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업 바꿔" vs "선동정치"…양평고속도로 여야 공방 지점은
평행선 달리는 정부·여당-야당…17일 원희룡 현안 질의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노선 변경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가 주어졌다는 의혹을 놓고 정부가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후폭풍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종점 변경 이유와 수혜자 등 여러 쟁점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의혹의 출발점은 고속도로 노선 종점의 변경이다. 지난 2017년부터 추진된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기존안)이었는데, 추진 6년 만인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양평군 강상면(변경안)을 새로운 종점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양평군 강상면 일대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김 여사 일가가 강상면 일대에 보유 중인 부동산은 변경된 종점의 500미터 이내를 비롯해 1만여 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김 여사 일가에 개발 이익을 주기 위해 종점을 변경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도대체 종점 왜 바꿨나…타당한 이유 있었을까
가장 큰 쟁점은 고속도로 노선 종점 변경이 타당했는지 여부다. 윤석열 정권의 국토교통부가 김 여사 일가에 개발 이익을 주기 위해 사업 계획을 변경한 것인지, 아니면 변경안이 경제성이 뛰어나는 등 정말로 합리적이기 때문에 바꿨는지가 관건이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노선이 바뀐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당대표는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질은 딱 한 가지다. 누가, 왜, 멀쩡한 고속도로 종점을 바꾸었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변경안이 기존안보다 도로 총 길이가 2㎞ 연장되는 데다 사업비가 1000억 원 늘어나고, 교통정체 해소 효과도 기존안이 더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변경안이 기존안보다 효과적이라고 본다. 국토부 연구에 따르면 변경안의 노선 전체 하루 교통량 흡수 효과는 2만2357대로, 기존안(1만5834대)보다 6523대 높다. 그만큼 일일 교통량이 줄어 교통정체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또 종점 변경에 따른 추가 예산은 140억원에 불과하고, 철새도래지를 기존안보다 더 짧게 통과하는 등 생태계 보전에도 이점이 있다고 반박한다.
◇노선 변경으로 땅값 오를까…이익은 누가 볼까
민주당은 노선 변경으로 김 여사 일가가 경제적 이익을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강상면에서 서울로 가려면 지방도로를 이용했는데,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접근성이 뛰어나 땅값이 오를 것이란 얘기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상면에서) 송파·강남까지 가는데 20~2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쓸모없는 땅이 황금의 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 일가가 땅값 상승 이익을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변경안의 종점에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만나는 분기점(JC)이 설치되는데, 나들목(IC)과 달리 차량 진출입이 불가능해 오히려 맹지(盲地)가 된다는 것이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음과 매연으로 오히려 지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며 "(민주당의) 가짜뉴스 유포와 선동정치"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기존안의 종점인 양평군 양서면 일대에 민주당 소속인 정동균 전 양평군수와 친척들이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 기존안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할 당시 현직이었던 정 전 군수가 '셀프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여 "민주당이 노선 변경 추진" vs 야 "기존안 전제로 요구한 것"
노선 변경 절차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 발표 당시 주민 협의 없이 갑자기 변경안이 발표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2021년 기획재정부의 예타를 통과한 기존안이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뒤바뀐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2년 전 민주당이 변경안을 먼저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타가 통과된 2021년 5월 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이 강하면에 강하IC(나들목) 설치를 요구했고, 이를 위해 종점을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틀었다는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타당성 조사 방침 결정과 낙찰자 선정은 모두 인수위 출범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주민들의 민원으로 강하IC 설치를 요구한 건 맞지만, 노선을 변경하는 게 아니라 기존안의 노선이 지나는 강하면 운심리에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강하IC를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2년 전에는 변경안 자체가 없었다"며 "당시 당정협의를 거쳐 설치하고자 했던 나들목은 강하면 (운심리) 방면이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김건희 일가 양평 땅' 인지한 시점은
강상면 일대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걸 국토부가 언제 알았는지도 쟁점이다. 이를 미리 알고 노선 변경을 추진한 것이라면 김 여사 일가에 개발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하며 "제가 이 사건 전에 김 여사 땅이 그곳에 있다는 걸 조금이라도 인지했거나, 노선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의원이 원 장관에게 김 여사 일가의 양평 땅과 관련해 질의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특혜 의혹을 제기한 한 의원의 질의에 원 장관은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확인 과정에서 변경안의 종점 일대에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다는 걸 국토부가 파악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번 의혹의 사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13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있었으나 양측은 국정조사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진 않았다. 오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원 장관이 출석하는 가운데 여야는 현안질의를 통해 충돌할 전망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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