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광물자원 확보, 기업에 힘 실어줘야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중국은 오랜 기간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 광산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해왔다. 석유를 비롯해 석탄, 철강, 구리, 리튬 등 각종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우리나라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리 산업 구조가 광물 자원을 수입해 소재, 부품 등 중간재를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을 통해 해외 광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성급하게 사업을 진행한 결과 제대로 수익성을 평가하지도 않은 채 부실 광산을 매입했다. 이 결과 공사의 부채비율은 2007년 103%에서 2015년에는 무려 6900%를 넘어 심각한 자본잠식에 이르렀다.
지금에 와서 과거 정부의 ‘묻지마 투자’와 ‘묻지마 매각’의 잘못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 차원의 광물자원 개발에 대한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금은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로 복원됐으나 한동안 강제징용 관련 갈등으로 일본이 반도체 3종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가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었다. 또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절대적인 비중의 소재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는 80% 이상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 자원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며, 미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현대차의 전기차 점유율이 급락하기도 했다.
다행히 미국이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에서 음극재·양극재 같은 소재를 부품이 아니라고 간주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앞으로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당장 50%, 2029년엔 100%까지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 배터리 핵심광물 역시 현재 기준 40%, 2027년부터는 8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는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 중국에서 소재나 부품을 조달해서는 향후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업은 니켈, 리튬, 망간, 코발트 등 핵심 광물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북미산 리튬 정광을 확보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 상황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나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 기업이 적정 지역에서 광물자원을 효율적으로 조달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중국에 핵심 광물을 선점당한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 관련 광물자원 확보를 기업에만 맡겨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 광물자원 개발에 대한 악몽을 떨쳐버리고 다시 적극적으로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또 이전처럼 광해광업공단 같은 공기업에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유관 기업들과 협력하여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자원개발 노하우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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