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종로를 저리 놔두고 `서울 대개조` 빛 볼 수 있을까

이규화 2023. 7. 1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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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인 시대
허드슨 야드 뉴욕에 활기 불어넣어
도쿄, 고이즈미 결단으로 상전벽해
박원순 망치고 오세훈 뒤치다꺼리
종로는 횡축 국가상징거리, 관심을

요즘 도쿄가 서울 사람들로 문전성시라고 한다. 올 들어 5월말까지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863만8500명이었는데, 그 중 한국인이 258만3000여명으로 30%를 차지했다고 한다. 역대급 엔저 때문이기도 하지만, 싸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요 근년 일본 수도 도쿄는 상전벽해가 무색할 만큼 '세련'(洗鍊)이 진행 중이다. 1년이 다르고 한 달이 다르다고 한다. 도시 경쟁력이 관광 경쟁력이고,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도쿄는 날고 있다는데, 서울은? 도쿄뿐 아니라 세계 주요 도시들은 새 단장 하느라 바쁘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서울도 세계 최고의 매력 도시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뉴욕과 도쿄의 도심개발 속도전

최근 10년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파격적이라 할 만큼 아스라이 치솟았고 가늘어졌다. 이른바 '펜슬타워'라는 100층 내외 층수에 400m 넘나드는 초고층 빌딩들이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허드슨 강 건너편 뉴저지시티에서 바라보는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그야말로 리듬미컬하다.

뉴욕 맨해튼도 다핵도시지만 각 도심마다 저마다 역할을 갖고 도시의 기능과 매력을 조화롭게 분담한다. 미드타운과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주변 도심에는 기업 사무실과 쇼룸 등 비즈니스 파트를 담당한다. 타임스퀘어는 언론사와 극장, 광고회사 등 미디어 비즈니스 구역이다. 미드타운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록펠러 센터 등 상징적인 고층 건물들도 즐비하다. 다운타운인 월 스트리트는 뉴욕 증권 거래소 등 금융 관련 기관과 은행, 투자회사, 보험회사 등이 들어차 있다. '피프스 애비뉴'로 불리는 센트럴파크 주변은 럭셔리 브랜드 집합소에 패션 주얼리 등 고급 명품 소매점과 백화점들이 제각각 멋을 낸다.

이런 맨해튼의 조화된 기능도 한 거대 프로젝트로 인해 변화와 재구조화의 도전을 받고 있다. 미드타운과 월스트리트를 위협하는 허드슨야드 프로젝트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드슨 야드는 맨해튼 미드타운 서쪽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철도기지창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11만3000㎡의 부지에 250억 달러의 사업비가 투입돼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1930년대 록펠러센터 건설 이래 80년 만에 시행되는 뉴욕시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허드슨 야드는 '도시 속의 도시'를 표방하며 비즈니스, 휴식, 주거, 관광, 교육 등을 위한 고급 주거 단지, 쇼핑몰, 사무실, 호텔, 예술센터, 학교 등을 아우르는 초대형 복합단지로서 16개 초고층 빌딩이 단계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 중 '30 허드슨 야드'는 가장 높은 빌딩으로 이미 완공됐다. 높이 387m로 꼭대기층에는 '디 에지'(The Edge)라는 캔틸레버식 야외 전망대가 들어서 있어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이곳에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이 입주하는 등 헤지펀드와 주요 사모펀드사들이 모여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허브로 변모하고 있다. 허드슨 야드는 거대 프로젝트가 어떻게 도시의 면면을 바꾸고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지 말해주는 좋은 사례다.

도쿄는 2002년 전과 후로 나뉜다 할 정도로 도시정책이 어떻게 도시를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형이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도시 재개발을 국가 주요사업으로 정하고, 도심 주요 지역의 고도제한과 용적률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도권의 비대화 문제로 기업과 주요 공공기능의 지방 이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역발상을 했다. 그럴 바에는 규제를 풀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침 2000년대 들어 경제성장의 견인차로서 도시의 역할이 주목받을 때였다. 도쿄 도심의 얼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높이 150m, 40층 내외의 디자인이 수려한 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빌딩 키를 높인 만큼 남은 부지에 녹지를 조성했다. 수직화와 녹지화가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도쿄가 세련된 도시미를 뽐내면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 팬데믹 전 2019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일본관광기구(JNTO)에 따르면 3188만 명에 달한다.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750만명으로 일본이 우리보다 2배가량 많았다.

◇오세훈 '서울 대개조' 구상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선도도시 서울'에 걸맞은 미래 공간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도시공간정책의 방향성을 7가지로 잡았다. 보행 일상권 조성, 수변 중심 공간 재편, 기반시설 입체화, 중심지 기능 확산, 미래교통 인프라 확충, 탄소중립 안전도시 조성, 도시계획 대전환이다.

기존 경직적·일률적 도시계획 규제에서 탈피해 다양한 도시모습을 담을 수 있는 유연한 도시계획 체계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가령 절대적 수치 기준으로 적용했던 재건축 35층 높이 제한을 철폐했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단지가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설계안이 나와 역동적 도시경관이 창출되도록 했다. 가능한 연면적과 용적률 등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날씬한 건물(맨해튼 펜슬타워같은)이 간격을 두고 배치되면서 통경축이 확보되고 다채로운 경관이 나오게 된다.

도시관리 패러다임으로서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비욘드 조닝이란 도시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용도지역별 지정 목적은 유지하되 지역 특성을 고려한 주거·업무·상업·여가 등 융·복합적 토지이용을 도모하는 유연한 운영·관리 체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도시기본계획 하에 실행 프로젝트로 내놓은 것이 '정원도시 서울'과 '한강르네상스 2.0'이다. 정원도시란 공간을 '비우고' 또 '심는다'는 말로 압축된다. 이에 맞춰 서울시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정원화, 마곡 유휴부지의 야생초화정원 등을 추진한다.

'한강르네상스 2.0'은 열악한 한강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맞춰졌다. 잠수교 보행교화, 서울숲 컬쳐브릿지, 노들섬 아트브릿지, 반포 재건축덮개공원, 압구정 재건축 단지와 서울숲 연결 보행교 건설 등이 대표적 사업이다. 여기에 여의도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지어 문화예술의 불모지인 여의도와 한강 둔치 일대를 팝과 클래식 공연의 아지트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서울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에 '서울링'이라는 대관람차를 세우는 것도 주요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 중 하나다.

◇종로 방치하면 '서울 대개조' 빛 안 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드러난 것처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대개조' 기치를 내걸었다. 서울 도심부와 핵심 부도심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고층·초고층으로 고밀도 재개발하고 공공 기여 부지에 녹지를 대폭 확대해 '녹색도시' '매력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말 도쿄 도심 재개발 현황을 둘러보기 위해 도쿄를 다녀왔다. 오 시장은 도쿄 도심 곳곳에 초고층 빌딩을 짓고 여유가 생긴 부지를 통합해 가로공원을 만든 도쿄 마루노우치 개발사례를 보고 "느낀 게 많다"고 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또 숨 쉴 곳(정원, 녹지)이 부족한 강남 테헤란로에 대해서도 '실패한 도시계획'이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이곳 재개발 시 높이 제한 완화와 용적률 인센티브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특히 도쿄역 인근에 조성된 길이 100m, 폭 30m 규모의 숲 '오테마치 포레스트'를 둘러보며 감탄까지 했다는 전언이다.

사실 2650만명이 사는 수도권은 세계적으로도 5~6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으로서 세계적 메가시티다. 선진국 가운데 이 규모의 메가시티는 도쿄와 서울 단 둘 뿐이다. 그런 서울이 전임 박원순 시장 10년(2011년 10월~2020년 7월) 동안 암흑기를 보냈다. 서울 도심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하고 아파트단지를 재건축 할 때 한 동을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재건축 시 일률적으로 35층을 넘지 못하도록 층수제한을 했다.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이런 규제가 10년 이어지면서 서울의 경관과 도시 경쟁력은 망가졌다.

2021년 보선에서 서울시장으로 돌아온 오 시장이 서울을 세계적 메가시티 선도도시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시대적 요구다. 오 시장의 서울 대 개조 틀은 우선 도심과 강남을 용적률 인센티브 정책으로 공간을 확충해 '녹지생태도심'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론 한강르네상스를 통해 한경 변에 대관람차, 오페라하우스, 보행교 등을 건설해 유틸리티와 즐길 거리를 대대적으로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오 시장의 서울 대개조에는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뉴욕, 도쿄, 런던 등 세계적 리딩 시티들은 모두 '도심의 부활'을 통해 활기를 되찾았다. 서울 대개조에는 도심 중의 도심인 종로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종로는 세종대로-한강대로로 이어지는 세로축 국가상징거리에 대응하는 횡축 상징거리다. 그럼에도 종로는 지금까지 방치돼왔다. 종로2가부터 동대문에 이르는 거리는 아무런 특징도, 눈여겨볼 랜드마크나 시설도 없는 '공백' 상태다. 노후하고 추레한 저층 건물들이 종로2가 보신각에서 동대문까지 도로 양편으로 '그냥 앉혀'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 공무원들은 종로2가 3·1빌딩이 입지한 블록을 가보기나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서울의 속살이자 얼굴인 종로를 저 상태로 방치해놓고 난지 하늘공원에 대관람차를 세우고 압구정과 서울숲을 연결하는 보행교를 만들들 과연 서울이 빛이 날까 회의적이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서울 지역은 명동(88%), 동대문DDP(58%), 종로·청계(40%), 한강(13%) 순이었다. 서울의 안방에 자리한 종로가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당하면 그만큼 서울은 기회를 잃는 것이다. 종로 거리 북편으로 문화재가 많아 개발에 제한이 있겠지만,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이 미흡하지만 적어도 종로1가 수준으로는 손을 봐야 할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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