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당집’ 최재림 “임지연 먹방 보고 나도 짜장면 먹었다”
지난 11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극본 지아니, 연출 정지현, 이하 ‘마당집’)은 뒷마당에서 나는 수상한 냄새로 인해 이상향에 가까운 삶을 살던 여자 문주란(김태희 분)과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던 여자 추상은(임지연 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마당집’으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최재림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 “첫 작품인 ‘그린마더스클럽’에 비해 촬영 일자도 짧고 극 회차도 절반인 8부작이라 시간이 금세 흘러버렸다”면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매체에서 첫 악역을 연기해 기억이 많이 날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최재림은 극 중 임신한 아내 추상은에게 폭언과 폭행을 쏟아내는 쓰레기 남편 김윤범 역을 맡았다. 아내에게 걸핏하면 손을 올리고 욕하거나 문주란의 남편 박재호(김성오 분)를 협박하는 등 강렬한 모습으로 극 초반 최악의 빌런으로 활약했다.
최재림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재미있게 봤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공연 무대로 절 알고 계신 팬 분들도 새로운 캐릭터에 많이 놀라고, 동시에 흥미를 가지고 시청해주셨다”고 주위 반응을 전하며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팬분들은 ‘최재림은 실제로 저렇지 않다’고 방어를 많이 해주셨는데 지인들은 ‘왜 윤범이 아니라 네가 있냐’고 놀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재림은 “무대 공연을 할 때와 차이는 딱히 느끼지 못했으나 마주치는 몇몇 분들이 드라마를 보고 알아봐주셔서 역시 매체의 파급력은 참 크구나 새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최재림은 뮤지컬계 스타다. 뮤지컬 ‘킹키부츠’, ‘오페라의 유령’, ‘아이다’, ‘시카고’, ‘하데스타운’, ‘렌트’, ‘마틸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큰 사랑을 받는 작품들에서 주요 역할을 소화하며 무대를 누벼왔다. 드라마로는 지난해 JTBC ‘그린마더스클럽’으로 처음 얼굴을 비춘 데 이어 ‘마당집’이 두 번째다.
최재림은 “원작을 재미있게 읽었다. 원작을 보면서 ‘이 캐릭터라면 작품도 재미있게 나오고,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 정지현 감독님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희, 임지연, 김성오, 정운선 배우님 등 탄탄한 캐스팅도 출연을 결정하는데 한 몫 했다”고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당집’에는 김태희, 임지연, 김성오 등이 출연해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다. 대중 매체에 익숙한 배우들은 최재림에게 어떤 조언을 건넸을까.
최재림은 “저보다 경험이 워낙 많은 분들이다. 조언으로 도움을 주기 보단 제 연기를 잘 받아주고 기다려주는 배려를 보여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김윤범이라는 캐릭터는 역대급 빌런이다. 연기력을 보여주긴 좋은 캐릭터이지만, 드라마 도전 초반에 맡기에는 너무 강렬해 이미지에 갇힐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이유에 대해 최재림은 “배우의 욕심”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은 욕심은 배우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특정 작품 속 역할이 강한 임팩트를 남기면, 비슷한 역할로 캐스팅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갓 대중 매체에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벌써부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최재림이 김윤범을 그리기 위해 준비한 것은 뭘까. 최재림은 “김윤범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왜 저렇게 행동할까?’에 초첨을 맞춰서 연기했다. 보란 듯이 성공해서 잘 살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라면서 “편집 과정에서 김윤범의 전사를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삭제됐다”고 아쉬워했다.
최재림은 또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촬영 초반과 후반에 몸무게 차가 좀 있었다. 초반에 덩치가 조금 더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초반 촬영을 할 때 슈트를 많이 입어서 슈트 입은 모습이 잘 나왔다. 후반부엔 추상은을 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살이 좀 빠진 상태에서 러닝셔츠만 입고 있으니 더 야비하게 묘사된 것 같다”며 “얻어걸린 것이지만 아주 만족스럽다”고 돌아봤다.
방송이 시작되자 최재림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댓글을 봤는지 묻자 최재림은 “대부분 비슷한 댓글이었다. ‘윤범 XXX’, ‘죽일 놈’, ‘저런 것들이 꼭 강자 앞에선 빌빌 긴다’ 등 윤범에 대한 욕이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연기한 인물이 욕을 먹는다는 것은 그 인물이 극 안에서 사실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기분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 연기를 자평하자면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의도한 걸 표현하는데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더 세밀한 감정 표현과 심리 묘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최재림은 “이미 촬영이 모두 끝난 상태여서 드라마 방영 후로는 사실 배우들을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며 “짜장면 장면을 보고 저도 다음날 자장면을 먹었다”고 ‘남편사망세트’를 자신도 먹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윤범은 분명 쓰레기 남편이지만, 딸기가 먹고 싶다는 추상은에게 카드를 던져 주며 유기농을 사먹으라고 하는 장면에선 다른 의견도 나왔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임신 중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딸기가 막 나올 즈음이라 먹고 싶다고 했는데 남편이 비싼데 굳이 먹을 필요 있냐고 딸기 아이스크림 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했다. 카드 주면서 비싼 유기농 사먹으라고 하는게 부럽더라”라는 글이 올라와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재림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김윤범은 그냥 쓰레기”라고 강조했다.
김윤범은 아내를 폭행하는 모습부터 박재호와 불꽃 튀는 대립, 문주란을 협박하는 모습 등 강렬한 연기를 이어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뭘까.
최재림은 “김윤범이 나오는 장면은 삭제된 것이 많다”며 “추상은과 과거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원작에 묘사된 두 사람의 연애시절 장면인데 현재의 쓰레기 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정직하고 순박한 세일즈맨의 모습으로 나온다. 연기하면서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최재림은 아직 ‘마당집’을 시청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마당집’은 흔치 않은 스릴러물”이라면서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극의 내용과는 정반대로 작품 전체적인 미장센이나 색감이 아주 아름답다. 그 간극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매력도 있다”고 시청을 권했다. 그러면서 “제가 연기한 김윤범을 보며 욕하는 재미도 많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재림은 지난달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자취 15년 차 일상을 공개, 뛰어난 요리 솜씨부터 살림 실력까지 다양한 매력을 보였다. 최재림은 “예능에 나간다는 건 참 특별한 경험”이라면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이렇다 할 생각은 없지만 상황과 일정에 따라 앞으로 예능 출연 여부도 결정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재림은 “앞으로도 무대와 매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배우 최재림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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