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 미치겠어"…30도 무더위 속 열차 청소하던 노동자 사망

지난달 28일 야외에서 열차 냉방기 청소를 하다가 숨진 서울교통공사 하청업체 소속 40대 노동자. /사진=JTBC 보도화면 갈무리

서울교통공사 하청업체 소속 40대 노동자가 30도에 달하는 더운 날씨에 작업을 하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숨진 남성은 동료에게 "너무 더워서 미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경기도 한 차량사업소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박모씨(42)가 지난달 28일 열차에 들어가 냉방기를 청소하던 중 사망했다.

생전 박씨는 동료에게 "너무 더워서 미치겠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료는 "그렇죠. 형 더운 거 싫어하시잖아요"라고 답했고, 박씨는 "날도 덥고 사람도 한 명 적어서 그런지 더 힘들더라"는 내용의 문자를 남겼다.

사고 당일 박씨는 정신을 잃은 뒤 오후 4시쯤 동료가 쓰러져 있는 박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으나 1시간 10분 뒤 결국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근경색. 당시 낮 최고 기온은 30도로 열차 안은 햇빛을 그대로 받아 뜨거웠다고 한다.

유족은 박씨가 열악한 환경에 대해 계속 언급했다고 한다. 유족은 "(열차) 안에는 물과 선풍기가 전혀 없다. 휴게 공간에는 정수기 같은 거 하나 놓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를 고용한 하청업체는 "매일 팀장이 음료수와 물을 공급했다. 사망 당일 휴식 시간도 충분히 줬다"고 해명했다.

한편 사건을 조사 중인 노동청은 '업무와 사망 사이 연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외부 원인으로 숨진 이른바 '외인사'가 아니라는 게 이유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