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할 수 없는, 그래서 더 가치 있는 헌혈

최영찬 기자 2023. 7. 1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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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여전한 피 부족 국가③] "1시간 30분이면 사람 살릴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헌혈을 생명을 살리는 작은 실천이라고 한다. 이 작은 실천이 최근 저출산과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잘 이뤄지지 못하면서 헌혈 보유량은 아슬아슬한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헌혈 참여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혈액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인공혈액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인공혈액이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헌혈 참여는 중요하다.

혈액은 장기보관이 불가능해 일일 적정 혈액 보유량을 유지하려면 일반인들의 헌혈 참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혈헌혈에 걸리는 시간은 20~30분, 혈소판이나 혈장 등의 성분헌혈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수준이다. 사진은 세계 헌혈자의 날(6월14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13일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 헌혈의집 광교센터 관계자가 보관 중인 혈액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아낌없이 나누는 O형이 부족하다… 마르는 헌혈
②항원만 '싹둑'… 소로부터 인공혈액 만든다
③아무나 할 수 없는, 그래서 더 가치 있는 헌혈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 혈액 운송차량이 폭설에 갇혔다. 이에 돌담병원장 박민국(김주헌 분)과 외과의사 양호준(고상호 분)은 혈액전용 운송상자를 어깨에 둘러 맨 채 뛰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으며 병원에 운송상자를 전달했다. 이들의 노력에 응급수술을 받고 있던 환자는 무사히 수혈을 받았다.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응급상황에 놓인 환자 또는 백혈병 환자는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혈액을 확보해야 한다.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해 적정 혈액 보유량을 유지하려면 일반인들의 꾸준한 헌혈 참여가 절실하다. 농축적혈구의 유효기간은 채혈 후 35일, (신선)동결혈장은 채혈 후 1년까지다. 농축혈소판은 제조 후 120시간까지만 보관할 수 있다.

국내 헌혈량의 약 95%를 담당하는 대한적십자사는 채혈된 혈액을 제제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폐기가 되지 않도록 제조시간 준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선동결혈장과 농축혈소판의 경우 채혈 후 8시간 안에 제조가 이뤄져야 한다.

채성 대한적십자사 헌혈홍보팀 팀장은 "헌혈센터에서는 헌혈자로부터 채혈된 혈액은 관련 규정의 보관온도에 맞춰 보관하고 혈액제제 제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혈액센터당 하루 2~3회 정도 일정 시간마다 혈액원으로 운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혈액과 검체의 운송 시에는 혈액전용 운송상자를 사용하며 각종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정확한 인수인계를 위해 담당자 이외에는 개봉할 수 없도록 봉인을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헌혈의집 강남센터 내부. /사진=최영찬 기자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인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헌혈의 집이나 헌혈버스, 보건복지부가 지정해 국가혈액사업을 수행하는 공공단체인 한마음혈액원의 헌혈카페에서 헌혈을 할 수 있다.

적혈구와 백혈구·혈장·혈소판 등 혈액의 전체 성분을 헌혈(전혈)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30분 수준이다. 혈액 속 혈장이나 혈소판만 추출하는 헌혈(성분헌혈)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 걸린다. 헌혈 후 헌혈자의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약 15분간 머무르게 하는 것을 고려하면 헌혈을 마치는 데 최대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전혈헌혈은 8주마다, 성분헌혈은 2주마다 할 수 있다. 다만 전혈헌혈은 1년에 5회, 성분헌혈은 24회로 제한된다.

헌혈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여드름이나 탈모, 전립성비대증, 건선 치료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약을 복용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헌혈을 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독감, A·B형 간염 등의 백신을 접종했거나 출혈이 생기는 치과진료를 받은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임신 중이거나 분만 또는 유산한 사람은 6개월이 지나야 헌혈할 수 있다. 말라리아 관련 국내 일부 지역 또는 해외를 여행한 사람은 1년 동안 혈장성분헌혈만 가능하다.

헌혈을 하려면 사전에 혈액 검사를 하기 때문에 건강정보를 간단하게 점검할 수 있다. 총단백, 알부민, 콜레스테롤 수치는 물론 B형·C형 간염이나 매독, 말라리아 등에 감염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김선규(59세·남)씨가 지난 6월29일 헌혈의집 강남센터에서 헌혈을 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헌혈의집 강남센터 가봤더니…



지난 6월28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의 헌혈의집 강남센터를 방문했다. 헌혈의집 강남센터는 기자가 네 차례 헌혈한 곳이다. 지난 6월17일 전혈헌혈에 참여해 오는 8월12일에나 헌혈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이번 기회에 헌혈에 참여할 수 없었다.

헌혈의집 강남센터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일일 헌혈자 수가 50명 수준이라는데 이날은 평일 오후 시간대여서 그런지 방문자는 많지 않았다. 헌혈을 희망하는 사람은 헌혈 전 간단한 문진표를 작성한 뒤 오래 기다리지 않고 헌혈에 참여할 수 있었다. 헌혈의집 강남센터에는 간호사 6명이 근무 중인데 헌혈자가 헌혈하는 동안 수시로 헌혈자의 상태와 채혈기가 정상 작동하는지를 살피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15차례 헌혈에 참여했다는 김선규(59세·남)씨는 헌혈을 하는 이유는 특별히 없다고 했다. 김씨는 "헌혈 자체가 크게 부담되는 일도 아니고 좋은 일을 하는 의미에서 헌혈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혈 후 혈액원별로 제공하는 기념품은 헌혈자의 방문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5세의 여성 대학생 A씨는 "공강시간에 맞춰 5차례 헌혈에 참여했는데 기념품에 관심이 있어 헌혈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국 15개 권역에 분포한 혈액원별로 간단한 다과와 함께 영화관람권, 문화상품권, 햄버거 세트 기프티콘 등을 헌혈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적정 보유 혈액량이 부족한 상황이거나 5.0일 미만의 '관심' 단계에 접어들면 추가 증정품을 제공하며 헌혈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사진은 기자의 헌혈 내역. /사진=대한적십자사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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