 처음 만나 불편한 동행을 시작한다.

레바논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 어디서나 도사리는 현지 무장단체들의 위협에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국가 공무를 수행하는 외교관 여권의 위력이 레바논에선 전혀 통하지 않는다. 겨우 만난 같은 한국인 ‘판수’마저 돈을 줘야 뭐든 하는 상당히 수상쩍은 인간. “아무도 믿지 않으면 된다”, 누구를 믿어야 하냐는 민준의 질문에 되돌아온 판수의 대답이었다. 혼자선 차마 길을 나설 용기가 없던 민준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어르고 달래 판수를 겨우 붙잡는다. 하지만 사기꾼 기질 다분한 판수의 행동과 말투에 여정 내내 티격태격, 불협화음을 일으키킨다.

사실 올해 초 개봉한 ‘교섭’, 팬데믹 기간 개봉한 ‘모가디슈’ 등 한국인 피랍 및 공무원 구출 실화를 소재로 다룬 작품은 이전에도 있었다. ‘비공식작전’이 개봉 전부터 우려 섞인 시선을 받은 이유다.

다만 베일을 벗은 ‘비공식작전’은 이것이 기우에 불과함을 입증했다. 스토리의 조명 과정이 여타 작품과 달랐다. 이 영화는 피랍자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기보단, 살아온 배경, 성격 모두 다른 두 사람이 생사의 위협을 함께하며 겪는 ‘관계 변화’에 더 집중한다. 몸값이 담긴 돈가방을 노리는 이들의 추격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는 두 사람의 투박한 듯 긴박감 넘치는 카체이스, 총격 액션이 촬영지인 모로코의 풍광과 어우러져 끊임없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민준과 판수가 납치된 외교관을 몰래 빼낸 뒤 택시로 현지 갱의 총알 세례와 추격을 피해 질주하는 중후반부 총격 카체이스 액션은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할 백미다. 광장과 좁은 골목, 가파른 계단 등 장소를 바꿔가며 1980년대 레바논판 ‘K-분노의 질주’를 펼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퀄리티로 도약한 한국 카체이스 액션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건물 옥상을 달리며 무장단체를 따돌리는 추격, 와이어 액션신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국가 공무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의 전형성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오락성을 강화하고 신파적 요소를 최소화한 전략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국민보단 국익을 우선시하는 삼엄한 국가적 현실에서 갈등을 겪는 주인공의 태도와 각성, 국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수뇌부 인물들을 조명하는 방식에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계다. 혼자 살아남아 빠져나갈 궁리만 하던 ‘판수’가 마음을 바꾸고 ‘민준’의 진정성을 인정하며 진정한 원팀(One-Team)이 된 과정이 다소 투박한 감도 있다. ‘미국’ 발령이랑 잿밥에만 관심을 보였던 민준이 외교관의 정신을 깨우치고 성장을 이룰 수 있던 과정에도 표현 및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다.

다행히 하정우와 주지훈의 열연과 앙상블이 서사적 빈틈을 훌륭히 메워준다. 두 사람의 케미는 이미 ‘신과 함께’ 시리즈 두 편을 함께하며 입증된 바. ‘아는 재료’의 조합이라도, 각자 맡은 캐릭터의 색깔과 관계 변화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음을 이들은 몸소 보여줬다. 우여곡절의 상황에서도 피어오르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와 맛깔나는 대사 표현이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한다. 김종수, 김응수, 박혁권 등 조연들의 열연과 개성도 작품의 매력에 힘을 더한다.

오는 8월 2일 개봉.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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