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안 뽑고, 노시환 거르고 택했는데…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1차 지명 유망주들

이상학 2023. 7. 1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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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에서 퇴단 처리된 이원준. /OSEN DB
2017년 SK 1차 지명 당시 이원준.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지난해 폐지된 KBO리그 신인 1차 지명은 각 지역 최고 재능 유망주들의 차지였다. 1차 지명 유망주는 각 팀들이 애지중지하는 특별관리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만 1차 지명 유망주가 둘이나 야구 외적인 문제를 일으켜 방출됐다. 서준원(23)에 이어 이원준(25)까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SSG는 지난 12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최근 방망이를 사용한 체벌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이원준에 대해 퇴단을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KBO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며 이원준과 관계를 정리한 SSG는 얼차려를 지시한 또 다른 선수 2명에 대해선 KBO 상벌위원회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이원준은 지난 6일 강화 퓨처스필드에서 벌어진 SSG 퓨처스 선수단 내 체벌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내야수 A가 올해 신인 내야수 B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점심 시간에 후배들을 불러 단체 얼차려를 지시했다. 이에 화가 난 투수 C가 B를 방망이로 엉덩이를 때리며 폭행했다. C가 바로 이원준이었다. 

SSG 구단은 ‘이번 사건이 프로야구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 구단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인 퇴단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구를 사용한 만큼 특수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는 사안. KBO 차원에서 구단의 이중처벌이 금지된 상황에서 경중을 따진 SSG 구단은 최고 수위의 징계라 할 수 있는 퇴단을 결정했다. 

SSG는 전신 SK 시절인 지난 2020년 5월에도 퓨처스 저연차 선수들이 음주 및 무면허 운전으로 일탈 행위를 하자 고참급 선수들이 체벌을 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SK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선수단 관리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는데 이원준이 첫 사례가 되고 말았다. 3년 전 체벌의 피해자였지만 이번에는 가해자가 됐다. 

190cm, 98kg 거구의 우완 투수 이원준은 야탑고 출신으로 지난 2017년 SK에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 SK의 1차 지명 후보 중에는 동산고 내야수 김혜성(키움)도 있었지만 SK는 연고 지역 투수 중 가장 유망한 이원준을 선택했다. 김혜성이 골든글러브 2회 수상에 도루왕, 국가대표로 성장한 사이 이원준은 2018~2020년 3년간 1군 22경기(25⅓이닝)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1.72에 그쳤다.

성장세가 더뎠지만 2021년 상무에 입대해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19경기(93이닝) 10승4패 평균자책점 3.97로 남부리그 공동 다승왕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SSG로 돌아왔고, 퓨처스리그 3경기(13이닝) 1승 평균자책점 1.38로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다. 그러나 한순간 이성을 잃고 폭행을 저질러 25세에 커리어가 끝날 위기에 놓였다. 

[OSEN=최규한 기자] 2022 KBO 시상식에서 퓨처스리그 투수 부문 남부리그 승리상을 받은 상무 김민규-이상영, SSG 이원준(오른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17 / dreamer@osen.co.kr
롯데 시절 서준원. /OSEN DB

이렇게 야구 외적인 문제로 몰락한 1차 지명 유망주는 불과 4개월 전에도 있었다. 지난 3월23일 롯데에서 퇴단 조치된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이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롯데 구단은 즉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방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준원은 지난해 8월 SNS 오픈 채팅으로 알게 된 미성년자에게 신체 사진을 찍어 전송하도록 강요한 뒤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도 이 사실을 철저하게 함구하며 끝까지 잡아뗀 서준원은 구단을 속인 괘씸죄가 더해졌다. 

서준원은 지난 2019년 롯데의 1차 지명 투수였다. 당시 롯데의 연고 지역에는 경남고 내야수 노시환, 부산고 좌완 투수 이상영 등 유망주가 넘쳐났다. 하지만 롯데는 150km를 던지는 경남고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 선택이었고, 크게 고민할 필요 없는 문제였다.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특별한 재능이었고, 계약금도 당시 신인 중 가장 많은 3억5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 선택의 결말은 참담했다. 서준원은 지난해까지 1군에서 4년간 123경기(318⅔이닝) 15승23패5홀드 평균자책점 5.56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불어난 체중으로 자기 관리에도 실패했다. 유연함이 중요한 사이드암 투수에게 과체중은 큰 결함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체중 감량에 들어가며 나름 독하게 준비했지만 추악한 성 범죄가 드러나 야구판에서 쫓겨났다.

반면 같은 팀 동기 서준원에게 밀려 1차 지명이 좌절된 노시환은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뒤 꾸준히 팀의 중심타자로 성장했고, 올해는 전반기 19홈런으로 리그 1위에 오르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생사라고 하지만 이렇게 엇갈릴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롯데 시절 서준원. /OSEN DB
롯데 1차 지명 당시 서준원. /OSEN DB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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