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눈물 흘려보낸 황연주, 스무번째 시즌 위해 운동화 끈을 조였다
“펑펑 울었죠”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황연주(37)는 지난 4월21일 인천 국제공항을 기억한다. 코로나19 시국이 한창이던 2020년 5월 농구 선수 박경상과 웨딩마치를 올렸던 황연주는 코로나19로 인해, 농구과 배구의 미묘한 사이클 차이로 인해 미루고 미뤘던 신혼여행을 2022~2023시즌을 마치고 하와이로 다녀왔다.
2022~2023시즌은 2005년 V리그 출범 원년에 신인으로 들어와 십년 이상을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해온 황연주의 ‘클라스’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현대건설의 외국인 아포짓 야스민이 허리부상으로 3라운드 막판 드러누웠다. 개막 15연승을 달리며 독주하던 현대건설에겐 청천벅력같은 소식이었다.
야스민의 공백을 메운 게 바로 황연주였다. 무릎 수술 세 번에 고질병이 된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인해 훈련 때나 시합 때나 진통제를 달고 살면서도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비록 현대건설이 시즌 막판 흥국생명에게 선두 자리를 내줘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놓쳤지만, 5라운드 막판까지 선두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황연주의 활약 덕분이었다. 28경기 79세트에 출전해 249득점을 올린 황연주는 2018~2019시즌의 160득점 이후 네 시즌 만에 세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어떤 선수가 자신의 FA계약에 만족할 수 있을까. 앞선 네 번의 FA도 100% 만족하진 않았지만,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고. 그만큼 이번 계약에서 기대했던 게 컸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인천 국제공항에 눈물을 흘러 보내고, 황연주는 V리그 스무 번째 시즌을 위해 운동화 끈을 다시금 바짝 조여매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2년을 보장받았다. 한국 나이로 마흔까지는 선수 유니폼을 입고 뛴다. ‘마흔까지 보장받은 것 아니냐’ 묻자 황연주는 “만 나이로 서른 아홉까지거든요. 저 아직 만으로 서른 일곱이에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고성 전지훈련지에서 지켜본 황연주는 여전했다. 누구보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고, 훈련에서 보여준 스파이크 파워나 높이는 10년 이상 차이나는 후배들보다 더 강하면 강하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어느덧 한달도 남지 않은, 외국인 선수들이 뛰지 않는 KOVO컵에서 황연주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설 예정이다. 플레잉 타임만 보장된다면 아직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은 거뜬히 책임져줄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황연주 역시 역설스러운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주전이건 비주전이건 항상 열심히 해야하는 건 똑같아요. 다만 달라지는 건 주전이 아니다 보니, 제가 들어갈 상황은 어려울 때니까. 어떤 식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킬 수 있을지, 짧은 시간 내에 내가 가진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할지 고민해야죠. 나이가 드니까 짧은 시간에 제 능력의 최대치를 보여주기가 쉽진 않더라고요”라고 답했다.
선수 부부였던 황연주-박경상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남편 박경상이 선수로 은퇴하고 전력분석원으로 새 출발하게 됐기 때문. 황연주는 “남편이 많이 아쉬워하더라고요. 은퇴동의서를 쓰러 가는 전날까지도 고민을 하더라고요. 아직까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으니까. 저도 서운해요. 저도 선수생활을 하느라 남편이 뛰는 모습을 응원 다니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1~2년만 더 하면 안될까? 나 선수 그만두면 농구장도 좀 찾아다니면서 응원도 해주고, 그런거 하고 싶은데’라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그게 안 돼서 좀 아쉽죠”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맏언니로, 언제든 감독의 부름에 소방수 역할을 할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황연주의 스무 번째 시즌은 어떻게 쓰여 질까. 요 몇 년간 웜업존을 지키느라 통산 누적 1위를 지키고 있던 많은 기록을 후배들에게 내줬지만, 서브는 여전히 통산 458개로 2위인 황민경(346개)에 100개 이상 앞선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녀의 서브 득점 하나하나는 V리그의 역사다.
고성=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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