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는 ‘비공식작전’[한현정의 직구리뷰]
‘버디 무비’로선 티키타카가 기대만 못하고, ‘분노의 질주’라기엔 소박하다. 딱 하정우표 짠내 가득한 공무원 버젼 ‘미셔임파서블’, 영화 ‘비공식작전’이다.
영화는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버디 액션 무비다. 1986~1987년 발생했던 대한민국 외교관 레바논 피랍 사건, 즉 외교관이 납치돼 사라졌다가 살아 돌아왔다는 것만 실화다. 두 주인공, 이들의 만남과 여정, 위기와 극복, 관계 변화 등은 모두 허구다. ‘어떻게 살아돌아왔는지’가 이 영화의 핵심으로 감독의 상상력을 총동원했다.
성골 후배에게 밀려 기분이 상한 민준은 홀로 늦게까지 사무실을 지키다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수화기 너머로 21개월 전 납치돼 생사를 몰랐던 선배의 암호메시지 듣게 된 그는 본능적으로 이 미션을 성공하면 꿈꿔왔던 ‘미국 발령’이 가능할 것임을 느껴 자진해 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정된 택시가 아닌 다른, ‘판수’의 택시를 타게 되면서, 이들의 미션 수행이 시작된다.
그들이 ‘비공식작전’을 넘어 ‘알아서 살아남기’로 가야만 하는 ‘극한’ 항로 역시 늘 보던 이유와 풍경이다. 살벌한 전두환 정권에서 매번 안기부에 밀려 기를 못펴던 외교부는 이 기회를 삼아 청와대의 신뢰를 얻고 실세로 거듭나려 하고, 대북관련 이슈가 아니면 늘 몸으로 때우며 완장을 찼던 안기부도 사안을 주시하며 권력을 지키려고 한다. 한국은 자국민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국가가 아니요, 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제 이익 계산에만 목을 맬 뿐이다. (물론 후반부 그 안에서도 빛을 발휘하는 감동 포인트는 있다.)
그 사이 ‘미래의 시민영웅’ 두 주인공은 위기의 연속이다. 이 엄청난 미션을 성공시키기 위해 똘똘 뭉치기까지 두 사람 간에도 ‘뻔한’ 갈등과 화해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펼치는 티키타카는 기대만 못하다. 블랙 코미디 타율은 낮고, 후반부 배치된 감동 포인트를 제외하곤 쳐진다. 가라앉는 에너지다. 오히려 대사, 분량 없이도 민준과 구출된 선배의 케미가 볼수록 먹먹하다.
반면 주지훈은 아쉽다. 역시나 주전공이지만 어쩐지 대충하는 인상을 준다. 그만큼 자연스러움을 넘어 무성의해 보이는 겉햝기다. 캐릭터 ‘판수’가 잘 보이질 않고, 주지훈의 습관이, 쪼가, 그의 어떤 이미지가 더 강렬하게 남는다. 캐릭터와 캐릭터의 케미가 아닌 민준과 주지훈의 호흡이다. 겉도는 정돈 아니지만 썩 맞물리지도 않는다. 캐릭터가 뻔하면 캐스팅이 신선하든지, 캐스팅이 안전하면 캐릭터가 특별하든지, 아니면 스토리가 남다르던지.
하정우와 더불어 영화의 최대 강점은 ‘속도감’이다. 살벌 그 이상의 전쟁통에서,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이 지옥에서, 평범한 외교관과 택시운전사는 달리고 달린다. 쉴 새 없이 쫓기고 위협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긴박함의 연속에서 관객이 마음을 놓을 구간은 별로 없다. 드라마적 진부함을 상당 부분 커버하는 완급 조절도 노련하다.
예상했던 지점이지만 굵직한 두 번의 ‘감동 포인트’는 좋다. 이 또한 하정우가 해낸다. 더러 오글거리는 지점들도 보이지만, 이 또한 예상했던터라 그리 거부감은 없다. 조연들은 베테랑답게 하나 같이 제 역할을 성실하게 해낸다.
작품은 약 40여년 전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화했다. 이미 몇 편의 영화가 비슷한 소재를 다뤘을 정도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요,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만 이를 보는 관객은 2023년을 살고 있는, 콘텐츠의 홍수, 그 다채로움을 넘치게 만끽한 이들이다. 감독의 말처럼 같은 소재라도 ‘어떻게 다루냐’ ‘어떤 상상력을 보여줄 것인가’ ‘어떤 무기를 개발했는가’ ‘얼마나 더 나아갔는가’ 등 잣대가 매우 높고 까다로워졌다는 점에서 ‘이 진부함’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신드롬의 한 주자였던 ‘킹덤’의 감독, 그 주연 배우였던 주지훈, 한국의 간판 배우 하정우가 만났기 때문에.
‘비공식작전’은 8월 2일 개봉한다. 12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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