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돈잔치'는 없어진 겁니까?

노명현 2023. 7. 1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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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판에 은행 제도개선 TF 출범
애초 "큰 문제 없었다" 지적도
시중은행 한 곳 추가에 그쳐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돈잔치'

윤석열 대통령은 직설적이었다. 지난 2월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는 시중은행들의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국민들은 대출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이자 내기도 버거운데 은행들은 차주들이 부담한 이자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여기에 은행원들의 퇴직급여와 성과급 등도 논란이 됐다. 이들을 향해 "혁신을 위한 노력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시중은행을 향한 대통령의 돈잔치 지적 이후 속전속결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TF를 출범시켰다. 4개월 간의 논의를 거쳐 상반기내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뜯어고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기존 금융권의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작은 의욕적이었다. 은행업 문턱을 낮춰 특화은행을 도입하는 방안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이 거론됐다. 기존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인터넷전문은행 3개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를 넘어 새로운 은행이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제도개선 TF는 은행 과점체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과감히 기존 규제도 없앨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미 논의를 거쳐 무산됐던 비은행 금융사들의 지급결제허용과 은행들 요구사항인 투자일임업 허용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방안 모두 해답이 되지 못했다. 특화은행은 SVB 파산 이후 특정 분야에 대한 자산 쏠림의 취약성, 이로 인해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급격히 얼어붙었다. 

금융위 역시 "이미 저축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특화은행 제도가 존재한다"며 도입 의지를 보이던 것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초반만 해도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은행 탄생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금융업계 기대감이 컸던 은행 비은행간 장벽(지급결제·투자일임업 허용)도 허무는데 실패했다. 은행들과 금융투자업계, 한국은행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두 안건을 연결하지 않고 효용성 중심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금융위가 업계 혼란을 야기하지 않기 위해 중립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도개선 TF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 금리경쟁 촉진을 위해 대환대출 플랫폼을 조기에 가동하고, 금리공시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정비했다. 공적자금 투입 과정을 거쳐 현 시중은행 체제가 갖춰지고, 차주들의 이자이익 기반으로 성장하는 만큼 은행의 상생금융 등 사회적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상생금융은 9128억원 지원 효과가 발생했다. 대출금리는 낮아지고(2월 5.22%→5월 4.83%) 예대금리차는 축소(2월 1.68%p→5월 1.27%p)됐다.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 후 약 한 달 동안 6684억원의 대출자산이 이동했다. 

여기에 금융위기에 대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으로 은행권 재무건전성이 제고됐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금융위의 자평에도 이들 방안이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 은행업 특성상 은행들에게 금융당국 입김은 무시할 수 없다. 제도개선보다는 금융당국 요청에 은행들이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정부가 개선하겠다고 선언한 시중은행 과점 체계가 근본적인 문제였는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한 금융 전문가는 "중소형 은행의 난맥상보다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체계 구축이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도 더 낫다"며 "애초 이 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문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제도개선 TF가 내놓은 방안 중 눈에 띄는 내용은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정도다. 시중은행 자산의 약 7분의1 수준인 대구은행이 정부가 기대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눈앞에 보인 현상을 문제삼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시작된 TF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근본적 고찰과 문제의식을 찾기는 힘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증한 가계대출과 전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으로 인한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 등 금융시장 환경도 고려하지 않았다. 야심찼던 출발과 달리 별다른 내용을 담지 못하고 끝난 이유를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하는 이유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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