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19% 달해도 일단 빌리자”…급전 필요한 서민들 늘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1조21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0억원 가량 늘었다. 이 기간 총 대출액이 115조원에서 113조원으로 줄어든 것과는 반대 추이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대출 종류별 잔액을 살펴보면 기업대출 잔액은 약 2조원, 가계대출 잔액은 약 3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가계대출 분류에 포함되는 소액신용대출만 홀로 증가 추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액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는 꾸준히 많은데, 올해는 물가도 오르고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급히 돈 나갈 곳이 있거나 생활비가 부족해져서 급전대출을 필요로 하는 분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리스크가 높은 고금리 상품 특성상 연체율도 높다.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연체액은 올해 1분기 746억원으로, 지난해 말(657억원)보다 90억원가량 늘었다. 소액신용대출 연체액이 700억원대로 오른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연체율은 지난해 6%대까지 떨어졌다가 올 1분기 7.3%로 크게 뛰었다. 1분기 저축은행 업계 총 대출 연체율인 5.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 관리를 위해 저축은행 업권은 소액신용대출을 점점 보수적으로 취급할 것으로 보인다. 총 대출에서 소액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올해 들어 저축은행 업권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건전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달부터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에 나서 연체 차주의 연체이자를 감면해주거나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의 조치를 통해 연체율을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소액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69곳 중 27곳에서만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늘었다. 나머지 42곳에서는 취급 규모를 줄였다. 이미 대형 저축은행에서는 소액신용대출 심사 문턱을 높이고 있다. SBI, OK, 한국투자, 웰컴, 페퍼 등 자산규모 상위 5개 저축은행 중 OK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3곳에서는 올해 들어 소액신용대출 잔액을 대폭 줄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액신용대출은 다른 대출에 비해 연체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품이다보니 많이 판다고 이득이 되지는 않는다”며 “대형 저축은행들은 리스크가 적은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더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권이 영업 난항을 겪으며 저신용자의 급전대출 창구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개시한 ‘소액생계비대출’이 흥행한 배경에는 어딜 가든 50만원도 빌리기 힘든 저신용자의 절박한 상황이 있다. 올해 책정된 소액생계비대출 예산은 1000억원인데 지난달 말까지 약 3개월 만에 이미 389억원이 소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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