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學] 골프 클럽 선택, 과학만이 정답은 아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한 때 최고의 광고카피로 초등학교 시험에서 가구를 '과학'이라고 답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한민국은 1970년대부터 산업발전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입하고자 과학우선주의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생활이 안정되면서 조금씩 인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골프는 아직까지도 자연에서 즐기는 감성적 놀이가 아닌 볼스피드, 타출 각, 헤드스피드, 스핀량을 통한 과학적 원리의 접근이 더 인정받고 있다. 물론 골프가 과학적 원리를 통해 비거리가 늘고, 클럽 소재의 발전으로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골프클럽은 적어도 피팅을 해줘야 스펙(spec)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최근 젊은 MZ골퍼들은 스탁클럽(제조사에서 판매할 때 기본적으로 결합되어 판매하는 샤프트와 결합한 제품)보다는 애프터마켓샤프트 클럽(별도로 제조해서 피팅숍 등에 판매하는 샤프트와 결합한 제품)을 선호한다. 물론 개인 취향이니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골프 기자 35년, 골프 구력 35년 된 경험으로 말한다면 '과유불급'이다.
흔히 우리가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 중에서 샤프트는 내가 쓰는 것 보다 좀 더 강한 것이 좋다고 말한다. R보다는 SR을, SR보다는 S를, S보다는 피팅 한 샤프트 강도를 사용해야 '골프 좀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방향성은 좋아질 수 있지만 비거리는 다른 얘기다. 파워를 겸비한 싱글골퍼 및 프로선수는 두 가지를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보기플레이어 이상의 주말골퍼와 아마추어골퍼는 사실 강한 샤프트보다는 부드러운 샤프트가 비거리를 더 낸다. 가끔 필드에서 여성 드라이버로 티샷을 해보면 아주 쉽게 멀리 더 나간다. 물론 방향성은 장담할 수 없지만.
또 하나 드라이버 로프트를 낮춰야 싱글 골퍼라는 인식이 강하다. 오죽하면 어느 골프클럽 브랜드사는 10.5도를 10도라고 표기하니 더 잘 팔리더란다. 마치 11.5도를 쓰면 비기너이고 9도 드라이버를 쓰면 프로스펙인 것처럼 생각한다. 2019년 KPGA 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이형준은 11.5도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톰 왓슨은 10.5도 드라이버로 287야드를 날렸다. 클럽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게 얼마나 잘 맞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한다면 샤프트 길이이다. 드라이버 평균 샤프트는 남성 45인치, 여성 44인치가 보통이다. 하지만 클럽회사는 마케팅 일환으로 샤프트를 1, 2인치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구매를 유혹한다. 짧은 샤프트의 클럽이라고 해서 초보용이 절대 아니다. 이것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최경주는 퍼터 32인치를 사용한다.
따라서 샤프트 강도, 헤드 로프트, 샤프트 길이 등에 연연해 할 이유가 없다. 클럽의 총중량, 스윙 웨이트, 길이, 샤프트 강도 등의 스윙 데이터를 운운하며 피팅클럽 만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생각대로 결정하면 된다.
얼마 전 후배가 골프를 진심으로 잘 쳐보고 싶다면서 피팅 숍에 가니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더라며 올바른 답을 요구해왔다.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골프는 과학보다는 멘탈이 먼저임을 생각할 때 마음 자세가 더 중요하지 않겠냐고 조언한 적이 있다.
천부적인 탄력을 이용해 파워풀한 스윙을 만들어 내는 타이거 우즈와 간결하면서도 큰 힘을 들이지 않는 심플한 스윙의 필 미컬슨 중 누구의 스윙이 좋고 나쁘냐는 질문과 같다. 골프는 파워보다는 리듬이 더 중요한 스포츠이라고 본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 새소리, 물소리, 꽃의 흔들리는 리듬을 생각하면서 스윙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보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골프는 성급하게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There is no royal road to golf'라는 스코틀랜드 속담이 있다. 골프 기량 향상에 지름길이 없다는 뜻이다. 속단하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계속 도전하고 연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클럽 스펙에 의존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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