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신(神) 노리는 자베르, 2년 연속 윔블던 결승 진출
'매지션' 온스 자베르(튀니지, 세계 6위)가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세계 2위)를 꺾고 2023 윔블던 결승에 올랐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윔블던 결승 진출이다.
자베르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단식 4강 두 번째 경기에서 사발렌카에 6-7(5) 6-4 6-3 역전승을 따냈다.
역대급 난타전이었다. 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자베르의 현란한 스트로크와 묵직한 한 방의 사발렌카의 공격 전쟁이 이어졌다. 양 선수의 체력이 충분했던 1세트는 더욱 그랬다.
1세트에서 두 선수는 본인의 서브 게임을 모두 지켜냈다. 사발렌카는 3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를 극복해냈다(자베르 1번). 결정적인 순간 에이스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유지했다. 결국 1세트부터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졌다.
먼저 위기를 맞이한 쪽은 사발렌카였다. 사발렌카는 2-2, 본인의 서브권에서 더블폴트로 허무하게 점수를 내줬다. 하지만 자베르의 실수가 이때 터졌다. 평범한 백핸드 실수 2개를 연이어 범하며 서브권에서 실점했다. 그 격차는 결국 1세트 타이브레이크 5-7, 자베르의 패배가 되고 말았다.
2세트 초반, 사발렌카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2-2, 자베르의 서브권이었던 다섯 번째 게임을 러브게임으로 브레이크한 것이다. 득점 과정이 좋았다. 포핸드 크로스 발리-자베르 포핸드 범실-자베르 백핸드 범실-자베르 더블폴트였다. 사발렌카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네트 플레이로 득점했고, 자베르의 실수가 연이어 터졌다. 이 브레이크로 분위기가 완전히 사발렌카 쪽으로 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자베르는 본인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4, 사발렌카의 서브권이었던 여덟 번째 게임을 브레이크로 수복하며 균형을 맞췄다. 자베르는 30-40 상황에서 상대를 속이는 페인팅 발리로 재치있게 득점하며 듀스를 만들었다.
첫 어드밴티지는 사발렌카의 것이었다. 좌우를 찌르는 연타 공격으로 자베르를 코트 위에 눕혀 버렸다. 그런데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하는 나쁜 버릇이 여기서 터져 나왔다. 3구 만에 포핸드 사이드 아웃으로 다시 듀스가 됐다. 사발렌카는 이어 더블폴트를 범하며 어드밴티지도 내줬다. 자베르는 사발렌카의 포스드 에러를 강제하며 결국 브레이크에 성공, 4-4 균형을 맞추는 데도 성공했다.
급격히 변한 분위기를 자베르는 이어갔다. 나머지 본인 서브 게임을 지켰고, 다시 한번 사발렌카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했다. 6-4, 자베르는 그렇게 세트올을 맞췄다.
3세트 분수령은 자베르가 3-2로 앞선 채 맞이한 사발렌카의 서브 게임이었다. 네 번의 듀스가 이어졌다. 사발렌카의 득점 공식은 분명했다. 강한 서브에 이은 3구 마무리였다. 자베르는 초반 4구까지만 잘 방어하면 됐다. 랠리가 길어질수록 사발렌카의 실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네 번의 듀스 끝에 자베르가 브레이크에 성공했다(4-2).
사발렌카는 더이상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자베르는 본인의 서브 게임에서 훨씬 안정적인 스트로크로 브레이크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6-3 결국 자베르가 3세트를 가져가며 경기 최종 승자가 됐다.
자베르는 이날 3개의 에이스, 28개의 위너를 기록했다. 각각 10개, 39개를 기록한 사발렌카에 비한다면 직접적인 공격 득점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실수는 14개 뿐이었다. 매지션답게 코트 곳곳으로 예상치 못한 샷을 보냈음에도 높은 적중율을 자랑했다.
이번 대회 내내 안정된 모습이 장점이었던 사발렌카지만, 결국 준결승에서 불안요소가 터지고 말았다. 물고 늘어지는 자베르의 수비를 뚫기 위해 무리했고, 이는 45개의 범실로 이어지고 말았다.
체력이 넘쳤던 1세트와는 달리, 2세트, 3세트 서브 에이스는 각각 2개 뿐이었다. 서브가 밋밋해진 2~3세트에 결국 브레이크를 내주며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사발렌카에게는 약 2달 전의 악몽이 데자뷰됐다. 롤랑가로스 준결승에서도 사발렌카는 카롤리나 무호바(체코)에 3세트 끝에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했다. 최근 1년간 네 번의 그랜드슬램 모두 4강까지 오르는 꾸준함의 사발렌카였지만, 이 중 세 번은 4강에서 도전이 끝났다. 이번 대회 결승에 오를 경우 빼앗을 수 있었던 생애 최초 세계랭킹 1위 계획 역시 물거품이 됐다.
자베르는 현역 잔디코트 승률 1위다웠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잔디코트에서만 28승(5패) 째를 거뒀다. 현재 잔디코트 통산 승률은 77%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본인의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 도전과 함께 잔디신 칭호에도 도전하는 자베르다.
자베르는 4회전에서 현역 잔디코트 승률 2위인 페트라 크비토바(체코)를 꺾었고, 8강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엘리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를 제압했다. 그리고 오늘, 사발렌카마저 돌려 세웠다. 자베르는 "이번 대회 대진은 정말 힘들다"며 "모두 잔디에서도 강한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그들과 경기해 승리하는 것은 결승으로 가는데 더욱 큰 자신감을 준다. 그들과 멋진 테니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다음 경기를 위한 좋은 리듬을 심어준다"고 인터뷰했다.
자베르는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체코, 세계 42위)와 결승 경기를 갖는다. 여자단식 결승은 하루 휴식일을 취한 후, 15일 열린다. 둘은 여섯 번 맞붙어 3-3 백중세를 기록 중이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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