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1등? 하이트진로의 '투트랙' 또 통했다
소주 이어 맥주도 '투 트랙'
가정·유흥 순차 공략 노림수 통해
하이트진로의 '투 트랙' 전략이 또 한 번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19년 '투명병 소주' 진로이즈백을 출시해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올해엔 맥주 시장에서도 켈리를 선보이며 테라와 2인3각을 펼치고 있다.
히트상품에 신제품 더했더니
일반적으로 식품업계에서는 한 제품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으면 비슷한 제품을 또 내놓는 것을 꺼린다. '카니발라이제이션(잠식효과)' 때문이다. 기존 인기 제품과 타깃이 비슷한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매출을 빼앗는 것이다.
신제품 매출은 가시적으로 늘지만 기존 인기 제품의 매출이 줄면서 결과적으론 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다. 그렇다고 기존 제품의 매출 유지를 위해 신제품 마케팅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여러모로 애매한 상황이 펼쳐진다.
하이트진로의 전략은 이와 정반대다. 2019년 출시해 단숨에 국내 맥주 시장 2위를 차지한 '테라'를 두고 또 신제품 맥주인 '켈리'를 내놨다. 출시 전부터 맥주업계에선 카니발라이제이션을 우려했다. 켈리 매출이 늘면 테라 매출이 크게 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잠식 현상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테라와 켈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는 것이다. 이미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참이슬'을 두고 '진로이즈백'을 내놔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전례도 있었다.
이게 진짜 되네
켈리의 초반 성적은 '하이트진로 말씀대로'다. 지난 4월 출시 이후 36일 만에 100만 상자를 돌파하더니 66일 만에 200만 상자, 90일 만에 300만 상자를 돌파하며 속도를 높였다. 출시 99일째인 지난 11일에는 1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테라보다 하루 빠른 기록이다.
눈에 띄는 건 테라 매출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6월 하이트진로의 맥주 판매량은 켈리가 출시되기 전인 3월 대비 약 33% 늘었다. 2분기 전체 판매량도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테라의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켈리의 증가분으로 전체 판매량이 '순증'했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에서도 이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A 대형마트에서 전체 맥주 중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지난 3월 42.6%에서 6월 49.6%로 7%포인트 늘었다. 김인규 사장이 외쳤던 "맥주 1위 탈환"이 불가능한 말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테라도 팔리고, 켈리도 팔리는 이유
켈리와 테라 두 제품 모두 아메리칸 라거에 속하는 맥주다. 진한 맛과 탄산을 강조하는 켈리와 청량함을 강조한 테라의 맛 차이는 있지만 라거와 에일, 흑맥주, 밀맥주 수준의 차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잠식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신제품인 켈리가 가정 시장에서 먼저 반응이 온 것이 주효했다. 이미 유흥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테라와 경쟁하기 전에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가정 채널에서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켈리가 유흥 시장 공략에만 집중했다면 기존 테라를 밀어내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가정 시장을 먼저 공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투 트랙 전략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엔 소비자들의 변화한 소비심리가 한 몫했다. '먹던 것만 먹던' 보수적인 소비에서 '못 보던 것을 먹는' 도전적 소비로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신제품을 남보다 먼저 맛보고 소감을 공유하고자 하는 문화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진로이즈백과 켈리, 새로 등 최근 주류 시장의 신제품들이 2030 젊은 층에게 지지를 받은 이유다.
테라의 성공도 켈리의 연착륙을 도왔다. 테라 출시 당시엔 점유율이 급락한 하이트에 신뢰를 잃은 유흥 시장이 테라의 시장 안착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판매 루트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테라가 20%대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켈리의 매대 확보는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의 음용층이 생각보다 탄탄해 켈리 출시 이후에도 이탈하지 않고 두 제품을 모두 마시는 선택을 하고 있다"며 "켈리와 테라의 연합작전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맥주 시장 1위 탈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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