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단독인터뷰③] "나의 제자는 기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면 안 된다, 그게 인격이다"
[마이데일리 = 포항 최병진 기자] 김기동(51)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감독'이란 어떤 감독일까.
김 감독의 강점 중 하나는 '솔직함'이다. 감독으로서 선수들과 관계를 쌓을 때, 또는 언론을 대할 때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흔히 말하는 '쿨가이' 스타일이다. 하지만 '쿨'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쾌함 속에는 언제나 김 감독의 명확한 소신이 있다.
Q)'기동매직', '기동타격대' 등 별명이 많은 감독 중 한 명인데?
"개인적으로는 기동타격대를 가장 좋아한다. 뭔가 강한 느낌이고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는 느낌이다. '눕기동'도 있다(웃음)."
Q)최고 히트 상품은 '눕기동' 아닌가?
"2019년부터 눕기동이 됐다(웃음). 주변에서 '쟤는 원래 저런 애니까'라고 하더라. 작년에 감독 간담회를 갔는데 (홍)명보 형이 '너는 뭐 하나씩 준비하냐? 어떨 때는 마스크로 눈을 가리고 따로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웃음)."
Q)선수 때도 득점 후에 이 정도로 액션이 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실 좀 창피하다. 경기에 몰입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초반보다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제는 내가 카메라를 인지하기 시작했다(웃음).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정말 집중했을 때 예상 못하게 한 번씩 하더라. 요새는 또 눕더라도 깜짝 놀라서 빨리 일어난다(웃음)."
Q)포항 구단 유튜브 채널에서 전북전(2-1 승) 전술을 공개했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일반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이라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팀들도 이제는 다큐멘터리를 하더라. 우리는 라커룸을 공개하면서 영상을 찍게 됐는데 나름 선두주자 역할을 한 것 같다(웃음)."
Q)선수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쌓아 가는가?
"선수들과 자주 농담을 하면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최근에는 선수들과 같이 골프도 치고 왔다.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 제가 고참급 선수들을 잘 관리해 주면 그 선수들이 또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준다. 내리사랑이다(웃음)."
Q)오랜 선수 생활이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주는가?
"100%다. 선수들이 생각하는 건 이미 나의 머릿속에 있다. 어떤 고민이 있는지,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미 나도 선수 시절에 경험을 했던 것이기에 그런 부분들에 도움을 주면 선수들도 놀라면서 잘 따라온다. 어린 아기들이 자기가 거짓말하면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부모가 보면 다 티가 나지 않나.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워낙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상황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
Q)선수단에게 가장 강조하는 건?
"기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면 안 된다. 축구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게 인격이다."
Q)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선수 구성에도 나름의 '팁'이 생겼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이 (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어리거나 FA(자유계약) 선수들 중에서 나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을 찾는다. 항상 선수의 성향을 물어본다. 실력보다 성품이나 인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새롭게 팀에 왔을 때 기존의 선수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너무 개성이 강한 선수가 오면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 같다."
Q)부활한 베테랑과 신인급 선수들 중 어떤 쪽이 이적할 때 더 마음이 아픈가?
"이적하는 것에 서운하고 기분 나쁜 건 없었다. 선수들에게도 '여기서 나랑 잘하고 더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하지만 절차가 있기에 좋게 헤어져야 한다. 구단과 감독, 선수가 삼위일체가 돼야 아름다운 이별이 된다. 거기에서 자기 욕심을 챙겨서 이적을 하면 마음이 좀 그렇다. 과정의 문제지 이적 자체에 대해서는 오히려 축하를 보낸다."
Q)김기동이 생각하는 '좋은 감독'이란 어떤 감독인가?
"일반적으로는 당연히 성적을 잘 내는 감독일 것이다. 물론 그게 기본이다. 아무리 좋은 감독이라도 성적이 안 좋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상황 속에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A라는 팀에 있지만 B라는 팀으로 갈 수 있는 게 감독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축구 철학을 막 입히려 하기보다는 구단의 '정통성'을 이해하고 팀의 역사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팬들이 어떤 축구를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다음에 나의 축구 철학을 접목시켜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지금 나도 그러고 있다. 그래서 제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 '포항 팬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라면서 힘들다고 한다(웃음). 구단의 역사를 이어가면서 감독과 팬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마지막으로 포항과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어떤 의미일까?
"팬들이 자꾸 계약을 하라고 했다(웃음). 그래서 한 거다. 팬들 때문이다(웃음).
전북 현대전에서 50주년 행사를 할 때 레전드들이 경기장에 왔다. 경기 일주일 전에 단장한테 전화가 오더니 경기 끝나고 레전드, 부회장과 저녁 식사가 있는데 올 거냐고 하더라. 처음에 안 간다고 했다. 왜 안 오냐고 해서 '상대가 전북인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경기에서 지고 만찬에 가면 무슨 흥이 나겠냐'고 했다. 경기 이틀 전에 사장이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꼭 와달라고 했고 그래서 승낙을 했다.
경기 후 만찬에 가서 건배사를 하는데 내 차례에서 '어제 한숨도 못 잤습니다. 지면 여기서 건배사도 못하는 상황이라 노심초사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회장에게 '지난 시즌에 우리의 투자 규모가 뒤에서 2번째였는데 3위를 했습니다. 이거는 기적입니다. 한두 번이야 가능하지만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만 더 투자해 주시면 포항의 역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예상 못한 이야기라 옆에 있던 사장도 놀랐다(웃음)."
"이전에 포항이라고 하면 국가대표의 산실이었다. 최고의 선수들이 있었던 팀이다. 이제는 국가대표를 길러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그럼에도 역사적인 팀에서 감독을 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책임감도 더 커졌다. 그것이 내가 포항에 남은 이유다."
[김기동 감독.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중계 화면 캡쳐]-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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