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Cars] 실용성 꽉 채운 전기SUV, 2.5t에도 매끄러운 주행 뽐내
개방형 센터 콘솔 등 공간활용 극대화
일반 전원 외부 활용 'V2L' 기능 눈길
99.8㎾h 대용량 배터리로 501㎞ 주행
기아 'EV9' 타보니…
기아 EV9은 3열 전기 SUV의 웅장한 크기에도 최대 500㎞ 이상의 긴 주행거리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단순히 '큰 SUV의 전기차 버전'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주행 성능, 실내 디자인에서 프리미엄 이상의 가치를 확보했다. 육중한 덩치에도 주행감은 이보다 유려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스위블·럭셔리 시트가 적용돼 넓은 실내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 시켰다.
또 일반 전원을 사용할 수 있는 V2L 기능은 차박(차+숙박)에서 이용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3열 SUV의 활용성을 한층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됐다. 다소 비싸다고 여겨지는 가격은 차의 가치를 생각하면, 그리고 전기차 충전비용이 내연기관보다 저렴한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상쇄될 것으로 여겨진다.
외관은 육중하고, 운전석에 앉아도 그 덩치가 실감납니다. 전장(5110㎜)은 5m가 넘고 전폭(1980㎜)은 2m에 육박한다. 스티어링 휠도 굉장히 커 대형 SUV를 처음 접해보는 운전자라면 다소 낯설게 느껴지 않을까 생각됐다.
하지만 편안한 시트 포지션과 활용도 높은 실내 수납공간은 차가 큰 만큼의 가치를 톡톡히 했다. 센터 콘솔은 개방형으로 구성됐는데, 콘솔 하단에는 웬만한 크기의 가방도 보관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공간이 마련됐다. 두 개의 컵홀더 옆에도 각각의 추가 수납공간이 있어 차 키를 포함한 간단한 소지품을 두기에 충분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는 팔걸이에 위치했는데, 덕분에 이용이 편리했다.
1열에는 계기반-터치 공조 컨트롤러-인포테인먼트 화면이 하나로 이어진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시원한 시야감을 제공했다. 특히 계기반과 내비게이션 화면 중간에 위치한 터치 공조 컨트롤러는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간 활용성까지 확보해 드넓은 실내 공간이 더욱 여유롭게 느껴졌다.
2열에는 독립형 시트가 적용됐다. 독립형 시트는 휴식을 돕는 릴렉션 시트와, 3열을 향해 180도 회전 가능한 스위블 시트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이날 시승 모델은 스위블 시트가 적용된 모델이었다.
2열은 무릎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 여유로웠고, 서랍형 센터 콘솔 덕에 차크닉에서의 활용성도 우수해 보였다. 일반 전원을 외부로 활용할 수 있는 V2L 기능이 적용된 만큼 이런 세심함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3열의 경우 아주 여유롭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180㎝ 미만의 성인이라면 충분히 탑승할만 했다. 스위블 시트의 경우 2-3열이 마주보고 앉을 수도 있지만 2열에서 내릴 때, 혹은 카시트를 설치할 때 편리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모델인 만큼 동급의 내연기관 SUV보다는 확실히 공간 활용성이 우수했다.
EV9의 장점은 실내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소위 '아빠차'라 불린 대형 SUV나 미니밴의 경우 퍼포먼스 주행 측면에서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EV9는 이런 고민마저 해소시켜 줬다.
이날 경기 하남에서 충남 아산이을 거쳐 부여까지 210㎞를 시승했다. 기본적인 주행감은 2.5톤에 육박하는 차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만큼 유연하고 민첩했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부터 무겁다 혹은 버겁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않았고, 고속에서는 SUV의 한계를 뛰어 넘는 전기차 특유의 매끄러운 주행을 보여줬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도 플래그십 세단 이상으로 잘 잡아줘 다소 비싸게 여겨졌던 가격이 수긍됐다.
이 모델은 99.8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시 501㎞ 주행이 가능한 데, 이 배터리는 주행거리 확보를 넘어 전체적인 주행 밸런스까지 잡아줬다. 고속 코너 구간에서도 4개의 바퀴가 바닥을 꽉 잡아주면서 SUV 이상의 안정적 주행이 이어졌다.
이날 주행은 대부분 고속 구간에서 이뤄진 만큼 실연비를 측정하기는 어려웠지만, 기대 이상이라는 점은 체감할 수 있었다. 전기차의 경우 브레이크를 밟는 등 속도가 줄어들 때 회생제동 에너지가 회수돼 주행거리에 그만큼 유리하다.
고속 구간에서는 기본적으로 주행 거리만큼 주행 가능거리가 짧아졌다. 예를 들어 주행 가능거리가 400㎞인 상태에서 50㎞ 거리를 주행했다면, 남아있는 주행 가능거리가 350㎞로 측정됐다는 얘기다. 이날 더운 날씨에 에어컨과 통풍 시트를 모두 가동한 상태에서 시승한 점을 감안하면 고속 주행 연비도 꽤 우수한 편으로 여겨진다.
신호 대기가 종종 걸린 시내주행에서는 급격히 좋아진 전비를 보여줬다. 경우에 따라서는 20㎞를 주행했는데, 실제 깎인 주행 가능거리가 10㎞에 불과하기도 했다. 서울시내 출퇴근시에는 최대 500㎞ 이상의 주행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됐다.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도 꽤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내비게이션 화면이 화살표로만 안내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EV9에는 화살표와 함께 차선 안내까지 해줘 처음 가보는 낯선 길에서도 무리없이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운전석 마사지 기능이 적용된 릴렉션 컴포트 시트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제네시스 일부 모델에만 들어간 고급 사양인 데, 장시간 운전이 지속될 경우 자동으로 마사지 기능이 활성화 돼 피로를 풀어줬다. 산학 협력을 통해 최적의 강도를 맞췄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이 기능이 부담스럽다면 단연 자동 작동을 멈출 수도 있다.
EV9 가격은 7337만~8169만원(세제혜택 후 기준)으로, 서울시 기준 최저 6920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된 EV9 GT 라인은 3분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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