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농단(壟斷)과 천장부(賤丈夫)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2023. 7. 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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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정보가 권력이다. 정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정보는 돈이 되고 이익이 된다. 주식 시장에서 기업의 정확한 정보는 투자 성공이 되고, 부동산 시장에서 개발 정보는 곧바로 돈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보다 앞서 정보를 얻으려고 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힘을 이용한다. <손자병법>에서는 정보를 전쟁의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정의한다. 병사를 모집하고, 훈련하고, 물자를 모아 전쟁 준비를 하는데 적의 정보를 모르면 결국 전쟁의 패배로 이어지니,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돈과 지위를 아끼지 말라고 강조한다. 용간(用間)은 정보원의 활용이다. 인적정보를 통해 확실한 정보를 얻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고급 정보는 일반 사람의 눈높이로는 절대로 알 수 없다. 일반 사람들의 시선과 다른 높은 곳에서 보아야 비로소 남들이 못 보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힘쓰는 것이다. 옛날 시장에서 고급 정보를 얻으려는 남자가 있었다. 어디에서 어떤 물건을 파는지를 정확히 알면 엄청난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옛날 시장은 현물거래였기 때문에, 시장에 물건을 거래하러 나온 사람들이 가지고 온 현물의 공급과 수요로 가격이 결정되었다. 쌀이 넘쳐나면 쌀 가격은 내려갔고, 직물이 모자라면 직물 가격이 올라갔다. 이런 정보를 알려면 높은 곳에서 시장 전체를 보아야 했다. 그래서 그 남자는 시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언덕(壟, 농)에 올라갔다. 그 언덕은 깎아(斷, 단) 세운 듯 높은 곳이었다. 농단(壟斷)에 올라가니 시장 어느 곳에서 어떤 물건 얼마나 거래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이 정보를 이용하여 싼 곳에서 물건을 사다가 비싼 곳에 가서 팔아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남자를 천한 남자((賤丈夫, 천장부)라고 부르며 멸시하였다. 농단(壟斷)에 올라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이유였다. 농단도 재주라고 하면 재주다. 왜 너는 높은 언덕에 올라가서 시장 전체를 보고 정보를 얻을 생각을 하지 않냐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덕은 아무나 올라가는 곳이 아니다. 힘이 있어야 하고, 부당 거래에 대해 옳다고 주장할 수 있는 뻔뻔함이 있어야 한다. 시장을 관리하는 감독관은 이런 농단의 폐해를 근절하고자 세금을 거두었다. 이득을 얻은 만큼 국가에서 세금으로 징수하여 이득을 못 본 사람에게 나누어주고자 함이었다. 시장에 대한 공권력의 첫 개입이다. <맹자>에 나오는 농단(壟斷)에 관한 이야기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농단을 통한 이윤 추구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정보를 이용해서 거래 이윤을 얻고, 선물거래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큰 죄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거대 기업이 가진 고급 정보와 거대 자본으로 중소기업의 이익을 빼앗아 가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권력과 결탁한 농단이다. 국정이든 사법이든, 자리를 이용한 정보를 이용하여 이익을 추구한다면 응징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고급 정보를 가진 공직자에게 주식이나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농단의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높은 자리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고,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애초부터 의심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가진 국가의 공직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이 높은 언덕에 올라 자신의 이익을 찾는 농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단의 결과는 천한 사람이라는 칭호와 몰락이다. 비록 주머니에 돈은 가득 채웠지만 천민자본가라는 비난과 함께 비운의 결말을 맞이하였다. 농단의 결말, 모두 알고 있지만 미리 알고 피하는 사람은 매우 드문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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