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상민, 조성원 컴백 스토리 재현할까?
전주 KCC는 최근 비시즌마다 화제를 쓰고 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허웅(30‧185cm)과 이승현(31‧197cm)을 영입한데 이어 올 시즌 종료 후에는 최준용(29‧200.2cm)까지 데려오는 파격 행보를 걷고있다. 주전 포인트가드 발굴, 외국인선수 선발 등 산적해있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다음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 SK의 대항마중 하나로 떠오른 것 만은 사실이다. 팬들 사이에서 ‘농구에 진심인 팀이다’는 극찬이 쏟아지는 이유다.
KCC발 진짜 화제는 따로 있다. 최준용도 파격적이었지만 이후에 있었던 누군가의 영입은 놀라움을 넘어 감동까지 안겨주었다는 평가다. 다름아닌 이상민(51‧183cm) 전 삼성 감독이 KCC 코치로 돌아온 것이다. 이상민은 KCC의 아픈 손가락이다. ‘이조추(이상민, 조성원, 추승균)’ 트리오의 리더로서 KCC가 프로농구 초창기 최고 명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했던 일등공신이다.
국내 최고 포인트가드라는 명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의 빼어난 실력에 더해 상품성도 뛰어나 구름관중을 몰고다녔다. 실업 농구대잔치 시절 현대하면 이충희, 기아자동차하면 허재가 떠올랐듯이 프로 현대, KCC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상민과 함께 한다는 것은 KCC팬들 입장에서 큰 자부심이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팀을 옮길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아쉽게도 이상민도 이를 빗겨가지는 못했다. 전력보강을 위해 서장훈, 임재현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보상선수를 선택해야하는 난제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이상민은 라이벌팀 삼성으로 옮겨가고 만다.
잘못된 판단 등 이런저런 이유가 끼어있었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상민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슬펐다. 이후 하승진, 강병현, 신명호, 전태풍을 축으로한 ‘2차왕조’가 들어서며 잊혀져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당시 사건은 팬들 사이에서 속상함, 아쉬움, 아련함 등 여러 가지 감정으로 남아있다.
때문에 이상민의 컴백은 단순히 감독 출신의 지도자가 코치로 합류하는 것을 넘어 잃어버린 정체성을 되찾는다는 의미까지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사라진 가족이 돌아온 기분이다’는 팬들의 반응처럼 보이지않는 부분에서의 가장 확실한 보강이었다고 극찬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조추 시대 영광의 기운이 돌아오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려오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이상민의 귀환을 조성원(52‧179cm)의 컴백과 비교하는 의견도 있다. 선수로서 돌아왔던 조성원과 달리 이상민은 지도자로 함께 하는 것이지만 상징성과 의미를 포함했을 때 공감못할 부분도 아니다. 이조추 라인에서 저격수를 담당하며 2번으로 뛰었던 조성원은 KCC 전성기의 주역이었다.
당시 팀을 대표하는 제 1옵션은 이상민과 조니 맥도웰의 콤비 플레이였지만 외곽을 책임지고있던 슈터 조성원의 위력도 그에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리그을 대표하는 빼어난 3점슈터이기도 했지만 특히 중요한 순간 한방을 터트려주는 클러치 능력이 탁월해 역전, 굳히기 등 상대팀을 두손들게 만들어버리는 플레이를 자주 보여줬다.
오죽하면 '4쿼터의 사나이'라는 애칭이 붙었겠는가. 당한게 많은 상대팀 입장에서는 '4쿼터의 악마'로 불리기도 했다. 때문에 그런 조성원이 트레이드로 떠난다고 했을때 많은 이들은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조성원의 이탈은 KCC 화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SK에게 분패를 당한 신선우 감독은 패배의 원인이 신장에 있다고 판단하고 장신슈터 양희승과 맞트레이드를 성사시키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이는 패착이었다. 조성원이 2번으로서 단신이고 그로인해 미스매치의 표적이 되는 등 수비에서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적지 않았던 것은 맞다. 하지만 대신 그는 리그 정상급 공격력을 갖추고 있었다. 수비에서 다소 까먹더라도 공격으로 플러스해서 갚아줬다. 거기에 발이 빠르고 스틸능력이 좋아 수비시 마냥 구멍도 아니었다.
때문에 어지간한 선수들은 작은 조성원과 매치업되더라도 상당히 까다로워 했다. 매우 막기 힘든 공격수이자 자신이 공격할 때도 결코 만만하기만 상대가 아니었던 이유가 크다. 거기에 이상민이 바꿔막기로 단점을 최소화해줬으며 추승균의 넓은 수비범위도 플러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성원을 보내고 양희승을 데려온 것에 대해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실제로 트레이드 이후 KCC와 LG의 희비가 엇갈리고 말았다. 확실한 외곽옵션이자 상대 수비진을 분산시키는 효과까지 가지고있던 조성원이 빠짐으로서 폭발적이던 KCC 공격력은 더 이상 예전처럼 상대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지 못했다.
반면 토종 에이스를 얻은 LG는 조성원-조우현-에릭 이버츠로 이어지는 이른바 ‘조조이 트리오’를 앞세운 화끈한 공격농구를 통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다. 조성원은 패싱능력이 출중한 포인트가드가 없음에도 팀전략에 잘 녹아들며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고 정규시즌 MVP까지 등극하는 겹경사를 누린다.
결국 KCC 다음 우승은 조성원이 돌아온 후에야 만들어진다. LG, SK를 거치는 동안 한물갔다는 혹평을 받았던 조성원이었지만 영광을 함께했던 이상민, 추승균과 다시 뭉치게되자 KCC 특유의 화력농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성기만큼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순간 여지없이 3점슛을 작렬시켰고 빠른 발을 살린 속공수로서도 위력을 떨쳤다. 결과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었다.
현재 KCC는 허재 감독 시절 이후 우승을 추가하지 못한 상태다. 외부 선수 영입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있지만 마지막 능선을 넘지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상민 코치의 합류는 왕조시절 옛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전체적인 기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는 평가다. 가드진 업그레이드 및 선수단내 소통 등에도 효과가 기대된다. 어쩌면 우승의 신은 옛 간판스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